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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5일 수요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5 조회수779 추천수1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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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수요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 루카 4,38-44


 

“나는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한방에 끝낼 수도 있었는데...>

 

 

    날로 취업난이 심해지고 있는 요즘 자신을 ‘브랜딩’하는 작업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남들이 지니지 못하고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 강점, 경쟁력을 쌓기 위해 젊은이들은 피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소위 질 높은 ‘스펙’을 갖추기 위한 노력입니다.

 

    저는 요즘 개인적으로 살레시오회 소속 사제인 동시에 청소년 사목자로서 갖춰야할 스펙이 뭔가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너나할 것 없이 상처 입은 영혼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세상을 향해 ‘도와주세요, 함께 해 주세요’ 라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지만 철저하게도 외면당하는 현실입니다. 소통의 단절, 사랑의 결핍으로 인해 마치 무인도처럼, 황량한 들판의 한 마리 외로운 들개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 요즘입니다.

 

    그래서 상처 입은 영혼들의 도우미로 살기 위해서는 ‘개방과 환대, 공감과 경청’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식구 중에 한 분이 꽤 오랜 세월 원인을 잘 알 수 없는 고질병에 힘겨워했었는데,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다행스럽게도 훌륭한 의사 선생님을 만나 병세가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참으로 다정다감한 분이셨고, 다른 무엇에 앞에 환자들의 말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분이셨습니다.

 

    직접적인 의료행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존중해주고 배려해주려는 그분의 태도가 치료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마음부터 치료하니 몸은 따라서 치료가 되었습니다.

 

    공생활 기간 내내 예수님은 치유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시몬의 장모가 당시 치명적인 병이었던 열병에 시달리며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열을 꾸짖으시니 즉시 열이 가셨습니다.”(루카 4장 39절)

 

    그런데 특이한 것은 조금 전까지만 생사가 오락가락하던 시몬의 장모였는데, 즉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예수님과 제자들을 위한 저녁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우리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측은지심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우리 삶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으십니다. 시몬의 장모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이었는데 즉시 천국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소문을 들은 카파르나움 사람들은 해가 떨어지면서 안식일이 종료되자 너나할 것 없이 갖가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예수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순식간에 예수님 주변을 메워버렸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전지전능하신 메시아셨습니다. 공생활 하시느라 몸도 피곤하고 날도 저물었습니다. 한 방에 끝낼 수도 있었습니다. 수백, 수천 명이나 되는 환자들의 머리 위로 팔을 크게 벌리고 단체로 치유를 하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씩, 일대 일의 만남을 갖고 싶어 하셨습니다. 한명 한명에게 따로 따로 다가가시고 그들의 슬프고 지친 눈망울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시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시며 온 마음으로 함께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손을 머리에 얹으시며 치유하셨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그 옛날 카파르나움에서와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별것도 아닌 우리들이지만 황송하게도 우리들 사이로 기꺼이 내려오시는 겸손의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깊은 상처와 환부를 눈여겨보시며 당신의 두 손으로 어루만져 주시는 자비와 연민의 주님이십니다.

 

    ‘그래,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용기를 내거라. 내가 늘 함께 하겠다.’며 우리의 등을 두드리시는 위로와 희망의 주님이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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