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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사진을 찍지 않다가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5 조회수398 추천수6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사진을 찍지 않다가
                                                                   이순의




참!
인터넷 세상이 좋기도 하다.
<잠에서 깨어보니 유명해져 있었다.> 라고 말한 사람을 찾으니
<바이런>이며 시인이라는 알림부터 그분의 많은 것을 알리고 있다.
그 한 줄의 문장을 인용하고 싶었던 서두는.......

어느 분은 하루 아침에 유명해져 있었다는데
나는 하루 아침에 가을이 와있는 것 같다.
봄에 피오줌주머니를 차고 있다가
그 주머니를 빼고 3일 만에 산으로 올 적에는 두려움과 걱정에
공포스럽다 못해 죽고 싶기까지 했었다.
매년 자연의 변화에 순응해야만 하는 인간의 노력은 참으로 처절해야 한다
자연이라는 절대적 권력 앞에
올해는 봄 가뭄에서 코피 쏟았는데
더 긴 여름 가뭄에서는........
표현하기조차 고통스럽다.
이어서 폭우와 세 번의 태풍!
걸프전쟁을 생중계할 적에는 정말로 신기 했어도
남의 나라 일이라서
전쟁영화를 보는 것처럼 강건너 불구경이었는데
일기예보와 특별 재난방송 생중계는
농부의 목숨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하는! 
중계는 해 주는데 방어할 수 없는 무대책방송!
가뭄에 비를 내리게 한다든지
폭우에 비를 멈추게 한다든지
아니면 태풍의 방향을 다른데로 돌린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촛불을 끄듯이 후 불어서 태풍을 꺼버린다든지!
그런 대책은 없고
맞서야 되니 대비하라!
겨우 그거였다. <대비하시라.>

기저귀를 차고!
요실금이 아닌!
수술 후유증으로 방광에 구멍이 나서 기저귀를 차고
평지풍파가 요동을치던 여름날에는
살껍질이 다 벗겨지는!









그런 고생이 예고된 봄날에
카메라를 들고 성모님의 밤 산골성당미사에 참례하였었다. 
그 찬란한 촛불잔치에 카메라를 들기는 들었는데
나도 모르게 다리를 벌리고 엉거주춤한 내 모습이 카메라를 들었다.
새 기저귀를 갈아끼운 순간만 바로 서 있을뿐!
축축해지면 바로 다리를 벌리고 서서 엉거주춤한 몰골이
너무 싫어서
너무 싫어서
카메라를 놓아버렸다.
사진을 찍지 않은 계절들이 가시고!
어느 날에 정신을 차려보니!
가을풍경이 눈에 들어 온다. 







농부는 봄부터 키운 나의 것이니까 새들은 남의 것을 탐하지 마라는 경고를 철저하게 알리고 있다.









하늘은 푸르고 알곡은 익는다.







나무는 아직 어린데 열매는 주렁주렁하여 장대를 빌렸다.
농부는 한 알도, 한 가지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깨꽃이 피어 알곡이 들어 찼다.
멀리 꼬부랑 산길 가에는 초록빛깔보다 갈색빛깔이 감돌고 있다.
이 사진들을 찍은 시점이 스무날 전이니까
지금쯤은 완연한 갈옷차림으로 서릿발 오시는 길목에 서서
겨울을 맞고 계시리라!
산골의 겨울은 한 달도 더 먼저 오시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면 산사의 대추차가 그리워진다.
그러니 따끈한 그리움에 대추차를 마시러 갔다.
가을깊은 지난 주말 토요일에 직원들이랑 콧바람 쐬러 갔다.
얼마만의 여유인가?
참 세월 빠르다.
그렇게 바쁜 일상들을 어찌 살아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성큼 먼저 오신 가을이 떡허니 찻집에서 기다리고 있다.
멋진 사나이들이 함께 살았으니 가을께서도 차를 마시러 오셨으리라.










여름은 가려움과 쓰라림으로 벗겨진 살껍질을 다독여야 했는데
가을 아침은 마치 얼음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느낌이다.
봄에는 기저귀차고 여름 살을 일이 죽을 맛이더니
가을에는 
겨울에 줄줄 새는 방광을 꼬매는 수술을 할 일이 죽을 맛이다.
내 인생의 열번째 수술이 기다리고 있다.

또 여름처럼 겨울도 금방 가시것지? 
새 봄에는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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