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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의 어머니는 뭔가 달라야지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4 조회수660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내 눈물로만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나는 귀여운 막내아들이었고 사랑하는 연민이었으며 존경하는 신부님이었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그리운 사랑. 사제의 어머니는 뭔가 달라야지

보통 사람들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 기 준을 좀 높게 보는 편이다. 그 이유는 선에 대한 인식이 다른 사람보 다 더 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잘못을 저지 르면 기대가 깨지면서 더 큰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하고, 덧붙 여 그가 믿는 종교까지 경멸하게 된다. 때문에 신앙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말과 행동과 생각이 더 신중 해야 하고, 이웃에 대한 표양도 모범이 되어야 한다. 거기에 자신이 믿는 신앙을 남에게 강요하기보다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 남에게 신 앙의 향기를 전해 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일이 어렵다. 특히 신앙인의 모범적인 위 치에 있어야 할 사제인 나조차도 때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남에게 화를 내고 또 후회하는 일도 많다. 결국 우리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앞에서는 죄인일 수밖에 없다. 내가 어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총체적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사제인 내가 보기에도 어머니 삶의 가장 큰 핵심은 기 도였다. 이 기도를 빼고는 어머니의 삶을 상상할 수가 없다. 나의 어 머니는 삶 자체가 기도로 이루어진 분이었다. 어머니는 기도할 때만큼은 감히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을 보이셨지만, 어머니가 농담을 할 때나 어머니의 위트 와 유머가 빛을 발할 때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셨다. 그럴 때는 정말 외람된 말이지만, 어머니가 참으로 귀엽게 느껴졌다. 그런 어머니도 사람이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화 과정에서 오는 변화를 겪으셨고, 나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깊은 연민의 감정을 피할 수 없었다. 어머니를 명상하면서 나와 어머니 에 얽힌 이런 저런 추억의 현장들을 들추어내는 동안 나는 어머니의 삶이라는 커다란 액자 속에 들어가 있었고, 나의 액자 속에도 어머 니의 삶들이 함께 얽혀 있었다. 참으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어머니가 양곡성당 건축헌금을 마련하 기 위해 나물을 팔다가 이런 일을 당하셨다. 송림시장 모퉁이에 나 물을 펼쳐놓고 있는데 한 여인이 다가와서 나물을 이리저리 뒤져 보 더니 "이렇게 한 봉지만 주세요" 하고는 만 원짜리를 내놓았다. 어머니가 거스름돈을 주려고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꺼내 보니 모 두 3만 5천 원이었다. 나물 값이 3천 원이었으니 잔돈 2천 원이 모 자랐고, 어머니는 2만 5천 원을 방석 아래 넣어 두고 만 원을 들고 앞가게에 잔돈을 바꾸러 가셨다. 어머니가 천 원짜리 열 장을 세면서 돌아와보니 나물을 산다던 여 인이 거스름돈도 받지 않고 가버리고 없었다. 어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석을 들춰 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전 내내 나물을 팔 아 만든 돈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인은 어머니가 방석 밑에 돈을 두고 가는 것을 보고 욕심이 생겨 몽땅 가지고 간 것이다. 어머니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참으로 야속한 여자로구나 생각하셨 다. 하지만 이미 사라진 돈을 어쩌랴. 저녁에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그날 시장에서 있었던 일을 하소연 하듯 아버지에게 말씀하셨는데, 아버지는 위로는커녕 핀잔만 하셨다. "이 바보 같은 마누라야, 세상 사람들 중 내가 도둑이요 하고 이마 에 써 붙이고 다니는 바보가 어디 있는가.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니 내가 조심해야지! 바보처럼 돈 놔 둔 곳을 보여 주고 자리 를 비우니 도둑맞는 것이 당연하지." 그러자 어머니는 이렇게 대꾸하셨다. "아니, 당신은 신부 아버지면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세상 사람들을 다 도둑으로 보라니, 그게 말이나 돼요? 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 같은 줄 알고 살아요." 어머니는 비록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여간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 프셨던 것 같다. 내가 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나를 붙들고 다시 한 번 그때의 일을 자세히 들려 주면서 내 의견을 물으시는 것이었다. "네가 들어보니 어떠냐? 내가 옳으냐, 네 아버지가 옳으냐? 까짓 돈 몇만 원 없어져도 상관없지만 그 영혼이 불쌍하지 않느냐? 돈 몇 만 원 때문에 사람 노릇을 못한 거니까." 어머니, 아직도 그 여자의 영혼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다. 한 3일 간은 그 여자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며 칠 지나니까 분한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지금은 어떠시냐고 다시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여셨다. "지금은 그 여자가 아니라 그 년이지!" 어머니는 자신이 사제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그 여자를 애써 용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간적으로 당연히 느끼는 분한 마음 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며칠 동안 괴로우셨던 모양이다. 어머니의 마 음속에서 그 여자의 영혼이 그 년의 영혼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 은 딱 3일이었다. 그렇게 어머니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면서 "아이고, 사 제의 어머니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고 멋쩍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런 어머니의 순박한 모습을 본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고, 나도 질세라 맞장구를 쳐드렸다. "아니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다른 것도 아니고 귀한 성당 지을 돈인 데, 어떤 년이 우리 어머니의 돈을 훔쳐갔단 말이야." 아들 신부가 하는 말을 듣고 어머니는 그제야 빙그레 따라 웃으셨 다. 욕을 먹어도 싸고 고소하다는 눈치로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 때 나는 사제의 어머니도 사제만큼이나 힘드시다는 것을 알았다. 아 들이 사제이기 때문에 세속적인 마음을 억제햐야 하는 어머니의 심 정을 나는 그 얘기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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