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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눈이 오신게 아니라.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4 조회수415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눈이 오신게 아니라
                                                        이순의









벌써
몇 번째인지 모릅니다.
여름은 가뭄과 비로 농심이 타지만 가을은 찬 서리에
연한 잎사귀들 얼굴까봐 농심은 탑니다.
이불을 덮을 수 있다면 덮으려 할 것입니다.
군불을 땔수 있다면 밤을 새워서라도 때려 할 것입니다.
하지만 군불도 이불도

소용이 없습니다.
오히려 저 어린 먹거리들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눈처럼 내릴 서릿발을 예견하지 못해서
늦게까지 씨를 심은 것은 아닙니다.
함께 먹고사는 터전이신 일손들의 시린 고생을 몰라서
늦게까지 씨를 심은 것은 아닙니다.
하도하도 비가 오셔서
진창에 씨를 심을 수 없던 어느 하루에
반짝 햇살이 비치던 날에
아까운 땅을 채우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짝궁에게 야단을 호되게 맞았습니다.
가을 된서리에 다 얼고나면
큰 손해가 나기 때문입니다.
작은 손해가 아닌 큰 손해 앞에서
애끓는 마누라의 농심을 알고도 그만 큰소리로 야단을 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천만 다행히
윤달이 있어서 절기가 미뤄진 탓일까요?
조금은 서운하지만
안클까봐 속앓았던 작물이
그래도
쪼곰 어린시집은 보낼 수 있을 만큼은 커 주어서
이번주면
이번주에는 수확을 마칠 것 같습니다.






가을 된서리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잔인합니다.
손 다으면
똑깍 부러지는!
이불도 군불도 그 시린 얼음을 녹이지 못합니다.
사람의 손으로 녹이려는 어떤 방법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강제적 손길로 녹이려들면
신선도를 상실하고 뜨거운 물에 데친 것처럼
모든 모세혈관들이 죽어 흐믈거립니다.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요.





하늘에서 약하디 약한 빛줄기가 살살살
어르면서 간지럼을 태우면
그저 방실 한 번 웃어주다가 말아버리는!
햇님도 주춤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여름 태양처럼 쨍하고 올라와 촥 하고 한방에! 
한방에 녹여버리면 좋겠는데
산 능선에 주저 앉아 
농심의 심정을 약오르라 하시는 것인지? 






기다려야 합니다.
작년에는 9월에 맞은 된서리로 10월12일에 마지막 작업을 했습니다.
올해는 많이 기다려 주셨습니다.
짝궁한테 야단맞고 혼자 눈물났던
고단한 여름을 위로해주실 요량이신지
참 많은!
참 많은 날들을 연기해 주고 계십니다.
햇님께서도
얼은 잎사귀의 가는 핏줄들이 화상으로 상처입지 않게
달래고 어르느라고
저 산등성이 뒤에서 주춤주춤 머뭇거리나 봅니다.
햇님만큼
햇님만큼 완전한 치유자도 없습니다.
급한 농심은 햇님에게서 인내를 배우고 있습니다.






눈이 오신 게 아니라 서리라 하시니!
<에라 고구마나 먹자.>
기다림의 무료함을 달래느라고
누군가 가져와 모닥불에 던져 놓은!
군고구마!
진짜 맛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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