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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7 조회수514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내 눈물로만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나는 귀여운 막내아들이었고 사랑하는 연민이었으며 존경하는 신부님이었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그리운 사랑.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

평균 수명이 점차 길어지면서 '60 청춘' 이니 '인생은 환갑부터' 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챙기 고 의학이 발달하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섰으니, 옛 날에 비하면 꽤 오래 사는 편이다. 그러나 나이 60이면 누구나 인생의 노년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 다. 인간이 수명을 늘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인간의 수명은 우리가 정하는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정하시는 것이다. 우리는 삶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하느님의 부름을 받는 날까지 비록 몸은 쇠약해지더 라도 마음만은 항상 건강하게 살면서 세상에 변함없는 사랑을 갖고 살아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 이웃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그런 뜻으로 본다면 끝까지 유머감각을 잃지 않았고 어머니는 이웃에 웃음을 주는 탁월한 축복을 타고나셨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피부에 수분이 빠지게 되고 건조해지면 가 려운 곳이 많아진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 긁어 주는 효자손을 꼭 챙기시는 것을 보면서 왜 그러실까 했는데, 나도 이제 60이 넘다보 니 효자손이 왜 필요하가를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상을 물리고 부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 는데, 어머니가 등이 가려우셨던지 아버지에게 긁어 달라고 했다. 마침 딴 일을 하고 계시던 아버지는 귀찮다는 듯이 불쑥 한 마디 하 셨다. "저기 효자손이 있으니 갖다 긁어요." 그러자 어머니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셨다. "부부가 늙어서 등 가려우면 서로 긁어 주며 사는 것이 낙인데, 긁어 주기는커녕 바가지만 긁으시네. 내가 등 긁어 달랬지 언제 바 가지 긁어 달랬소? 그렇게 바가지를 긁어가지고 내 등이 어디 시원 하기나 하겠어요? 원 참, 등 긁어 주면 팁을 드리려 했는데, 저렇게 굴러들어오는 복을 차버리네요." 그러더니 어머니는 농담이 아니라는 듯이 만 원짜리 한 장을 나 에게 불쑥 주시며 효자손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이 영감 아, 그러게 내가 좋은 말을 할 때 들어야 복을 받지" 하며 흘겨보셨 다. 그렇게 총명하시던 어머니도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점 차 노환으로 기력이 떨어지고 기억력도 눈에 띄게 감퇴되었다. 가족 들이 뭘 여쭤 보면 그저 '몰라' 만을 연발하셨다. "아침에 누가 다녀가셨어요?" "몰라."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몰라." 나는 어머니의 기억력이 자꾸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무조건 모른다고만 하시면 어떻게 해요. 잘 생각해 보세요." 그랬더니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기억이 없어서 모른다고 하고, 또 잊어버려서 모른다고 하 는데, 모른다고 말하는 내가 뭘 잘못한 거냐? 그럼 내가 아는 걸 한 번 물어봐라. 내 이름이 뭔지, 네가 누군지 물어보면 내가 왜 모른다 고 하겠니?" 어머니는 기억력이 떨어진 것을 유머감각으로 그렇게 답변하셨 다. 그 말은 아직 나는 건재하니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드여져 한결 마음이 놓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몇 해 전부터는 치매기가 있어 간혹 주변 사람들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하지만 내가 어머니를 찾아뵙는 날은 어찌 그리 잘 아시는지, 저 멀리서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반가워하며 옷매무새 를 바로 잡으셨다고 한다. 아들에 대한 사랑과 염려로 사신 어머니 의 마음이 새삼스럽게 경건하게 느껴졌다. 어머니가 90세 되던 해에 갑자기 병이 나셔서 입원을 하게 되었 다. 음식을 넘길 수가 없게 되자 의사는 목에 호스를 끼워 영양을 공 급하게 했다. 병원에서는 연세도 많고 더 이상 치료를 해도 큰 효과 가 없다는 이유로 퇴원을 권했다. 나는 자식으로서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되었구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혼자서 어머니의 병간호를 감당할 수 없어 어머니는 퇴원하자 둘째아들과 며느리가 살고 있는 양곡시장에서 머무시게 되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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