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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밤의 수도자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8-30 조회수597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어머니 역시 천국이 아무리 좋더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막내아들 신부가 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을 리가 있겠는가. 그래서 천국은 바로 여기 우리가 사는 곳이 천국이 되어야 한다.
어머니를 지켜 주시는 하느님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 미사를 드린다고 하면서 사실은 하느님을 통해서 나의 행복이나 기쁨을 원하고 요구하는 일이 많다. 달밤의 수도자

'큰 재산은 하늘에서 내리고 작은 재산은 근면이 내 린다' 는 명심보감의 말이 있다. 이처럼 근면은 행운의 어머니로 불 린다. 우리 옛 속담에도 '부지런한 물레방아는 얼 사이가 없다' 고 했지만, 우리 어머니는 참으로 부지런한 물레방아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돌리는 삶의 물레방아는 일 년 내내 한 번도 쉴 새 없이 돌아갔고, 그로 인해 어머니는 명심보감의 말대로 작은 재산 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재산이란 현금이 아니라, 돈보다 더 큰 재산 인 건강한 신체와 노동에서 얻는 기쁨과 보람을 뜻한다. 어머니는 한여름 뙤약볕에 나가서 밭일을 하거나 집안일은 기본이었다. 그것 만으로도 벅찬데 잠시 쉴 수 있는 짬이 생기면 낮잠이라도 한숨 주 무실 만한데, 나물을 다듬거나 옷을 개키거나 일감을 잠시도 놓지 않으셨다. 혹시 다른 사람이 낮잠을 자는 것을 보면 "환한 대낮에 일을 안 하고 왜 낮잠을 자는지 모르겠다" 고 말씀하시곤 했다. 어머니는 노 환으로 기력이 약해져서 거동이 불편해지신 2년 반 정도를 제외하 고는 낮에 누워 계신 것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부지런 덕분에 건강하게 사셨는지 건강했기 때문에 부 지런하셨는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건강과 근면은 등가의 법칙이 라는 생각이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눈을 뜨시자마자 정성껏 기도 를 마친 다음 아침 식사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바로 밭에 나가신다. 특히 여름에는 한낮에 더워서 밭일이 어렵기 때문에 더 일찍 일어 나셨다. 어느 여름날이다. 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기 위해 전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드셨다. 깊은 잠을 주무신 후 눈을 떠보니 창밖이 훤했다. 그런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늦잠을 자다니, 어머니는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시계를 볼 틈도 없이 조반도 짓지 않고 먼저 호미를 들고 밭으로 달려가셨다. 아침밥 먹는 것보다 밭일이 더 마음이 쓰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밭에 가서 우선 잡초를 솎아내는 일을 한 후에 아버지가 일어나시기 전에 아침밥을 지으려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 버지는 여전히 곤하게 주무시고 계셨다. "이 양반이 늦잠을 주무시는 걸 보니 피곤하셨던 모양이군." 어머니는 아버지가 깨실까 봐 조용조용히 아침기도를 바치기 시 작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아버지는 더듬더듬 시계를 찾아서 보시고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당신은 꼭두새벽에 뭘 하는 거요?" "뭘 하긴요, 기도하고 밥하러 나가려고 그러지!" "아니, 지금이 몇 신데 그래?" "몇 시인지 알아 뭘 해요! 날이 밝았는데." 평상시와 똑같다 싶었는데 어머니는 부엌으로 가시면서 벽시계를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다. 시계는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일찍 잠이 들어서 그랬는지 어머니는 환한 보름달 때문에 동이 튼 줄 착 각하셨던 것이다. 이런 웃지 못할 일이 있다니. "당신 새벽인 줄 아는 모양인데, 시계 좀 다시 보라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씀에 부엌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혼자 웃음 을 참았다. 그러고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단잠을 주무셨다. 어 머니는 나중에 이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으셨다. "시원한 밤에 일하고 새벽에 자니, 꿀맛이 따로 없더구나." 나는 어머니의 부지런함이 빚어 낸 한밤의 해프닝을 생각할 때마 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달밤에 체조' 란 말이 있지만 달밤에 밭에 가서 김을 매는 어머니 모습이야말로 참된 수도자의 모습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신학교를 다니며 아침 일찍 일어나 는 습관이 붙은 사제도 아침에 못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새벽에 첫 미사를 드리는 신부들 중에는 가끔 미사시간이 훨 씬 지난 후에 일어나 놀라서 허둥대는 악몽을 꾸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나는 다행히도 부지런한 어머니 덕분에 그런 적은 없지만, 그런 경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주안3동 성당에서는 화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새벽 6시 미사가 봉헌된다. 아무래도 새벽 시간이어서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들이 적긴 하지만, 새벽미사에는 뭔가 특별한 즐거움이 있다. 바로 하루의 시작을 주님께 봉헌한다는 기쁨이다. 또한 아침 일찍 일과가 시작되는 셈이어서 똑같은 날이지만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여유도 생긴다. '달밤의 수도자' 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벽미사를 통해 아침 일찍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기회가 되지 않 을까 생각한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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