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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6일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06 조회수547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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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 루카10,17-24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하느님 앞에 빈손으로 나아가는 영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다보면 이런 경우 체험하실 것입니다. 정말 그 길이 아닌데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길은 끝은 허무요 절망이요 죽음이기에 돌아오라고 외칩니다. 그러나 아무리 외쳐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보여줘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잘 설명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치 절벽을 향해 외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무리 차근차근 반복해서 설명해도 도통 알아듣지를 못합니다. 마치 서로 다른 나라 말로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대화가 오고가고 무르익고 어우러지는 것이 아니라 끝도 없는 평행선을 달립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영혼의 그릇이 세상의 헛된 것들로 꽉 차 있기 때문입니다. 자만심과 교만함으로 가득 차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힘과 지적 능력을 너무 과신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커져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눈이 흐려져 정작 봐야 될 것은 보지 못합니다.

 

    소위 지혜롭다고 자처하는 사람들, 슬기롭다고 떵떵거리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그릇된 메시아상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행운(예수 그리스도)을 목전에서 놓치는 일생일대 가장 큰 실수를 범하고 맙니다.

 

    그들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겸손의 결핍이었습니다. 완전한 새로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수용력의 부족이었습니다.

 

    언제나 다음에, 나중에, 좀 더 나이 먹으면, 좀 더 세월이 흐르면, 하고 계속 미루면서 단 한 치의 영적 진보도 이루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신앙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 당시 크게 지탄 받았던 거짓 예언자들과 지도층 인사들이 대표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탄생하기 전부터 미리 미리 겸손의 덕을 닦아나간 사람들, 영혼의 그릇 크기를 확장시켜나간 사람들, 열심히 내공을 닦아나간 사람들, 즉 평소에 준비를 철저히 한 사람들은 모두 예수님 안에 긷든 신성을 온 몸과 마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처 준비가 안 된 사람들, 아직 영적 쇄신 작업이 덜 된 사람들, 진지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한 연마가 덜 된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의 신비는 요원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필요한 좀 더 필요한 노력이 있습니다. 우리 영혼의 그릇을 이것 저 것 잡다한 것으로 가득 채울 것이 아니라 비우는 작업입니다. 자신이 지닌 능력, 건강, 재산, 힘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머물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자랑할 일입니다.

 

    신기한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보다 많이 내려놓는 만큼, 보다 말끔히 비워낸 만큼, 보다 밑으로 내려간 만큼 그만큼 더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신비를 더 많이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십니다.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당신 크신 사랑의 선물을 우리 각자에게 나누어주시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십니다. 그러나 자만과 교만, 우월감으로 가득 찬 영혼에게는 나눠줄 사랑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철부지 어린이처럼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 하느님 자비 없이 홀로 설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래서 하느님 앞에 빈손으로 나아가는 영혼에게 주실 상급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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