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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버지를 위해 죽을 수 있나?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17 조회수370 추천수2 반대(0) 신고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예수님께서 게쎄마니 동산에서 하느님께 기도드릴 때 처음에는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다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소서."(마르 14,36ㄱ)

하고 기도하셨습니다. 인간적인 심리를 드러내시는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기도에 대해서는 성부께서 즉시 답을 주셨는데, 그땐 아무 답도 안 해주셨습니다.

그러자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신 예수님께서 즉시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르 14,36ㄴ) 하며 현세 생명에 대해

포기하고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출처: 미리내 천주성삼 성직수도회

        정행만 신부님의 사제서품 60주년 기념 강론집 (90쪽에서)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묵상하며 다른 기도에 대해서는 성부께서 즉시 답을

주셨는데, 그땐 아무 답도 안 해주셨다는 말씀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왜 게쎄마니 기도에서는 즉시 답을 주시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제물로 데리고 모리야 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입니다.

아브라함의 마음을 통해서 성부 하느님의 마음을 묵상해 보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사악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번제물을 바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소 떼에서 고른 예물을 번제물로 바치려면, 흠 없는 수컷을 바쳐야 한다.

주님 앞에서 호의로 받아들여지도록, 그것을 만남의 천막 어귀로 가져온 다음,

번제물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그러면 그 제물이 그를 위해 호의로 받아들여져,

그의 속죄가 이루어진다."(레위 1,3-4)

 

번제물을 바치면 속죄가 이루어집니다.

이 사실을 아브라함과 이사악도 이미 알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창세기가 성경의 가장 처음에 나오는 책이기는 하지만 가장 먼저

쓰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이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가져다가 아들 이사악에게 지우고, 자기는

손에 불과 칼을 들고 둘이 함께 걸어갔습니다. 이 장면을 묵상해 보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둘은 그렇게 말 없이 걸었을까요?

그 시간 동안 아브라함의 마음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일어났을까요?

아브라함은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요?

아들이 뭔가 물어 올텐데... 얼마나 마음을 태웠을까요?

 

이 아브라함의 마음을 통해서 게쎄마니에서 예수님의 기도에 즉각 응답을

안하시는 성부 하느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뭐라고 말할 수 있었겠습니까?

아들의 죽음 앞에서 ...

"이사악이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에 있습니까?"

하고 묻자, 아브라함이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하고 대답하였다. 둘은 계속 함께 걸어갔다."(창세 22,8)

 

둘이 함께 걸어가는 시간 안에서 이사악은 아버지의 말씀을 깊이 묵상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둘이 함께 걸어가며 아버지의 말씀을 묵상하는 이사악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들 이사악이 함께 걸어가는 시간 동안 얼마나 힘든

여정의 시간을 보냈을까요? 그래서 성경은 이 시간을 그렇게 표현했나봅니다.

예수님께서 피땀을 흘리신 시간이라고...

아마도 성부 하느님께서도 예수님처럼 피땀을 흘리셨을 시간입니다.

아,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묶어 제단 장작 위에 올려놓았을 때를 묵상해 봅니다.

이사악은 얼마나 깊은 묵상을 했을까요?

이사악은 어떤 묵상을 했길래 아버지 아브라함이 자신을 묶어 제단 위에 올려

놓을 때에 저항하지 않았을까요?

 

아브라함과 이사악은 하느님께 번제물을 바치러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번제물이었을까요?

번제물로 바치는 사람이 아버지 아브라함이기에 번제물을 바침으로써

죄가 사해지는 사람은 아브라함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사실을 깊이 묵상한 아들 이사악은 아버지가 자신을 묶어 제단 장작

위에 올려 놓아도 저항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버지를 사랑했던 아들입니다.

자신이 번제물이 되어 아버지의 모든 죄가 다 사해질 수 있다니...

 

이 세상에는 아들을 사랑해서 대신 죽을 아버지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사랑해서 이사악처럼 아버지를 위해 죽을 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 사랑을 이사악이 실천했고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실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순교자들이 실천했습니다.

 

그리하여 이사악을 살려주신 하느님께서 그분들도 살려 주셨습니다.

그분들은 죽지 않고 살아계십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깊이 느끼는 묵상시간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우리를 살리셨음을 고백하며 감사드립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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