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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예언자가 누리는 자유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28 조회수645 추천수12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세례자 요한 수난 기념일


<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


  
복음: 마르코 6,17-29






세례자 요한의 죽음


카라바죠(Caravaggio) 작, (1607), 런던 국립미술관

 


     < 예언자가 누리는 자유 >

         제가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어떤 분이 당신이 타시던 차가 한 대가 있는데 지금을 필요 없게 되어 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그 차가 외제차라는 데 있었습니다. 주위 신부들과 신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니, 한 번 타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예수님의 가난을 닮아야 하는 사제가 외제차를 어떻게 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오히려 차를 새로 사는 것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타보며 본당 신자들의 반응이나 다른 신부님들의 반응을 살피기로 하였습니다.

조금 타다보니 본당 신자들이나 웬만한 신부님들도 그럭저럭 이해해주시는 눈치였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들어, 물론 많은 수는 아니지만, 외국차를 사시는 신부님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길거리를 달리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주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면서 우쭐해졌습니다.

어느 날 교구청에 일이 있어 갔는데 주교님이 어디 나가신다고 주차장 쪽으로 나오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저녁미사를 하기 위해 빨리 떠나야했는데 주교님이 보고 계시니 차마 외제차를 몰고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주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교님을 배웅해 드린 다음에 차를 몰고 성당으로 왔습니다. 그리고는 역시 외제차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차를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중고차를 한 대 샀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볼 수 없는 수준의 것을 샀더니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고 마음이 매우 편했습니다. 외제차를 한 번 타보겠다고 떳떳하지 못하게 눈치 보는 한심한 사람이 되려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자신에 대해 떳떳하지 못하다면 사람들 눈치를 보게 되고 사람들 시선에 의해서 삶이 좌지우지되게 되어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오늘 헤로데도 사실 요한을 예언자로 알았고 죽이기를 원치 않았다고 하지만, 자신의 삶이 떳떳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분위기와 상황의 힘에 밀려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게 됩니다.

사실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지만, 세례자 요한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헤로데였던 것입니다. 죽이기를 원치 않지만 자신을 위해 춤을 추어 자신을 기쁘게 해 준 살로메와, 그 어머니이자 자신의 아내인 헤로디아, 또 자신의 친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결정을 내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세례자 요한은 하느님 앞에 떳떳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온 세상이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도 끝까지 헤로데의 잘못된 행실에 대해 비판을 가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예언자입니다. 하느님 앞에 떳떳하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고, 자신의 소신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참 자유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아는 한 형도 예전에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들과 술을 마셨습니다. 친구들은 술을 많이 마시고 그 형을 사창가로 데려갔습니다. 정신을 차린 그 형은 그런 곳에 들어가기를 거부하였습니다. 술에 진탕 취했지만 가톨릭 신자로서 그 곳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 하나에 친구들의 권유를 거절하였습니다.

그 친구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를 들여보내야 자신들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들어가기 위해서도 휴가 나온 친구를 먼저 들여보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신앙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명이 억지로 한 사람을 들여보내려 했지만 그 사람은 그 여럿의 힘을 이겼습니다. 너무 발버둥 쳐서 옷과 허리 띠, 안경 등이 찢어지고 끊어지고 깨지고 하였지만 결국 그 한 사람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습니다. 친구들도 이렇게 완강하게 반항하는 친구를 더 이상 강요하지 못하고 그냥 술이나 더 마시자고 결정을 하고 다 함께 술을 한 잔 더 하러 갔습니다.

한 사람이 자신의 모든 친구들의 뜻과 맞서 싸워 이긴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친구들이 그 사람을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들을 타락하지 않게 해 준 그 친구의 의지에 감탄하여 더 친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뜻을 거스르신 분이 예수님이십니다. 이것이 예언자의 운명이고, 그런 예언자이시기 때문에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셔야 함을 잘 아셨습니다. 자신이 병을 치유해 준 사람들까지 모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고 조롱하였습니다.

예언자는 이렇게 외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자유로운 분이셨습니다. 사람들 시선에 좌지우지 되시는 분이 아니시고 하고 싶은 것을 아무 장애 없이 하실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우리도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 많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려고 살든지, 아니면 하느님 한 분의 눈에만 잘 보이려고 살든지.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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