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많이 받지만 적게 내놓는 우리 교육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3 조회수725 추천수11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


복음: 루카 12,39-48






책을 보는 성모자


보티첼리(Botticelli, Sandro) 작, (1483), 밀라노 폴디 페촐리 미술관


     < 많이 받지만 적게 내놓는 우리 교육 >

       요즘 제가 받은 최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중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한 GenieTalk이라고 한국어-영어 자동통역 서비스가 있습니다. 재미로 받아서 써 보았는데 여행할 때 사용하면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번역을 해 주었습니다. 이젠 일본어, 중국어, 불어 등도 만든다고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여행을 하기 위해서 외국어를 굳이 배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좀 허탈했습니다. 갑자기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학 나갔을 때 이태리어를 배우기 전에 외국에서 온 학생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은 영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것은 10년이 넘지만 말은 잘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은 영어를 2-3년 배웠다고 하는데 유창할 정도로 잘들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내내 영어를 공부했다고 말하기가 창피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영어를 위해 쏟아 붓는 교육비는 단연 세계 1위입니다. 아예 가족이 떨어져 아버지는 한국에, 어머니와 아이들은 외국에 상주하면서 아이 때부터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가족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영어 능력은 세계 100위권 밖이고, 세계 최빈국 소말리아, 르완다, 우간다보다 낮으며, 아시아 20개국 중에서도 19위라고 합니다.

영어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전체적인 지식은 세계 상위권입니다. 그러나 실제 교육을 통해 달성된 능력으로 노벨상을 탈 정도의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아니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대학 등록금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로 비싸고, 미국이 우리보다 잘 살고 국가나 기업의 지원하는 것들을 포함하면 실제 학생이 부담하는 등록금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세계 최고로 많은 돈을 내며 교육을 받지만 그런 교육으로 나오는 결과는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결국 비싼 교육비 때문에 아기를 덜 낳아 저 출산율 세계 1위라는 오명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내리신 첫 번째 계명은 자녀를 많이 낳아 번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자녀를 많이 낳으면, “너희 집 돈 많은가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녀를 키우기 어려운 나라로 변해버렸습니다. 즉 하느님의 계명을 가장 잘 따르지 못하는 나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고 말씀하십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내가 많이 투자하는데 그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투자를 줄여야 하는 것이 이치입니다. 사랑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이 남편이고 아내, 혹은 자녀들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더 큰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에게 내가 주는 것보다 덜 받고 있다고 느끼면 그만큼 더 섭섭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일을 맡긴 사람들에게 그 중책에 맞게 책임을 요구하실 것입니다. 사제나 수녀님이 매일미사 하는 것이 칭찬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 신자들에게는 칭찬거리가 될 것입니다. 많은 받은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내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 우리교육은 우리가 많이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덜 내어놓고 있는 것입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 부모님은 그 교육열 때문에 소 팔아서, 땅 팔아서, 은행대출 받아서 대학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대학생을 둔 부모들은 허리가 휘어집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행복도도 세계 꼴찌이고 자살도 가장 많이 합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이런 비효율적인 교육제도를 뿌리부터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노벨상을 휩쓰는 유태인들은 어떻게 공부할까요? 그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도 2-3년은 글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글을 가르치면 아이들의 창의력이 글에 갇혀버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에 들어간 아이에게 물어보니 고등학교 때 8시간씩 잤다고 인터뷰를 합니다. 많이 자야 집중력도 좋아진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몇 개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우리나라와는 정 반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34이라고 3시간 자면 붙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을 들으며 공부해야 합니다.

또 경제대국인 독일은 글만 1년 배우고 덧셈-뺄셈만 또 1년을 배웁니다. 절대 구구단 먼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손가락을 사용하든 발가락을 사용하든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가게 합니다. 미리 선행학습을 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자전거 면허증, 인명구조 면허증과 같은 것을 필수적으로 따도록 하는데 이렇게 하여 공부는 좀 못하더라도 여가생활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한 교육에 시간을 많이 투자합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하고 있는 주입식 교육처럼 했다가 나온 인물이 바로 히틀러였고 자만으로 인해 벌였던 전쟁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뿌리부터 교육을 바꾸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공부시간이 매우 적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정도의 성취율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4-5명이 그룹으로 공부하며 서로 자신이 아는 것을 나눌 줄 아는 교육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누면 혼자 오래 공부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능률이 상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아이들은 등수에 목숨을 걸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성적비관이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공부 스트레스로 성당을 멀리해서 영원한 냉담자를 만드는 사회구조입니다. 많이 투자하면 많이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 이치입니다. 이것이 진리라면, 더 이상 이런 비정상적인 제도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 삶도 받은 것만큼 돌려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우리 사회도 투자하는 만큼 거두어드릴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구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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