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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먼저 귀를 막아라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08 조회수802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3주일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들을 듣게 하시고,

말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신다.>


  
복음: 마르코 7,31-37





소경을 치유함



엘 그레코 작, (1577-1578),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먼저 귀를 막아라 >

          한 겨울이었고 저는 청년회 활동을 할 때였습니다. 한 할머니께서 유아실에서 기도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하는 것입니다. 얼른 달려가 보았더니 한 할머니가 구토를 하신 채 누워계셨고 의식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구급차를 불렀고 가까운 병원으로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구급차에서 할머니는 의식이 없는 채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셨습니다. 몸을 떨고 계셔서 춥다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뇌출혈이라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해서 급하게 큰 병원으로 할머니를 이송하였습니다. 겨울이라 추운 곳에 계시다가 따듯한 유아실에 들어와 기도하시다가 뇌혈관이 파혈된 것이었습니다. 뇌출혈이 되면 구토를 하고 추위를 느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역시 몸을 떠시면서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계셨습니다. 저는 구급차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듣고 싶어서 귀를 할머니 입에다 갔다 대었습니다. 할머니는 계속 이와 같은 말을 반복하고 계셨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 예수, 마리아, 요셉, 예수, 마리아....”

할머니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몇 시간 뒤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할머니께서 무의식중에서 끊임없이 반복하시던 기도소리를 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우리는 의식이 없어졌을 때 무슨 말을 하게 될까요?

사제가 되어 두 번째로 건강검진을 받는 때였습니다. 대장 내시경을 권장하기에 수면마취 후에 한 번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떤 신부가 겁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수면내시경을 하면 정신이 혼미해져서 간호사가 물어보는 대로 다 대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간호사들이 신부님, 애인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보면 신부님들이 ... 이름이... 삼순이에요...”라고 대답하는 식입니다. 대기하는 중에 먼저 대장내시경을 하는 신부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술을 몇 병 마신 사람처럼 간호사들과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리듯이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특별히 거리낄 것도 없었지만 은근히 겁이 나서 마취에 완전히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면서 과연 내가 의식이 없을 때, 그 할머니처럼 예수, 마리아, 요셉을 되뇔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귀도 뚫어주시고 입도 열어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벙어리를 군중들로부터 떼어놓으시는 것은 영적인 기적을 행하시겠다는 의미입니다. 벳사이다의 소경을 고쳐주시고 다시 벳사이다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신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는 군중 속에 머무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의 두 귀에 손가락을 넣으십니다. 마치 앞에 서서 이어폰을 끼어주어서 당신만을 바라보며 당신의 말씀만을 들으라고 하시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 것들을 떠나서 당신만을 바라보고 당신만을 들으라는 뜻입니다.

 

과연 세상 것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들이 귀머거리입니다. 20103월 게임에 빠진 부부가 3개월 된 신생아를 방치하고 하루에도 최소 8시간에서 12시간씩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다가 아기를 굶겨 죽인 일이 있었습니다. 아기는 보통 하루에 7번에서 8번 우유를 먹어야 하는데, 하루에 평균 한 번 정도만 먹였고, 그래서 경찰들이 발견했을 당시 아기는 미라처럼 말라 있었고 부검을 해 보았더니 먹지 못해서 죽은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부모들이 귀머거리였던 것입니다. 세상 것에 정신이 팔려 자신들의 아기의 울음소리도, 자신들 마음의 양심의 소리도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춘기 때도 성()적인 것에 관심이 가서 안 좋은 것들을 보려하고 들으려하였습니다. 학교에 가서는 아이들과 그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관심 있는 것이 그런 것이고 그래서 보고 듣는 것도 그런 것이니 그런 말들만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가끔 사람들이 음담패설을 하는 소리를 들으면 자리를 피하고 싶어지고 그렇게도 할 얘기가 없나?’ 라고 한심한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내 안에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알려면 자신이 하는 말을 녹음시켜서 들어보면 됩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육체적이고 쾌락적인 것만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돈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이야기만 반복해서 하게 됩니다.

따라서 세상적인 것들은 차단하지 않으면 그 소음에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성경을 읽으려 해도 텔레비전을 꺼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한 자매님이 일 년에 한 번씩 이년 동안 신,구약 성경을 두 번 완필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분이 성경필사를 위해 집에 빨리 들어가려 하면 함께 있던 사람들이 집에 꿀단지를 감춰놨나?”했다고 합니다. 그 분은 웃으며 어떻게 알았느냐, 집에 꿀단지가 있다.”고 하시고는 빨리 들어가 성경을 쓰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예수님은 침을 그의 혀에 발라주시는데 예수님 몸 안에 있는 물은 역시 성령님을 상징합니다. 성령님을 그의 혀에도 발라주시는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하늘에 한 숨을 내쉬십니다. 인간이 창조될 때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무엇을 넣어주셨습니까? 바로 숨입니다. 그 숨은 역시 성령님, 곧 생명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양으로 성령님을 넣어주시는 표징을 보여주시고 에파타’, 열려라하시며 모든 기관을 영적으로 바꾸어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벙어리일까요?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하여 벙어리가 되었던 즈카리야가 혀가 풀리자 처음으로 한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그는 혀가 풀려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음부터 믿을 줄 알았던 성모님은 마니피캇으로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주님을 찬미하지 못하는 사람이 진짜 벙어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은 사람들이 어떻게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을 수 있게 되었느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내 그 생각만 했습니다.”

우리도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곳에 정신이 너무 팔려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에서 하느님의 찬양이 저절로 터져 나오게 하기 위해 먼저 세상의 모든 번잡함으로부터 우리의 오관을 막도록 합시다. 오늘도 예수님의 손가락 이어폰을 끼고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씀만을 듣고 살기를 결심합시다. 무엇보다 미사에 자주 참례합시다. 이것이 세상으로부터 떠나서 말씀과 성체로 자신을 채우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가장 완전한 길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우리도 언젠가 죽을 위험에 닥칠 때 우리 입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의 기도가 저절로 흘러나올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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