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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13 조회수563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8주일


< 가진 것을 팔고 나서 나를 따라라 >


  
복음: 마르코 10,17-30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 >

       가을입니다. 우리나라 말에 가을을 탄다란 말이 있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가을비 내리는 날, 강의 쉬는 시간에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 빼서 비를 맞아 축축한 땅바닥에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창문 밖으로 바라보며 어디서 오는지 모를 가슴 저미는 외로움을 느꼈던 때가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짝사랑 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만이 이 가슴 저리는 외로움을 치유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을이나 첫 눈 내리는 때에 연락을 할 사람이 생겼을 때는 옆구리가 덜 시렸지만 그렇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항상 내 외로움을 채워줄 수는 없었고, 그럼에도 떠나갈까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상대도 그럴 때가 있었겠지만, 나는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는데 약간은 시큰둥한 반응이 오면 그 사람 때문에도 외로워지기도 하였습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어느 날 가을 불타는 저녁노을을 보며 차를 운전하고 있었는데 금빛으로 자라있는 벼와 단풍이 물들어가는 풍경을 보며 매우 행복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에는 가을이면 외로웠는데, 그렇다고 지금 옆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을의 풍요로움처럼 감사의 마음이 솟아올랐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나를 위해 하느님께서 준비해 주셨다는 생각에 감사와 찬미가 저절로 솟아나왔습니다. 예전의 외롭던 가을을 생각하니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한 제가 스스로 놀랍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은 사람에 대한 애착이 사라졌을 때 충만함으로 가득 찬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주먹을 쥐면 힘만 들지만 그것을 펴면 세상이 나의 것이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책 내용 중에서, 당신이 선물 받았던 화분을 두고 며칠 나와 있으면서 그 화분 때문에 마음이 편치 못했었는데, 돌아가서 그것을 남에게 주어버렸을 때 비로소 평화가 찾아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애착을 가지는 것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슬퍼진다는 불가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를 다시 느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자청년이 나옵니다. 이 청년은 모든 율법을 다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자신의 재산을 버리지 못하였기 때문에 슬퍼하며떠나갔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모든 법을 지키더라도 자신 안에 버리지 못하는 애착이 있으면 기쁜 삶은 꿈도 꿀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가르쳐 줍니다. 부자가 하늘나라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집착이 있으면 하늘나라 행복을 누리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부자는 돈을 많이 가졌다고 부자가 아닙니다. 집착이 많으면 부자입니다. 제가 행려자 무료급식소에서 봉사체험을 할 때 신문지 하나 때문에 서로 피 튀기며 싸우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겉으로는 길거리에서 주무시지만 그 분들이 부자입니다. 가지려고만 하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유명한 부자인 컨글튼 경이 어느 날 집에서 일하고 있는 하녀가 부엌에서 접시를 닦다말고 한숨을 쉬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이고, 5파운드만 있으면... 5파운드만...”

이 소리를 들은 컨글튼 경은 그 하녀에게 5파운드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힘내라며 5파운드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데 더 큰 한숨소리가 들리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10파운드라고 할 걸... 10파운드라고 할 걸...”

 

 

왜 소유하려하면 우울해지는 것일까요? 아주 단순합니다. 내가 참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소유할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니 한없는 그리움만 쌓이는 것입니다.

결혼하면 아내, 혹은 남편을 갖게 된 것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도, 남편도 내 맘대로 살아주지 않습니다. 각자의 삶이 있고, 어쩌면 그것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그렇다면 자녀는 과연 나의 자녀일까요? 만약 나의 것이라면 내 맘대로 키울 수 있어야겠지만, 자녀들은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만 커 주지는 않습니다. 내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 맘대로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화가 나고 슬퍼지는 것입니다.

오늘 부자 청년은 자신이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자신의 것이라면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은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슬퍼집니다. 다시 말해 재산이 자신의 것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재산의 노예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면 자기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재산 때문에 부자유스러워지기 때문에 재산의 우울한 노예인 것입니다.

지난 주일에 저희 구역 한 아파트에서는 전교 1등 하던 학생이 떨어져 죽었습니다. 성적이 몇 등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냥 그 성적이 자신의 것이 아님을 인정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구약의 욥처럼 주님께서 주신 것, 주님께서 다시 가져가시니, 다만 주님을 찬미할지라.”라고 하며 넘겨버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실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도 나의 것이 아닙니다.

황창연 신부님의 화가 나십니까?’ 강의 중 이런 예를 들어주셨습니다. 신부님이 20년 전에 알던 분의 시동생이라고 합니다. 이 분이 성탄절 전날 불법 유턴을 하다가 전경에게 잡혔습니다.

벌점 15점에 벌금 7만원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안 했다고 끝까지 우겼습니다. 물론 전경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너희 경찰 서장이 누구야?”

경찰 서장의 이름을 들으니 자신의 친구였고, 가만히 안 놔두겠다고 하며 전경의 뺨을 강하게 쳤습니다. 그래서 전경은 그 사람을 공무집행 방해로 철창에 집어넣었고, 그 사람은 철창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며 분을 참지 못하다가 그 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죽었습니다. 이 사람은 불법유턴 하나 한 것 때문에 자신의 목숨까지 잃게 된 것입니다. 이 분은 자존심이란 걸 버릴 수 없었던 분이었습니다.

과연 우리들 중 어떤 사람이 자신 있게, “나는 내 자신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할 능력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저도 제 뜻이 아님에도 말이나 행동이 먼저 나갈 때가 많이 있습니다.

유학 때는 한국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여 한국 식당에 가끔 가면 과식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절대 과식하지 말아야지!’라고 결심해도 한인식당에서 과식하는 버릇은 한국 돌아올 때까지 고치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도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내 것이 아닙니다. 우린 솔직히 아무 것도 내 것이 있을 수 없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소유하려하지 않고 애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침에 샤워를 하는데 커다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학하면서 머리가 좀 빠져서 샴푸를 탈모방지샴푸를 사용하는데, 보통 그것은 머리를 감고 2-3분 정도는 그대로 두어야 그 성분이 두피에 흡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머리를 감고 그것을 헹구지 않은 채 몸을 닦고는 마지막에 머리를 헹궈냅니다. 문제는 머리에 있는 거품이 눈으로 내려와서 눈에 들어가 눈을 시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닦아내도 소용없고 눈을 감고 샤워를 하면 또 매우 불편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머리를 조금 숙여보았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샴푸 거품이 바닥으로 떨어질 뿐 눈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은 너무 머리를 들고 샤워를 했던 것입니다. 조금만 숙이면 샴푸가 눈에 들어가는 고통이 없는데도 그 고개를 숙일 줄 몰랐던 것입니다.

조금만 머리를 숙입시다. 나 자신도 주님의 것이고, 내가 가졌다고 착각하는 모든 것들, 모든 애정들도 다 주님의 것이라고 고백해봅시다. 그러면 주님의 모든 것이 나의 것이 됨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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