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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랑의 열매들 - 9.23,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3 조회수36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2.9.23 연중 제25주일 지혜2,12.17-20 야고3,16-4,3 마르9,30-37

 

 

 

 

 



사랑의 열매들

 

 

 

 

 


바야흐로 기도의 계절, 수확의 계절인 가을입니다.

 

수도원 과수원의 배들도 둥글둥글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비바람의 태풍이 지난 후

황금빛 찬란한 배 열매에 송알송알 맺힌 빗방울을 보며 느꼈던

신선한 충격이 새롭습니다.

 

 

 

 

 



“황금빛 배 열매들!

 

은총으로 익어가는 내면의 얼굴도 저러할 거다.

 

배 열매에 맺힌 송알송알 빗방울들

 

그대로 땀방울, 눈물방울 같구나.”

 

 

 

 

 



겨울, 봄, 여름, 가을…

흐르는 계절 중에 온갖 시련을 겪어내며 익어가는 가을의 배 열매들은

바로 우리의 영적열매들을 상징합니다.


수확의 열매 부실한 가을이 참 공허하듯

영적열매 빈약한 우리의 삶이라면 그 인생도 참 공허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우리의 영적열매들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요.

바로 내 영적열매들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은총의 미사시간입니다.


영적열매는 바로 다양한 사랑의 열매들입니다.

오늘은 사랑의 열매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지혜의 열매, 겸손의 열매, 환대의 열매, 인내의 열매들입니다.

모두 똑같은 사랑의 열매이지만 색깔은 다 다릅니다.

 

 

 

 

 



첫째, 지혜의 열매입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선물과도 같은 지혜의 열매입니다.

이래서 우리 분도수도회의 모토는 기도하고 일하라입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하고 부르며 하늘의 은총을 청합니다.


물질적인 몸만 있는 게 아니라 영적 몸도 있습니다.

땅에 속한 사람일 뿐 아니라 하늘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날 재앙은 하늘을, 은총을, 기도를 잊었다는데 있습니다.

하여 물질적 몸의 욕망만 남고 땅에 속한 사람만 남으니

끊이지 않는 분쟁에 불화입니다.

 


“시기와 이기심이 있는 곳에는 혼란과 온갖 악행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싸움은 어디에서 오며 여러분의 다툼은 어디에서 옵니까?

  여러분의 지체들 안에서

  분쟁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욕정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까?”

 


끊임없이 하늘 은총을 받지 못해

탐진치(貪瞋痴;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잡초 밭으로 변하는 마음입니다.


이어 계속되는 혼란과 악행이요 싸움과 분쟁입니다.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혜의 은총이

이런 모든 육적 욕망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요 하늘 향한 삶입니다.

야고보 사도가 위에서 내려오는 은총의 지혜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줍니다.

 


“그러나 위에서 내려오는 지혜는

  먼저 순수하고,

  그 다음으로 평화롭고 관대하고 유순하며,

  자비와 좋은 열매가 가득하고,

  편견과 위선이 없습니다.”

 


참 좋은 영적보배이자 사랑의 영적열매가 이런 지혜의 열매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혜의 선물입니다.

 

 

 

 

 



둘째, 겸손의 열매입니다.

 


겸손한 사랑입니다.

모든 덕의 진정성을 판가름 하는

모든 덕의 어머니가, 인간 성숙의 징표가 겸손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게 겸손이요, 겸손해야 참 사람입니다.

겸손의 아름다움이요 겸손의 매력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그리스도를 통해 위에서 내려 온 지혜 중 하나가 사랑의 열매 겸손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지혜-사랑-겸손은 하나입니다.

주님의 2차 수난예고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제자들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을 합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혜에 결핍된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지혜로운 천상스승이신 주님의 친절한 설명입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있는

꼴찌의 길, 겸손의 길, 내려감으로 올라가는 구원의 길입니다.


이런 이가 누구에게나 사랑 받고 존경 받는

진짜 성인이요 공동체의 보물입니다.

으뜸이 아닌 꼴찌가 되기 위한, 종이 되기 위한 겸손의 경쟁 사회라면

그대로 하늘나라의 실현입니다.


종의 그리스 말은 디아코노스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봉사자, 일꾼, 섬기는 사람, 하인 등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

모두가 겸손의 진상을 보여주는 번역어입니다.


억지로가 아닌

주님 사랑 때문에

자발적 기쁨으로 선택한 주님의 종으로서 겸손한 삶입니다.


마지막 주님을 만나는 날,

주님은 우선 우리의 겸손의 열매를 수확하실 것입니다.

 

 

 

 

 



셋째, 환대의 열매입니다.

 


환대의 사랑입니다.

친절한 환대보다 고마운 것도 없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사회에는 애초부터 환대의 전통이 있었습니다.

특히 가톨릭교회의 분도수도회에서 강조하는 영성이 환대의 영성입니다.


환대로 표현되는 사랑입니다.

일명 환대의 집이라 일컬어지기도 하는 하느님의 집 분도수도원입니다.


얼마 전 설립 25주년 기념 감사제 날 낭송했던

저의 자작시의 일부가 생각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오늘 천상스승이신 주님은

역시 환대의 사랑에 대한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어린이 하나를 껴안으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어린이 사랑은 참 유난하셨습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말씀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최고로 표현한 말은 찾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가 상징하는바 무력하고 가난하고 약한 인간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누구나 가난하고 병든 죄인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참 힘겹게 생존에 허덕이며 불쌍하게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오늘날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을 주님 이름으로 환대할 때

바로 그리스도를, 아니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이라는 놀라운 말씀입니다.

 


이게 진짜 신비주의의 절정입니다.

사람을 환대하여 영접하는 것이

그대로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환대 영접하는 것이라니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지요.

 


사람을 냉대하는 것은

그대로 그리스도를, 하느님을 냉대하는 일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무시의 냉대보다 큰 상처도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뿐 아니라 사람을 통해서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오늘도 주님은 우리 모두

환대의 사람이 되라고,

환대의 열매를 맺으라고

이 은혜로운 미사를 통해 우리를 사랑으로 환대하십니다.

 

 

 

 

 



넷째, 항구한 인내의 열매입니다.

 


항구한 노력의 인내의 열매 역시 사랑의 열매입니다.

하늘 향한 아름드리나무들

그대로 정주의 표상이자 항구한 인내의 표상입니다.

이래야 세상 유혹과 악에 빠지지 않습니다.

온갖 시련과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습니다.

바로 하느님 친히 배경이, 힘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화답송 말씀대로 주님은 내 생명을 떠받치는 분이십니다.

지혜서의 악인들은 역시 오늘날도 현존합니다.

 


“의인에게 덫을 놓자.

  …의인이 정녕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하느님께서 그를 도우시어,

  적대자들의 손에서 그를 구해 주실 것이다.

  그러니 그를 모욕과 고통으로 시험해 보자,

  그러면 그가 정말 온유한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인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모든 시련과 유혹은 바로 우리 항구한 인내력에 대한 시험입니다.

인생은 끝없는 시험의 연속입니다.

이 모든 시험을 통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항구한 인내의 사랑입니다.

 


항구한 인내의 노력 없이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재능도 노력을 이기지 못하며

하느님 은총의 꽃도 우리의 인내의 노력 없이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얼마 전 읽은 기사 중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선거 캠페인은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과도 같다.

  내공의 준비가 없으면 금방 으깨어진다.”

 


선거 캠페인뿐 아니라

생존경쟁 치열한 세상 현실도 ‘악마의 맷돌(Satanic Mills)’ 같아

항구한 인내와 노력의 내공이 없으며 으깨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 삶의 현장에서 항구한 인내와 노력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기도의 계절, 열매의 계절 가을입니다.

 

과연 내 사랑의 내적열매들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요.

 



지혜의 열매, 겸손의 열매, 환대의 열매, 인내의 열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사랑의 열매들이 잘 익어가도록 도와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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