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24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에페3,2-12 루카12,39-48

정주(定住)와 환대(歡待)

오늘은 ‘정주와 환대’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저는 오늘 복음 묵상 중

우리 분도 수도회의 주요 영성인 정주와 환대가 떠올랐습니다.

여기 로마 유학 중인 수도형제의 방은

그대로 정주의 상징이자 모두에게 활짝 열린 ‘환대의 방’임을 느꼈습니다.

냉장고, 선풍기, 책, 이콘, 컵 등 방 안의 비품 대부분이

한국 수도형제들이 유학을 마치고 떠날 때 남기고 간 것이었고

여기 사는 이국 수도형제들도 자주 찾는 방임을 감지했습니다.

“수사님은 오늘 하루 완전히 우리를 위해 봉헌하시는 군요.”

“예, 그 말이 맞습니다. 주님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총회를 끝내고 로마를 방문한 우리 세 수도형제들을 위해

10.19-10.22일 까지 만 4일 간 자신의 시간 전부를 내어

봉헌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환대하며 로마 곳곳을 안내했던

수사님이었습니다.

평생 이렇게 많이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적도 없을 것입니다.

축복된 장소들에서 축복 가득한 일정이었습니다.

정주와 환대는 함께 갑니다.

진정 주님 안에 정주할 때 저절로 주님과 이웃에 활짝 열린 환대입니다.

무의미한 반복의 폐쇄된 정주가 아니라

늘 깨어 주님을 기다리며

이웃에 활짝 열린 제 자리에 충실한 정주입니다.

밖으로는 끊임없이 주님을 기다리는 산이 되어,

안으로는 끊임없이 주님을 향해 흐르는 강이 되어 살 때

늘 매일 새로운 날의 정주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 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주님이 주신 제자리의 정주에 충실하며

찾아오시는 주님을 환대하는 이들이 진정 슬기로운 사람입니다.

성 베네딕도는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 하셨습니다.

미사와 성무일도의 공동전례기도를 통해서만 주님을 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통해서도 주님을 환대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인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에게

자기의 모든 재산을 맡겼듯이,

주님은 정주와 환대에 충실한 우리들에게

자기의 많은 것을 맡기시며 풍성한 축복도 주십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 만큼 청구하신다.”

주님은 주신 만큼 요구하시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 주신 내 정주의 제자리에서 제 직분에 충실하며

모두에 활짝 열린 환대의 정신으로 살면 충분합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충실하고 슬기로운, 행복한 주님의 사람들입니다.

늘 깨어 정주와 환대의 삶에 충실할 때

우리 모두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정주의 삶에 충실하다 당신을 환대하는 우리 모두에게

한량없는 축복을 내려주십니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이사12,3).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