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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애정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5 조회수790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


  
복음: 루카 8,19-21







천사들로부터 영광을 받는 성모자



 리피(Lippi) 작, (1437),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애정 >

         어제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한 명의 대선 후보로서 지금까지와는 자세가 다르게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아버지가 한 잘못들을 공개적으로 대신 사과하였습니다. 이는 이유야 어떻든 용기 있는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요한 바오로 2세도 과거에 했던 잘못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셨기 때문입니다. 자신이나 가족의 잘못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어쨌든 큰 뜻을 위해서는 사적인 관계나 애정을 끊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가봅니다.

전에 엘리자베스 여왕에 관한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자신의 정권을 전복하려는 무리들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왕은 나라를 택할 것인지, 한 남자와의 사랑을 택할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결국 얼굴에 흰 분을 바르고 사람들 앞에 나섭니다. 흰 분을 발랐다는 것은 자신은 이제 세상에서 죽은 사람과 같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한 번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때가 영국 역사상 가장 강성했던 때라고 합니다. 스페인의 무적함대까지 격파하고 누구도 두렵지 않은 나라가 무려 4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죽기 직전 숨을 거두며 자신이 평생을 사랑했던 그 남자의 이름을 부릅니다. 나라를 위해 한 남자와의 애정을 포기하였던 것입니다. 나라를 위해 한 남자와의 애정을 포기하였지만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사랑했기 때문에 그 포기가 더 값진 것이었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어머니와 형제들이 찾아왔을 때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라고 말씀하시며 혈육의 관계가 하느님과의 영적인 관계보다 앞서서는 안 됨을 보여주십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나 엘리자베스 여왕의 경우처럼 혈육의 관계가 싫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합니다. 그것보다 더 큰 뜻을 위해서 가장 아끼는 애정을 다음 순서로 놓아야 함을 가르치려고 하셨던 것입니다.

 

제가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처음으로 걸림돌이 된 것은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유일하게 대학에 다니고 있는 저에 대한 기대가 크셨습니다. 그것을 잘 아는지라 신학교에 들어가겠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 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에게는 못 꺼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약주를 드시고 기분이 좋으실 때 방에 들어가 신학교에 들어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매우 화를 내셨습니다. 저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밤새 잠을 못 이루시다가 새벽에 저를 깨우시더니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허락하지 않으셔도 제 뜻대로 하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루카 14,26)라는 말씀처럼 가족의 뜻이 하느님의 뜻에 우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버지만이 제가 사제되는 것을 반대하셨기 때문에 어머니는 저의 사제직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제가 된 이후로 어머니의 지나친 사랑이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자들이 말하기를, 제가 보좌신부로 있는 성당에 오셔서 사무실에서 저의 어머니라 하시며, “삼용이, 여기서 말썽 안 피워요?”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신부님인데 말썽 안 피우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신자 분들이 웃으셨다고 합니다. 위신을 너무 세울 필요도 없지만 이렇게 위신이 일부러 깎일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저는 어머니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제가 있는 성당에 오시지 말아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사제관에 있는데 핸드폰이 왔습니다. 어머니였습니다. 저는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성당에 저를 보러 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 번쯤은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리는 것이 앞으로도 낫겠다싶어 전화로 그냥 돌아가시라고 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실망하시고 다시 돌아가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저도 가슴이 아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꾸 찾아오실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참으로 사제가 되기 위해 부모를 떠나려 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하느님을 뜻을 따르기 위함이지 부모님이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더 사랑하는 것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이가 당신의 어머니요 형제들이라고 하셨지만 이것은 성모님을 업신여기는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성모님만큼 아버지의 뜻을 따른 이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당신의 어머니요 형제들이라고 말씀하셔도 성모님은 기분이 상하실 이유가 하나도 없으셨습니다. 왜냐하면 당신만큼 아버지의 뜻을 따른 사람이 없으니 당신만큼 어머니 될 자격을 지닌 사람도 없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세상의 혈육 관계는 하느님을 앎으로써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은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이기에 그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오히려 하느님을 공경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이 하느님의 뜻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 사이의 애정은 하느님이 허락해 주시는 것이기에 세상의 애정에 집착하려하지 말고 먼저 하느님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하느님을 멀리하게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당신 뜻을 따르는 사람에게 모든 인관관계를 허락하십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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