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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 만난 택시손님
작성자이유희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02 조회수606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 만난 택시손님 19

남녀 두 분이 내차 승차하셨다. 기분이 매우 언짢아 보이기에 조심스레 목적지를 묻고 출발했다. 이럴 땐 언제나 조심조심히 최고다. 가면서 눈치를 살피는데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남자손님이 “전화해봐!” 버럭 소리를 지른다. 길을 찾다 찾다 화가 나신 모양이다. 모르는 길은 묻는 게 당연하지만 전혀 모르는 길은 묻는다고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안내자가 필요하다. 전화내용을 귀여겨듣고 정확한 장소에 잘 모셔드렸다.

손님을 내려드리고 출발하려는데 바로 앞에 서있던 분이 내차에 타려고 하신다. 느낌이 태우고 싶지 않은 손님이다. 경험상 대부분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건장한 30대 젊은 나이에 짧은 머리 검은 양복 혐오스런 얼굴 타기 전부터 전화기를 귀에 대고 통화중이다. 뭐가 불만인지 화난얼굴로 앞자리에 올라타자마자 의자를 뒤로 휙 제치고 발을 꼬아서 한쪽구둣발은 택시운전자 사진표 내 사진 얼굴을 딱 밟고 전화를 계속한다. 다시는 못 봅니다./ 끊어요./ 알았어요./ 미움과 짜증스런 언행을 쓰면서 손가락을 앞으로 까딱까딱하며 고덕동! 반말이다. “아! 어쩌지 잘 가야 할 텐데.” 반말에 트집을 잡으며 자기 화난 것을 힘없는 택시 기사에게 풀기 시작한다.

얼굴이 저리듯 짜르르하다. 내가 폭발하든 손님이 트집 잡기에 성공하든 무슨 일이 확! 일어날 것만 같다. 아니지 혹시 사진 표를 못 본건 아닐까? 내 속마음을 알았는지 이름표를 읽는다. 이 유희. 혹시 대리운전 아냐? 으~ 얼굴 보니 개인택시 맞긴 맞네! 아~ 정말 화가 난다. 코미디언 김 화룡이 말대로 일주일만 젊었어도 그냥 화~악~ 사진 표에 올려놓은 구둣발은 마치 내 얼굴을 밟고 있는 듯 분노가 솟는다. 아니지! 사진은 사진일 뿐이야! 뭘! 그걸 가지고.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가 없다.

생각해본다! 예수님은 얼굴에 침 뱉음도 당하셨는데 뭘!/ 수염도 뽑히시고 매 맞고 가시관도 쓰시고 나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뭐! 아~기도해야겠다./ 주님! 잘 참아내게 해주세요./ 나사렛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사탄아 물러가라!/ 주님! 자~알 가게해주세요./ 이런저런 생각나는 대로 기도했다./ 아제~ 빨리 빨리 쭉가! 쭉우욱!/ 네~/ 사거리 신호대기 중, 앞에 차가있다./ 그런데도 빨리 갑시다! 빨리 가라고~오./ 네~

신호는 왜? 그렇게 잘 걸리는지 원! 나는 주님만 바라보고 참으며, 부드럽게 부닥치지 않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입가를 약간 올리고, 마음을 다잡고 달려갔다.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다. 골목길에서 우측/ 좌측/ 서시오!/ 택시비를 계산한 손님이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한다. 아저씨! 우리 아버지하고 똑같이 생기셨어요. 일찍 돌아가셨지만 너무 닮았어요. 그래서 더 꼬장을 부렸어요. 죄송합니다.~ 하고는 차에서 내려 코가 땅에 닫게 구부리며 절을 한다. 아니! 이 사람이~ 두 번 닮았다간 정말 사람 잡겠네~ 부모연배의 택시기사가 꿋꿋이 참아내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들러댄 말이겠지만 문을 닫아주고는 출발하는 차 뒤에 대고 깊이깊이 절을 해대고 있다.

나는 골목길을 천천히 나서며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주님, 참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햐~! 참, 홀가분하다./ 가볍다.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존경하는 우리 신부님. 여기 정릉인데요. 와서 전화 하세요./ 옛썰! 신부님~/ 나는 신나게, 신나게 달려간다. 얏호~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 자기에~ 유익을~ 구치 않고 으 으음~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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