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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한 사람들 - 9.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9-30 조회수394 추천수6 반대(0) 신고

2012.9.30 주일 한가위

 

요엘2,22-24.26ㄱㄴㄷ 요한 묵14,13-16 루카12,15-21

 

 

 

 

 



행복한 사람들

 

 

 

 

 


오늘은 주일이자 한가위 대축일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고유의 명절에 오늘 하루 자리를 내드렸습니다.


오늘 한가위 대축일 새벽 성무일도 내용도 참 풍부했습니다.

특히 몇 대목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을 나눕니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오곡백과를 지어내신 주님께 어서와 조배드리세”

 


초대송 후렴을 듣는 순간

예수님의 ‘나는 참 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15,1)라는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추수감사제와도 같은 추석을 맞이하니

새삼 최고의 농부이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둥글둥글 충실하게 잘 익어가는 수도원 과수원의 배 열매들이

그대로 하느님은 농부이심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음 찬미가 대목도 새로웠습니다.

 


“제때에 계절들을 마련하시어/시간의 지루함을 없애주셨네”

 


제때의 계절들이 없다면 참 무료한 삶일 텐데

하느님은 이처럼 풍부한 수확의 계절을 주시어

우리 마음 기쁨으로 가득 채워주십니다.

 


침 초대 송 시편 중 새롭게 와 닿은 대목은

‘기쁨으로 주님을 섬겨드려라.’ 라는 대목입니다.


사실 기쁨으로 주님을 섬기는 것보다

더 큰 기쁨도 없고 중요한 일도 없습니다.

주님을 섬기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시편저자는 다음처럼 고백합니다.

 


“주께 아뢰오니 ‘당신은 나의 주님 내 좋은 것 당신밖에 없습니다.”

 


이런 기쁨으로 주님을 섬기기 위해

한가위 추석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더불어 또 두 가지 일화를 나눕니다.

어제 어느 자매님과 면담 성사 후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미안해할 때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지만 대만족이었습니다.

 


“자매님, 자체가 최고의 선물입니다.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습니까.

  제 받은 것 이 모두의 선물만으로 충분합니다.”

 


진심의 대답이었습니다.

분명 성령께서 제 마음에 불어넣은 생각일 것입니다.


또 저녁식사 후 출입구에 쌓인 좋은 분들이 보낸 추석선물을 보는 순간

‘아, 선물이 많이 들어왔네.’

독백처럼 하는 제 말에 대한 수도형제의 말이 저에게 화두였습니다.

 


“짐입니다.”

 


즉시 공감했습니다.

선물이자 동시에 짐임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좋은 선물도 시간이 지나면서 짐으로 변합니다.

심지어는 선물 같은 내 자신도 사랑하는 이들도 짐이 되어버립니다.

 



영원히 짐이 되지 않은 가장 좋은 선물은 무엇일까요?

하느님을 닮은 순수한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순수한 사랑이 가장 좋은 선물입니다.


오늘 한가위 추석 강론은

‘행복한 삶’에 대해 세 가지로 나눠 묵상했습니다.

 

 

 

 

 



첫째, 감사하는 삶이 행복한 삶입니다.

 


사람됨의 기본이 감사입니다.

감사해야 사람입니다.

감사는 겸손의 본질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입니다.

감사할 때 행복입니다.


무엇보다 추석은 하느님과 조상님들께 감사드리는 날입니다.


요엘 예언자 역시 주님의 백성들에게 감사할 것을 촉구합니다.

 


“시온의 자손들아,

  주 너희 하느님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여라.

  주님이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주었다.

  주님은 너희에게 정의에 따라 가을비를 내려준다.

  이전처럼 가을비와 봄비를 쏟아 준다.”

 


온통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도대체 우리가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눈만 열리면 모두가 선물로 받은 것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감사 또한 발견임을 깨닫습니다.

선물을 받고도 눈이 가려 보지 못해 불평불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 널려있는 감사를, 행복을 발견하지 못해

불행하고 불쌍하게 가난뱅이로 살아갑니다.

 


문득 생각나는 ‘받을 은(恩)’자가 들어가는 단어들,

은사(恩賜, 恩師), 은총(恩寵), 은덕(恩德), 은혜(恩惠), 은공(恩功)입니다.


이 모든 단어들이

우리 모두 하느님께 받은 선물인생에 감사해야 함을 말해줍니다.


이런 ‘은(恩)’자를 잊어 불행한 삶입니다.


깨닫고 보면 모두가 은총이요 감사일뿐입니다.

 

 

 

 

 



둘째, 찬양하는 삶이 행복한 삶입니다.

 


주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자연스런 감사의 응답이 찬양입니다.

우리의 우선적 섬김의 대상은 하느님이시고 섬김의 기본은 찬양입니다.

찬양으로 응답하며 주님을 섬기는 우리들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승들을 찬양의 사람, 찬미의 사람으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양의 삶이 우리를 아름답게 합니다.

찬양의 삶이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찬양의 삶이 우리를 활력 있게 합니다.

찬양의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합니다.

찬양의 삶 있어 활짝 열리는 하늘 문입니다.

찬양은 우리 삶의 모두입니다.

 


오늘 추석 한가위 날은 오곡백과를 지어내신 하느님을 찬양하는 날입니다.


요엘 예언자 역시 주님을 한껏 찬양할 것을 촉구합니다.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고,

  너희에게 놀라운 일을 한 주 너희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오늘 우리 수도자들은 아침 내내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그 하신 일 놀라워라, 주님을 찬미하라.

  그지없이 크오셔라. 주님을 찬미하라.”

 


“내가 살아있는 한 주님을 노래하리라.

  이 목숨 있는 한 내 하느님 기리오리다.”

 


찬양으로 주님을 섬기는 일이 으뜸가는 일입니다.


하여 성 베네딕도는 주님을 섬기는 하느님의 일인 기도보다

그 무엇도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찬양의 섬김을 통해 비로소 감사의 완성입니다.

 

 

 

 

 

회개하는 삶이 행복한 삶입니다.

 

회개는 믿음의 기초입니다.

우리 삶은 끊임없는 회개의 여정입니다.

 


“‘이제부터 주님 안에서 죽은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하고
하늘에서 울려오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주님 안에서 살다가 죽은 이들은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릴 것입니다.

그들이 한 일이 그들을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내 안’에서 ‘주님 안’에로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그 구름 위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앉아 계셨는데,

  머리에는 금관을 쓰고 손에는 날카로운 낫을 들고 계셨습니다.’ 라는

묘사 역시 주님의 최후심판을 예시하면서 회개를 촉구하는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회개를 촉구하는 예화입니다.


복음의 탐욕 속에 빠진 부자는 바로 우리 모두의 가능성입니다.

하늘에 닫혔고 이웃에 닫혔습니다.

 

하늘을 향한 문이, 이웃 향한 문이 없습니다.

하느님과 세상에 완전 불통된 사람입니다.

완전히 자기 감옥 안에 폐쇄된 모습입니다.


어리석은 부자의 독백입니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기자’

전혀 탓 할 바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 같습니다만

바로 이 안에는 하느님과 이웃이, 감사와 찬양이 통째로 빠져있습니다.


그대로 오늘날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런 땅에 보물을 쌓는 독점의 삶에서

하늘에 보물을 쌓는 나눔의 삶으로의 전환이 바로 회개입니다.

 


위로 하느님과 옆으로 이웃에 활짝 문을 내는

폐쇄에서 개방으로의 전환이 회개입니다.


하느님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부자의 꿈을 통해 방문하시어 회개를 촉구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비단 부자뿐 아니라 탐욕에 빠진 모든 부자들에게 해당되는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아마 꿈에서 깨어난 어리석은 부자는 식은땀을 닦으며

즉시 개방과 나눔을 통해 회개의 수순을 밟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한가위 추석 대축일에 주님은 행복한 삶의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감사하는 삶,

찬양하는 삶,

회개하는 삶입니다.

 



주님은 감사하는 마음,

찬양하는 마음,

회개하는 마음으로

이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 모두에게 한량없는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뿌릴 씨를 들고 울며 가던 사람들,

곡식 단 안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126,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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