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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4 조회수790 추천수14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월요일



No one who lights a lamp conceals it with a vessel
or sets it under a bed;
rather, he places it on a lampstand
so that those who enter may see the light.
(Lk.8,16)


제1독서 잠언 3,27-34
복음 루카 8,16-18

제가 중학생 때였습니다. 저의 반에서는 손가락질을 받는 한 아이가 있었지요. 부모님께서 바닷가 근처에서 생선을 팔아서인지 항상 이 아이에게는 약간의 비린내가 났었거든요. 또한 손톱 밑에는 시커먼 때가 항상 끼어 있는 등 깨끗하지 못했지요. 그러나 그런 놀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고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친구들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놀리는 경우도 있었지요.

그런데 신부가 되어 우연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 친구를 만난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근사한 양복을 빼 입고서 말이지요. 처음에는 그 친구가 아닌 줄 알았습니다. 그때의 지저분하고 구질구질해 보이는 모습은 전혀 없어지고, 대신 귀공자 같은 멋진 모습의 멋쟁이가 서 있었으니까요. 지금 어느 은행의 지점장으로 있는데 직원들과 회식하러 이 패밀리 레스토랑에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중학생 그 당시에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변하게 되리라고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그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다를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처럼 냄새 나고 깨끗하지 못해야 정상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그때의 모습이 제 고정관념 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변하는 것이며, 이 변화를 인정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섣부른 판단은 절대로 금물입니다.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현재 우리의 생활을 잣대로 하느님 나라에 대해서 섣부르게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어떤 이들은 지금 자신의 어려움과 힘듦을 이야기하며 하느님 나라가 없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현재 숨겨지고 감추어져 있는 것 같지만 언젠가 훤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마치 제 중학교 동창의 모습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비밀이 없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의 신비 역시 모든 사람에게 알려질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섣부른 판단을 멈추고, 대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오늘 독서인 잠언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네가 할 수만 있다면, 도와야 할 이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마라. 이웃에게 네 곁에서 안심하고 사는데, 그에게 해가 되는 악을 지어내지 마라.”

사랑의 삶을 살고 있는 내가 아니었을까요? 혹시 숨겨지고 감추어져 있다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당장 실천해야 할 사랑의 삶. 이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열쇠입니다.

 

대문자로만 인쇄된 책은 읽기 힘들다. 일요일밖에 없는 인생도 마찬가지다(장 파울).



교구청 사제관 입구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소국.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을 합시다.

어제 운전을 하다가 진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창문을 열고 침을 뱉고 또 담배꽁초도 버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심결이 본 장면이었지만 이내 얼굴이 찌푸려지네요. 그런 행동을 자기 차 안에서, 또 자기 집에서는 하지 않겠지요. 하면 당연히 안 되는 것을 거침없이 하는 그 운전자의 모습을 보고는 괜히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이런 상태에서 사제관으로 들어오는데, 교구청을 관리하시는 형제님께서 사제관 마당의 잔디를 깎고 계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잔디가 깎이면서 나오는 상큼한 풀 냄새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현관 입구에 놓여 있는 소국 역시 너무나도 예쁘게 피어 있더군요. 이렇게 좋은 냄새, 그리고 예쁜 꽃을 보면서 좋지 않았던 기분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입니다.

문득 내가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서 또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최대한 좋은 것을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좋은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이 세상에 좋은 행동 역시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지 않은 것을 보려고 하면 좋지 않은 것 투성인 세상입니다. 그러나 좋은 것을 보려고 하면 또 그만큼 좋은 것만 볼 수 있는 세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 나는 과연 어떤 것을 보려고 하고 있을까요?

이제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행동’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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