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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에 대한 묵상 - 9.28. 금,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28 조회수432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2.9.28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코헬렛 3,1-11 루카9,18-22

 

 

 

 

 



‘때’에 대한 묵상

 

-제때를 아는 지혜, 제때를 사는 아름다움-

 

 

 

 

 


어제의 ‘허무’에 대한 묵상에 이어

오늘은 ‘때’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허무의 심연에서 구출해 주는 게 ‘때’입니다.

제 때를 알아 제 때를 사는 것이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때에 대한 묵상에 앞서 잠시 ‘교과서’와 ‘맛’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자연을 교과서로 하고 역사는 참고서로 삼아야 한다.’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믿는 이들이 마지막까지 언제나 봐야 할 필수 교과서 책은 딱 세 권,

‘성경’ ‘자연’ ‘내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 교과서로부터 때를 아는 지혜를 배우는 게 우선적 공부입니다.

 


‘추억의 대부분은 음식 맛’이란 말도 생각납니다.

참 오랫동안 지속되는 맛있게 먹었던 음식 맛입니다.

그러나 세월 흘러 나이 들어가면서

식욕(食慾)도 성욕(性慾)도 물욕(物慾)도 서서히 떨어져

먹는 맛도 돈쓰는 맛도 사라져 갈 때 남는 맛은 무엇일까요.


이 날을 대비해 ‘때의 맛’ ‘하느님 맛’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지혜는 때를 아는 데 있고 아름다움은 제 때를 사는 데 있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때의 리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삶은 때의 리듬의 연속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잃어버린 때는 찾을 수 없고

제 때를 놓쳐버리면 힘든 일이 한 둘이 아닙니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꽃 필 때가 있으면 꽃 질 때가 있고,

꽃 질 때가 있으며 열매를 맺을 때가 있습니다.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고

지을 때가 있으면 부술 때가 있습니다.

울 때가 있으면 웃을 때가 있고,

슬퍼할 때가 있으면 기뻐할 때가 있습니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고

찾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가 있습니다.

간직할 때가 있으면 던져 버릴 때가 있고,

침묵할 때가 있으면 말할 때도 있습니다.

사랑할 때가 있으면 미워할 때가 있고,

전쟁의 때가 있으면 평화의 때가 있습니다.

 


이게 삶의 리듬이자 때의 리듬입니다.

이런 때의 과정을, 흐름을, 리듬을 아는 지혜로운 이들은

현재의 상황에 따라 일희일비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그 때를 기다립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 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습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아름답습니다.

젊음은 젊음대로 노년은 노년대로 아름답습니다.

 


우리의 시간은 모두가

연대기적 무의미한 반복의 시간(kronos)의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의 충만한 시간(kairos)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선물인 때의 시간 안에 담긴 영원이요

때의 시간 안에서 체험하는 영원하신 하느님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속에 시간의식도 심어주셨습니다.


깨어 때를 아는 것도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때를 아는 것이 지혜이자 구원이요 제 때에 맞게 살 때 아름답습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 합니다.

한계가 없는 혼돈과 허무가 바로 지옥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일하라 낮의 때가 있고 잠자라 밤의 때가 있습니다.

때에 맞게 살라고 일과표입니다.

기도할 때 기도하고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놀고,

먹을 때 먹고 잠잘 때 잠자라고 일과표가 있습니다.

 


이런 때의 리듬에 따른 삶이 아니라

제 멋대로 먹고 자고 놀고 하는 무질서와 무절제, 무계획적인 삶이라면

곧장 허무의 밥이 되어 버리니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하여 때에 맞춰 살라 선물처럼 주어진

일과표가 고맙고 교회의 전례주년이 고맙습니다.

 

깨어 전례주년의 시기와 때에 따라 살아갈 때 내적안정과 평화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때를 통찰하여

여기 지금의 때를 충실히 사셨던 분입니다.

십자가의 여정 중에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죽음의 때를 대비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은 베드로의 고백을 통해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신 후,

고난과 배척, 죽음과 부활의 때를 예견하시며 자신을 추스르십니다.


여기 지금의 때를 아는 것이 지혜 중의 지혜요

제 때에 맞게 살 때 아름다운 삶입니다.

 

물처럼, 또 쏜살 같이 흐르는 시간입니다.


인생사계(人生四季)란 말이, 일일일생(一日一生)이란 말이 있습니다.

 

내 나이 인생사계로 하면 어느 철에 해당되겠는지요.


일생을 하루로 압축하면

내 나이 오전, 아니 오후 몇 시쯤에 위치해있는지요.

 

이렇게 묵상해 보면

멀리 있는 죽음의 때 같지만

얼마 안남은 죽음이요 선물 인생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님은 매일 미사의 때에 우리를 찾아오시어

때를 아는 지혜를 주시고 제 때에 맞춰 아름답게 살 수 있게 하십니다.

 


“주님,

  눈이란 눈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은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나이다.”(시편145,15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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