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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18일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18 조회수814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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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 루카7,11-17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삶이 선물이듯 죽음도 선물>

 

 

    OECD 가입 후 틈만 나면 ‘비인간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수치를 수시로 확인하게 되어 자주 참담함에 빠집니다. 불행하게도 30개 OECD 국가 중에 자살률이 1위랍니다. 8년째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답니다.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다른 지표들을 참조해보면 즉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에 투자 안하기로 또 1위입니다. 그 외에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엄청나게 낮습니다. 주당 근무 시간이 긴 것은 옛날부터 유명했고 노동 강도가 높습니다. 공동체 의식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자살의 원인은 다양한 편인데, 우울증이나 만성적인 고질병, 과도한 학업 부담, 실직이나 퇴직 후의 경제적 어려움, 노년기의 고독 등등 다양한 원인들이 줄을 잇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군가의 자살은 또 다른 자살을 불러옵니다. 이 한 세상 살다보면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겪는 것은 당연지사입니다. 일생에 몇 번 실패도 겪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근원적 한계를 지닌 인간이기에 받아들여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한번 미끄러졌다고, 한번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한번 사면초가에 놓였다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안 될 일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의 문화’가 은연중에 우리들 사이로 들어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삶과 죽음 사이의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분들이 겪고 있는 지금의 답답한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분들이 지금 처해있는 암담한 처지 백번 수긍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스스로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삶이 선물이듯 죽음도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이 땅 위에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는 하느님 섭리의 손길이 담겨져 있습니다. 특별히 만물의 영장이자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의 생명은 축복이고 은총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바라볼 때는 너무나 하찮아 보이고 때로 비참해보이겠지만 하느님 쪽에서 바라볼 때 우리들의 한 생명 한 생명이 너무나 아름답고 고귀하고 숭고합니다. 결코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나는 내가 원해서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보내셔서 이 땅에 왔기에 삶에 대한 마지막 정리 역시 그분 손에 맡겨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불러 가실 마지막 순간까지 내 삶에 보다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내 삶을 긍정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삼라만상의 주인이신 예수님, 생명과 죽음의 주관자이신 주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맡겨드려야겠습니다. 선택은 우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그분께서 해야 됩니다.

 

    아직 우리가 이 땅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다면 아직 그분께서 우리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지니고 계시다는 가장 확실한 표시입니다. 아직 우리의 호흡과 맥박이 뛰고 있다면 그것은 아직 그분께서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고 있다는 가장 구체적인 표현입니다. 주어진 현실 안에서 최대한 감사하고 기뻐하고 사랑하면서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불러주실 그날까지 기꺼이 살아낼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이 그 누구로부터 사랑은커녕 관심도 눈길도, 도움의 손길도 받지 않고 고립된 섬처럼 외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죽음을 향해 휘청휘청 걸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나설 때입니다. 우리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입니다. 예수님께서 과부의 어깨를 두드리시며 “울지 마라.”라고 속삭이신 것처럼 고독한 이웃들을 향한 우리의 속삭임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 죽은 청년을 향해 “일어나라!”라고 외치신 것처럼 죽어가는 사람들,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죽음에서 일어나라!”라는 우리의 외침이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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