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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한 번 썼으면 그만이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10 조회수884 추천수15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열둘을 뽑으시고 그들을 사도라고 부르셨다. >


  
복음: 루카 6,12-19






십자가에 못박히는 예수


안젤리코 작, (1450), 피렌체 성마르코 박물관 

 


     < 한 번 썼으면 그만이다 >

         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 이미영 기자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냉담신자, 하느님의 죽비소리라는 제목으로 쓴 기사의 일부를 소개해 드립니다.

 

가톨릭 신자이지만 성당에 나가지 않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에게 주일미사에 함께 가자고 권했더니 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매주 만나러 가는데?”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시각장애와 지체장애가 겹친 한 장애인 청소년과 자매결연을 하여, 주일마다 그 아이의 집에 가서 온종일 말동무도 해 주고 포근한 날씨에는 가까운 공원에 산책도 데려가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자신에게는 하느님을 만나는 주일미사라고 했다.

그 친구도 한때는 성당 주일미사에 열심히 나갔다. 어린 시절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가족 모두 오랫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아 한동안 신앙을 잊고 지내다가, 직장에 다니면서 잃어버린 자신의 교적을 이향신자사목부에서 찾아오고 다시 교리를 받아 첫영성체도 하고 견진성사도 받았다. 그러면서 통신으로 신학 공부도 하고, 신앙 관련 서적도 열심히 읽으면서 매주 주일미사도 꼬박꼬박 참례하였다.

마침 본당 신부님도 좋은 분이라, 주일미사 때 강론을 들으며 세상 안에서 깨어 살아야 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되새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그 친구가 미사를 안 나가게 된 것은 그 좋던 본당 신부님이 신자들에게 쫓겨난 일 이후라고 했다. 당시 그 본당에 재정 비리가 발생했는데, 신부님이 그 일을 두고 사목회 임원들에게 회개를 권유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사목회 임원들이 신부님을 무고하여 교구장께 인사이동을 요구해서 신부님이 갑자기 바뀌었다고 했다. 그 사건 이후 친구는 그런 신자들과 한 공동체라는 것이 너무 싫었고, 과연 그 본당 안에 하느님이 머무실지 회의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구의 긴 냉담이 시작되었다.

오랫동안 본당 미사에 안 나가던 그 친구는 2008년 여름 시청 앞에서 열린 촛불미사에 참석했다. 미사를 마치고 친구는 벅찬 감동으로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미사 시작 때 여러분 외로우셨죠?”라는 신부님의 한마디가 한 줄기 빛처럼 자기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하는 느낌이었고, 정말 오랜만에 미사 안에서 하느님을 다시 만난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친구가 하느님을 정말 갈망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친구는 여전히 본당 주일미사에는 나가지 않는다.

요즘 그 친구는 아이 키우느라 바빠서 자칭 살아 있는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봉사활동도 하지 않기에, 다시 한 번 본당 주일미사에 나가자고 권했다. 아이들 데리고 성당에서 미사 참례하며 애들 주일학교 들어가 있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면 좋지 않겠냐고 권하니, “성당이 무슨 취미활동이니, 수다 떨러 가게?”하고 한소리 한다. 그러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애들 좀 크면 애들이랑 함께 살아계신 하느님을 다시 만나러 가야지.”

 

이 글을 읽으면서 본당에서 쫓겨나다시피 성당을 떠나야 했던 여러 분의 신부님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어떤 잘 사는 동네의 본당에서는 야당 쪽 발언을 했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어떤 본당에서는 오랫동안 터줏대감 행세를 해 오던 신자들을 잘 대접해 주지 않아 그들에 의해 쫓겨나기도 하고, 또 위의 경우처럼 이전에 있었던 비리를 파헤치려다가 도리어 쫓겨나게 된 경우도 알고 있습니다.

사제가 다 잘 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부모님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일까요? 아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마음대로 버려도 되는 것일까요?

 

십자가 위 예수님의 머리 위에는 이렇게 쓴 명패가 붙어있었습니다.

유다인의 왕 나자렛 예수

그러나 유다인들은 빌라도에게 가서 그 앞에 자칭이란 말을 붙여야 한다고 항변하였습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 썼으면 그만이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선택하기 위해 밤을 새워 기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 안에는 가리옷 유다가 들어있습니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사람들은 그런 사람을 왜 뽑았느냐?’고 의아해하며, 왜 배반당하기 전에 그를 내쫓지 않았느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그러나 예수님도 이렇게 대답하실 것입니다.

한 번 뽑았으면 그만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밤새 기도하고 사도들을 뽑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베드로가 교회의 수장으로 정해질 때에도 아버지께서 그를 뽑으셨기 때문에 당신이 그 위에 교회를 세운다고 하신 것처럼, 사도들을 뽑는 것도 예수님의 뜻대로가 아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뽑으셨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이기에 유다가 섞여 있더라도 끝까지 그를 당신의 사도로 여기실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 자신이 부모님을 정할 수 없고, 부모님도 자녀들을 정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부부나 자녀나 형제나 모든 관계들은 하느님께서 정해주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번 정해진 관계에 대해서는 하느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유지해나가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본당에 사제가 온다면 그것은 주교님의 인사 이전에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신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교님께 청해서 바꾸어 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쉽게 바꾸려는 마음이 어쩌면 우리나라 이혼율이나 자살률 1위 국가를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면 포기하고 바꾸어버리는 것, 그것은 하느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한 번 생명을 주셨으면 끝까지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살아가야 하고, 한 번 맺어주셨으면 또한 끝까지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서로에 대한 책임을 다 해 나가야하는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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