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6 조회수816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9월 26일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He sent them to proclaim the Kingdom of God
and to heal the sick.
(Lk.9,2)


제1독서 잠언 30,5-9
복음 루카 9,1-6

이번 달 초에 저는 한 통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겉봉투를 보니 인천교구 내에 있는 어느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여학생의 편지였지요. 어떤 편지인가 궁금해서 얼른 겉봉투를 뜯고 열어보니 그곳에는 빽빽하게 적힌 조그맣고 예쁜 글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꽃 편지(?)였지요. 학교 개교 50주년을 맞이해서 학생들이 인천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께 편지를 쓰는 이벤트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또 대화도 나눠본 적이 전혀 없는 한 여학생의 예쁜 편지를 받게 되는 영광을 얻게 된 것입니다.

솔직히 기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사실 요즘에 누가 이런 편지를 씁니까? 대부분이 스마트폰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해서 서로의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조금 긴 글은 컴퓨터의 E-Mail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꾹꾹 눌러 쓰느라 힘들고, 또한 잘못 쓰면 수정하기도 힘든 편지를 제게 보낸 것이지요. 그 정성 때문일까요? 그 정성 하나로 모든 것이 다 기분 좋았습니다. 별 내용이 없다 하더라도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근처 마트에서 과자와 캔디, 초콜릿 같은 간식들을 구입해서 제게 편지를 보내 준 여학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택배로 보냈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 미소 짓게 만드는 것은 나의 욕심을 채워주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요? 이러한 사랑과 정성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미소 지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나의 욕심만 채워지면 모든 것이 다 괜찮다는 어리석고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기쁜 소식을 전하라고 파견하십니다. 당신께서 직접 뽑은 사랑하는 제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제자들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던 주님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에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주님의 모습이 조금 이상합니다. 부족하다면 그만큼 많은 것을 채워서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가지고 있는 것들을 빼앗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옷도 지니지 마라.”

이 세상의 것들은 최소한의 것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그보다는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서 길을 떠나야 함을 강조하시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간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의 이웃들에게 과연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서 다가서고 있었을까요? 혹시 사랑과 정성은 전혀 없이, 단지 이 세상의 것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핑계만 계속 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남에게 베풀거든 그 덕에 감격하기를 구하지 말라. 원망만 없다면 이것이 바로 덕이로다.(채근담)



한 여학생의 예쁜 편지. 감동 받아서 이 학생의 이름만 지우고 그대로 올려봅니다.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서 삽시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조강지처의 사행시 유머를 하나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했지만 왜 이렇게 씁쓸한 마음이 들던 지요. 아무튼 조강지처 사행시를 먼저 들려드립니다.

조: 조금은
강: 강제로 만나
지: 지금은
처: 처치곤란!

이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어서일까요? 실제로 황혼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슬픈 이야기도 있더군요.

70대 할머니께서 노인정을 다녀오시더니 할아버지에게 짜증을 내시더라는 것입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노인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지요. 그러자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에이……. 나만 영감이 있잖아!”

왜 이러한 슬픈 유머가 세상에 많이 등장하는 것일까요? 부부 사이에서도 사랑과 정성보다는 세상의 관점이 더욱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사랑과 정성이 줄어들어서는 안 됩니다. 사랑과 정성이 줄어들 때, 세상은 짜증만 나고 인상만 찌푸릴 일로만 가득한 곳이 되고 말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