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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3주일/귀먹은 사람은 듣게 하시고...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8 조회수333 추천수2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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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근식 엮음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다
마르코 복음. 7,31-37

◆ 오늘의 묵상 ◆

오늘의 말씀은 듣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가르쳐 주십니다.

오늘의 복음에는 귀먹은 말더듬이를 치유해주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제의 복음에는 마귀 들린 소녀를 가보지도 않고 말씀 한 마디로 치유하셨습니다. 심지어는 죽은 라자 로도 ‘걸어 나오너라’는 말씀 한 마디로 살려 내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오늘 치유의 모습은 엄청 복잡합니다. 왜일까요? 귀머거리를 치유하는 것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남의 말을 듣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고를 해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좋게 얘기해도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도무지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부끄러움을 없애는 힘이라면, 듣지 못하는 것은 모든 것을 막아 버리는 가장 강력한 악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독서에는 아담과 하와가 알몸을 가리고 하느님으로부터 숨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러한 일들의 결과는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따먹지 말라고 하신 말씀을 듣지 못 하고 거역했기 때문입니다. 듣지 못하는 것과 들어도 그대로하지 않는 것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마찬 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만이라도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사랑하는 이들의 충고와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 오늘이 이야기 ◇

선물할 수 없는 것

“보청기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을 들으며 누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울던 생각이 나네요.” 말은 할 수 있지만 들을 수 없는 명옥 언니가 자신의 책에 썼던 얘기다.

그 언니에게서 얼마 전 팩스 한 장을 받았다. 내가 일하는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같이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는 근무시간이므로 나는 저녁을 우리 집에서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팩스로 물었다.

다시 보내 온 팩스를 통해서야 난 언니가 회사 근처에 볼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을 더 이런 식으로 엇갈린 얘기가 오가고 나서야 서로의 마음이 제대로 전달되었다.

며칠 후 언니는 팩스 대신 엽서 한 장을 보내 왔다. 엽서 맨 뒤에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이럴 때 불편하네.”라는 글이 담담히 적혀 있었다.

그 말이 자꾸 마음에 밟혀 언니에게 편지를 쓰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나 명옥 이야. 난 듣지 못하니까 그냥 내 말만 할게. 난 가끔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렇게 전화를 해. 팩스 일 때문에 속상했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언니... 난 언니를 장애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오늘 언니에게 줄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알고 눈이 시려 왔어. 아름다운 음악소리, 그 고운 선율과 함께 흐르는 노랫말, 평화를 안겨 주고 때론 마음을 활짝 개게 하는 노래들을 선물하고 싶은데, 함께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에 맘이 흐려오네. 그래도 언니, 언니는 우리가 잃어 가는 것을 말없이 일깨우는 사람이라는 거 알아. 전화로 간단히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손으로 일일이 쓰고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언니를 생각하면 우린 너무 쉽게 사는 구나 생각하게 되거든.’

([소금항아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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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기도 ◇

주님,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제 영혼의 귀를 열어 주소서.

제 귀에 들려 오는 수많은 말들 중에서
형제의 입을 통해서 건네시는 주님의 말씀을
귀여겨들을 줄 아는 지혜를 주시고,
감언이설로 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거짓된 유혹의 말을 걸러 내게 하소서.

주님,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 말씀의 열매를 맺는 말씀의 농부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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