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9.6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1코린3,18-23 루카5,1-11

지혜의 길, 생명의 길

-버리고 따르기-

허무의 관문에서 말씀을 듣고 순종할 때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의 말씀은 빛이요 생명입니다.

말씀의 빛 앞에 사라지는 허무의 어둠과 죽음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삶의 허무는 삶의 충만으로,

짐 같은 인생은 선물 인생으로 바뀝니다.

오늘 복음이 그대로 우리의 내적현실을 상징합니다.

시몬보다 시몬을, 나보다 나를 잘 아시는 주님이십니다.

분명 허무의 어둠 가득한 시몬의 마음을,

당신 찾는 갈망을 직시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주님의 친절한 개입입니다.

깨닫고 보면

내 삶의 자리 모두가 충만한 의미를 잡아 올릴 수 있는 깊은 데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다는 고백이

그대로 허무 인생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놀라운 것은 주님 말씀에의 시몬의 즉각적인 순종입니다.

참 어리석어 보이는 순종입니다만 바로 이게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의 지혜가 하느님께는 어리석음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지혜롭다는 자들의 생각을 아십니다.

그것이 허황됨을 아십니다.

사람 눈에 어리석어 보이는 시몬의 순종 있어 축복의 선물입니다.

주님 말씀에 순종한 결과

엄청난 고기가 잡혔고 주님을 알아 본 시몬의 고백입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스승님에서 주님으로 호칭이 바뀝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죄 많은 사람으로서의 나를 발견한 겸손한 시몬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삶의 허무는 충만이 되고 무의미한 삶은 의미 가득한 삶으로 변합니다.

아마 시몬은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 주시면, 그 짓는 자들 파수가 헛되리로다.

  이른 새벽 일어나 늦게 자리에 드는 것도,

  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너희에게 헛되리라.’(시편127,1-2ㄱ)는

시편 말씀을 구구절절 공감했을 것입니다.

순종의 사람이 어리석어 보이나 실상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말씀에 순종할 때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사람들 눈엔 어리석어 보여도

하느님의 눈엔 실상 지혜로운 순종의 사람들입니다.

세상의 지혜로운 이들이 하는 일은 분열이지만

하느님의 지혜로운 이들이 하는 일은 일치입니다.

사람의 눈에 어리석어 보이지만 실상 지혜로운 이가 바오로입니다.

다음 바오로의 시야가 참 넓고 깊습니다.

하느님 안에서 일치의 비결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인간을 두고 자랑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후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서는 시몬의 일행 역시

세상의 눈으로 보기에는 여지없이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이 어리석은 길이

바로 지혜의 길, 생명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안팎의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당신을 따라 지혜의 길, 생명의 길을 걷게 하십니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참조).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