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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 풍요로운 시간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14 조회수571 추천수3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1. 죽음과 사이좋게 사는 지혜 풍요로운 시간

1999년 12월 7일, 사업가 T씨는 장폐색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 에 입원했습니다. 부인과 누이동생은 병실에서 내일 있을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 는데, 갑자기 주치의가 만나자고 했습니다. 세 사람이 의자에 앉자,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정말 말씀드리기 송구스럽습니다만, 검사 결과 말기 암으로 확 인되었습니다." "예?" 세 사람은 의사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말기 암이라고요?" T씨는 방금들은 말을 확인하듯 되물었습니다. "예, 상당히 진행된 상태입니다." 세 사람은 충격을 받아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부인도, 누이동 생도 다리가 덜덜 떨렸습니다.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 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T씨가 의사를 바라보자 그는 더욱 심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앞으로 2,3개월 정도입니다." 세 사람은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사 물의 색채가 모두 사라지고 마치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을 바라보는 듯, 현실감 없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고개를 떨군 채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T씨가 두 사람에게 말했습 니다. 전혀 예기치 않은 말이었습니다. "누구도 원망해서는 안 돼." 부인도, 누이동생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이런 때 어떻게 그런 담담한 말을 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마음속에 불가사의한 느낌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망연 히 서 있던 두 사람은 T씨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습 니다. 담담하던 T씨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습니다. 밖에서는 마른 낙엽이 휘날려병실 유리창을 격렬하게 때리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되리라고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몰라." 세 사람은 맥이 빠진 듯 의자에 앉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 니다. 밖에서는 바람이 사납게 몰아쳐 실내에 있는 사람의 다리도 감아올릴 것 같았습니다. 기운을 되찾은 듯 T씨가 부인을 향해 말 했습니다. "여보, 지금까지 일에만 매달려 좋은 가장이 되지 못한 거 용서 해 줘요. 나는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해서 노후에 여유 있게 살면 좋 겠다고 생각했소." 부인의 눈에서는 막혔던 둑이 무너진 것처럼 눈물이 흘러내렸습 니다. "그래도 나는 오직 우리 아이들과 당신만을 사랑했는데---. 일 이 이렇게 되어 미안해요." 부인도, 누이동생도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부 인의 흐느낌이 더 커졌습니다. 이윽고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 이나 두 사람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부인은 집에 돌아와서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러다가 새벽녘에 내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에 내가 쓴 「은총 속에서」를 읽었다고 합니다. 다음날부터 항암제 투여가 시작되었습니다. 항암제에는 여러 가 지 부작용이 있는데, 먼저 위장 장애나 구토 증세가 나타납니다. T 씨는 그런 부작용을 잘 견뎌내며 평온한 표정으로 지내고 있었습 니다. 말할 수 없이 고통스러웠겠지만 아마도 부인에 대한 배려에 서 였을 것입니다. 가끔 농담을 하여 매일 병원을 오가는 부인과 병실을 드나드는 간호사를 웃기기도 했습니다. 부인의 편지를 받은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에게서 긴 이야기를 들은 후, 나는 혼잣말처럼 말했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에는 모두 어떤 의미가 있어요. 좋은 결과로 연 결될 것이니 믿음을 가지세요." 이것은 내가 일상적으로 내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애처로울 만큼 순박한 부인의 마음이 내게 전해져 왔습니다. 병원을 드나들며 간병하는 부인은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 다. 매일 바쁘게 일만 해온 남편과 이처럼 여유롭게 대화를 나눈 것은 신혼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어느날 해질 무렵, 문득 창 밖을 바라보던 부인은 서쪽 하늘의 저녁 노을이 너무 아름다운 것을 느꼈습니다. "여보, 보세요. 너무 아름다워요." "뭐가?" 남편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부인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 습니다. "정말 아름답군." 페퍼민트 그린과 핑크빛으로 물든 구름은 정말 환상적이었습니 다. 두 사람은 침대에 앉아 말없이 그 경치를 바라보았습니다. 잠자코 경치를 보고 있을 뿐인데도 두 사람의 마음은 하나가 되 어 있었습니다. 너무나 고요하고 여유로운 시간이었지요. 부인이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풍요로운 시간이라는 것이 이런 때인지도 몰라.'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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