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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본당 신부님은 어떤 분인가요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10 조회수648 추천수5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가톨릭 사제가 쓴 눈물의 사모곡

나물할머니의 외눈박이 사랑
이찬우 신부

내 눈물로만 오시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나는 귀여운 막내아들이었고 사랑하는 연민이었으며 존경하는 신부님이었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그리운 사랑. 본당 신부님은 어떤 분인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에게 나는 귀여운 막내아들 이었고 사랑하는 연인이었으며 존경하는 신부님이었다. 나는 전쟁 통에는 어머니 등에 매달려 살았고, 그래서 어머니는 나를 잘 먹이 지 못해 오매불망하면서 그저 귀엽고 애처롭기만 한 막내아들이었 다. 그러나 내가 어른이 된 후에는 어느 사랑하는 연인보다 깊은 사랑에 빠졌다. 그저 쳐다보고만 있어도 그리운 사랑이라면 연인 그 이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모태 신앙을 가진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늘 하느님을 마음속에 품고 사신 어머니였기에, 하느님의 종으로 나선 막내아들이 신부 가 되었으니 또한 그 신부를 어느 신부보다 존경한 것은 사실이었 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로부터 세 가지 큰 은혜를 받았다. 어머니 의 아들이 된 은혜, 사랑하는 연인이 된 은혜, 그리고 존경받는 영 적 존재가 된 은혜. 그 세 가지 은혜와 특혜를 세상에서 누렸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 한 남자인지 모른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보다 내 곁에 안 계신 지금이나마 그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빛 은 빛만 있을 때는 빛의 존재를 잘 모른다. 그것은 으레 당연히 빛 이거니 하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빛이 어둠 속을 비칠 때야말 로 그 빛의 참 존재가 더욱 빛나는 법이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넘칠 만큼 사랑을 받고도 어머니의 사랑은 으레 그런 것이거니 생각했다. 어머니가 자신의 배를 주리며 내 입 에 먹을 것을 넣어 줄 때도, 어머니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줄 알았 다. 어머니는 남루한 옷이며 헤진 신발을 신고 다니면서도 우리에게 는 새 옷을 사 주고 새 신발을 사 주셨다. 그리고 어머니는 늘 헤진 옷을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헌 옷을 입어도 된 다는 것이다. 어머니가 밤잠을 못 주무시고 밭에 나가 일하고 나물 을 팔러 다닐 때도 나는 어머니니까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어머니는 웬만해서는 울지 않으셨는데, 나는 어릴 때 울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징징 울었다. 그후에도 나는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 는 울줄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못 먹고 못 입고 못 주무셔도 그것이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그렇게 사시면 안 되는 분이었 다. 비록 내가 어리고 힘이 없을 때는 그랬더라도, 커서 어머니보 다 키가 크고 힘도 세지고 공부도 더 많이 해서 아는 것도 많아진 후에 나는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더 좋은 옷을 사 드리고 더 맛있는 것을 사 드리고 나물할머니라는 말을 듣지 않 게 했어야 했다. 그것이 막내아들인 내가 어머니에게 해 드려야 할 효도였다. 그런데 어머니는 막내아들로부터 그런 것을 되받을 생각이 없으 셨다. 어머니는 단지 내가 훌륭한 사제가 되어 '참 좋은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그 말만 듣기를 원했다. 사람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 으시는 것만이 그동안 눈물로 키운 막내아들로부터 가장 큰 효도 를 받는 것이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나로부터 바라시는 것은 나의 세속적인 출세나 권력이 나 명예나 부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도 아닌데 하물며 좋은 옷과 음식 같은 물질적인 것에 어찌 연연해하셨을 것인가. 어머니는 내가 본당 신부로 있을 때도 인천 송림시장에서 양곡 본당 건축기금 마련을 위해 나물 장사를 하면서도 나물 사러 온 아 낙네 손에서 묵주반지라도 발견하면 시침을 떼고 넌지시 "어느 성 당에 다니시오?" 하고 묻고는, 내가 있는 본당의 신자라는 것을 알 면 또 물으셨다. "본당 신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그때 아낙네가 내 이름을 대거나 잘 안다고 하면서 "우리 신부님 참 좋은 분이에요" 라고 말하면 너무 기뻐서 나물을 한 주먹씩 더 얹어 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손님이 왜 이렇게 덤을 많이 주시냐고 물으면 이러셨다. "나도 신자인데 이 신부님을 좋아해서요. 그래서 덤을 더 드리는 거예요." 어머니는 시장에서 만나는 손님들이 천주교 신자라는 것을 알면 그렇게 묻곤 해서 내가 좋은 신부님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 기 쁨이 넘쳐흘러 나물이 바닥나곤 했다. 언젠가 그 말을 신자들로부 터 전해 들었다. "시장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신데, 본당 신부님을 좋 아해서 우리 본당 사람들만 만나면 나물을 덤으로 듬뿍듬뿍 주시 곤 하더라고요." 어머니는 나물을 팔면서도 내가 좋은 신부가 되기를 늘 기도하 셨다. 어떻게 해야 좋은 신부인가를 몰랐기 때문에 어머니는 주변 에서 은밀히 염탐도 하시고 그렇게 노심초사를 하셨으니, 나는 어 머니로부터 암행 감사를 받고 있었던 셈이다. 어머니는 당신 아들이 신부라는 사실을 어디서든 내색하지 않으 셨고, 혹시 누군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신부의 어머니가 나물 장 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피한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혹시 신부 어머니를 도와 주려고 일부러 나물을 사러 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고 고백했다.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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