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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있기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3 조회수771 추천수14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


  
복음: 루카 12,35-38






그리스도


엘 그레코 작, (1606), 톨레도 주교좌 성당


     <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있기 >

        어제 새벽미사를 마치고 오후에 있을 강의준비를 하였습니다. 월요일이지만 쉬지도 못하고 강의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약간은 귀찮기도 했지만, 어차피 하기로 한 것이니 열심히 준비하였습니다. 준비를 다 마쳤을 때는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며 너무 만족하여 피곤함도 잊었습니다. 이제 점심 먹고 한 시간 쉬고 한 시간 성체조배 하고 신학교로 가면 그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때 마지막 순간에 너무 정신없게 저장하다보니 잘못 눌러서 지금까지 해 놓은 파워포인트가 영구 삭제되어 버렸습니다. 저는 보통 무엇을 만들어놓으면 여러 군데 저장해 놓는데 이것은 어디에도 저장되어있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해 놓은 것이 순식간에 다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순간 하느님께 대한 불만이 갑자기 끓어올랐습니다. 당신 위해서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수업준비 한 것까지 날아가게 만드시는 분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지금 바로 다시 수업준비를 한다고 하면 점심도 먹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고 수업 갈 때까지 피곤함을 무릅쓰고 다시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하느님이 원망스러워 그냥 대충 준비를 해서 대충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가까스로 다시 파워포인트를 만들어 차를 타고 신학교로 가는데 약간은 슬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일을 하지만 즐기지는 못하는구나!’

강론을 들어줄 사람들을 만나기를 설레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는 말을 해 주어야 하는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하루 강론을 써온 것 같고, 강의도 그 시간이 기다려지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니 힘들지만 억지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가르치면서 얻는 만족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 예수님을 위한다는 스스로의 위로였지 마음에서 저절로 솟구치는 그 기쁨과 평화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엔 주인이 돌아올 때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가 곧바로 문을 열어주는 하인은 행복하다고 합니다. 하인이 주인이 돌아오기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준비하고 있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주인이 매우 무섭거나, 혹은 주인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무엇 때문에 매일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예수님을 많이 사랑해서일까요, 아니면 무서워서일까요?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해야 해서 하는 것이지 예수님을 그렇게도 많이 사랑해서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지금 죽어도 좋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것이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좀 쉬고 싶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더라도 제대로 바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열심히 주님의 일을 하며 깨어 기다리는데 힘겹게 기다리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대로라면 주인이 종의 시중을 들어준다고 하는데 주인을 사랑하여 충실히 산 것이 아니었다면 그 분의 시중을 받으며 얼마나 미안하겠습니까?

 

주인이 하인의 시중을 들어줄 정도이면 주인이 하인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하인도 주인을 사랑하여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깨어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떠한 마음으로 깨어 기다려야 하는 것이냐일 것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의 월급날만 기다린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께서 월급을 타시는 날이면 초코파이 한 박스를 사오셨습니다. 이렇게 기다리는 것을 아시기에 아버지도 우리를 실망시키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 기다림은 즐거운 기다림이었습니다.

어떤 여인을 사랑하고 있을 때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환청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너무나 기다리면 전화소리가 환청으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이런 기다림도 설레는 기다림입니다.

우리는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지만 마지막 우리가 죽는 순간을 어떤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까? 과연 예수님이 오셔서 너무 고마워서 앞치마를 두르고 우리 시중을 들어주실 때 부끄럽지 않도록 선물꾸러미를 들고 오시는 아버지나, 혹은 애인을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까? 가장 잘 깨어 기다리는 방법은 그 분을 더 사랑하는 길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 기다리게 되고 그 기다림 자체가 설레고 행복한 기다림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의 사랑을 더 배우고 나의 부당함을 더 깊이 깨달아 예수님을 더 사랑하는 하루가 되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러면 저절로 설레는 마음으로 그 분을 깨어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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