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4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1코린2,10ㄴ-16 루카4,31-37

꽃은 꽃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꽃은 꽃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다 예쁩니다.

아침 산책 중

보석같이 빛나는 남보랏빛 달개비 꽃과 청초한 연노랑 달맞이꽃을

보는 순간 문득 떠오른 예전의 짧은 시 구절이었습니다.

꽃이든 사람이든 결코 비교하여 우열을 말할 수 없는

그만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매력이 있습니다.

하늘 향해 피어난 들꽃처럼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 향한 영혼들은 참 아름답고 매력적입니다.

아침 피정을 마치고 떠나는

가난한 자매들의 웃음 띤 환한 얼굴이 꼭 청초한 들꽃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큰 행복이 아니라

보석같이 빛나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의 발견입니다.

축복 받은 인생입니다.

새벽 기도 중 새삼스럽게 깨달은 진리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보다 큰 축복은 없습니다.

우리 인생은 하느님 축복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입니다.

저절로 축복인생이 아니라

평생 맡겨진 과제에 충실하여 하느님을 닮아가면서

참 나를 실현해 갈 때 축복인생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시편 두 절이 생각납니다.

“하느님,

  당신이 내리신 빛과 진리가 나를 이끌게 하시고,

  당신의 거룩한 산 그 장막으로 나를 들게 하소서.”

“하느님의 제단으로 나아가리이다.

  내 기쁨 내 즐거움이신 하느님께 나아가리이다.

  하느님, 내 하느님 고에 맞추어 당신을 찬미 하리이다.”

바로 이게 우리 인생의 모두입니다.

하느님을 찾을 때 참 나의 발견이요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육신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게 영혼의 건강이요,

육신의 병이나 불구보다 더 무서운 게 영혼의 병이나 불구입니다.

오늘 복음의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은

바로 영혼이, 마음이, 정신이 병든 영혼을 상징합니다.

하느님 목표를, 방향을 잃었을 때

하느님의 빛이 사라지면서 어둠처럼 스며드는 더러운 영입니다.

에바그우스가 말한

탐식, 음욕, 탐욕, 나태, 분노, 우울, 허영, 교만의

여덟 가지 악한 생각들입니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마치 거칠고 억센 반항기 가득한

주님과 전혀 무관한 냉담자의 항변 같습니다.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항변하면서

머리로는 주님을 안다고 고백합니다.

정말 주님만이 치유할 수 있는 영혼의 중병입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주님의 권위 있는 말씀만이

사람에게서 더러운 영을 떼어내어 영혼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힙,4,12).

하느님 말씀의 빛 앞에 저절로 사라지는 더러운 영인 어둠의 세력입니다.

말씀은 영이요 생명입니다.

말씀이 성령 충만한, 생명 충만한 삶으로 이끕니다.

이래서 옛 수도승들은 목숨을 걸고 렉시오디비나의 수행에 전념했습니다.

끊임없이 말씀을 듣고 묵상하고 또 말씀을 통해 기도하고 관상하면서

말씀을 체화(體化)했습니다.

말씀을 통한 영혼의 치유요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영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오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세적 인간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한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오로를 통한 주님의 말씀이 은혜롭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교회의 성사를 통해

우리는 이런 하느님의 영을 받습니다.

하여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게 되고

하느님의 선물을 올바로 식별할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우리 안의 온갖 더러운 영을 축출해 주시고

영육의 건강을 회복시켜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