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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 마을 축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7 조회수378 추천수0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4. 죽음의 체험과 확신 마을 축제

어느 해 이른 봄, E씨의 어머니는 감기에 걸렸는데 폐렴으로 이 어질까 봐 일주일 정도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에 열도 내려가고 기 침도 멎고 활기를 찾아, 입원해야 한다고 법석을 떤 것이 좀 지나 쳤던 것같이 생각되었습니다. E씨가 문병을 가자 어머니는 낮잠을 자고 계셨습니다. 잠자코 곁 에 앉자 인기척을 느끼셨는지 문득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딸의 얼 굴을 보자마자 "네 동생은 마을 축제에서 돌아왔니?" 하고 난데없 이 축제와 동생 얘기를 꺼내셨어요. 어머니는 어렸을 때 바닷가 작은 마을에서 살았는데, 10월 29일, 30일의 마음 축제가 너무나 즐거웠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E씨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말했습니다. "엄마, 축제는 아직 반년이나 남아 있잖아요? 그리고 엄마는 70 년 이상이나 그 마을을 떠나 동경에서 사셨잖아요? 또 동생은 그 마을에 간 적도 없는데 왜 지금 마을 축제와 그 아이 얘기를 하시 는 거예요?" 그녀의 말을 듣고 계신 듯하더니 어머니는 다시 정색을 하며 말 씀하셨습니다. "마을 축제에서 네 동생이 돌아왔냐니까?" '이제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그 아이는 지금 시카고에 있잖아요. 더구나 걔는 마을 축 제를 알지도 못해요." E씨는 어머니를 제정신으로 돌리려고 말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수긍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안심했습니다. '아, 어머니가 이제 낮잠에서 깨어나셨구나.' 그런데 그녀가 어머니의 잠옷을 갈아입히고 돌아서서 병실을 나 오려하자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마을 축제에서 걔는 돌아왔니?" 그녀는 어머니가 틀림없이 치매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우울한 마 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가 어린아이였던 80년도 더 되는 옛날, 시골에서 마을 축 제는 대단한 행사였고 '고향을 떠나 있던 사람도 그때는 선물을 잔 뜩 사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왔지' 라는 얘기가 문자 그대로 살아 있 던 시대였습니다. 하여튼 마을 축제 때는 고향을 떠난 사람들도 돌 아오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 축제에 도시에서 온 사람들로 크게 떠들썩한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지요. 이것은 누구 에게라도 가슴 설레는 추억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E씨는 섬뜩한 충격을 받고 길가에 멈춰 섰습니다. '엄마는 돌아가실 준비를 하고 계신지도 몰라. 돌아가시 기 전에 동생을 보고 싶어 그러시는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스쳐갔 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시카고에서 바쁘게 지내고 있는 동생을 불러들일 만큼 어머니에게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동생을 만나고 싶 다고 말씀하신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머니는 동생을 만나고 싶어하시는 거야' 하고 결론을 내리고 동 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놀라는 동생에게 "어쨌든 지금 바로 어 머니를 뵈러 와" 하고 말했습니다. 동생은 다급한 말투 때문에 어 머니가 위독해서 초를 다투는 상황이라고 알아들은 것 같았습니다. 동생은 모든 것을 제쳐두고 첫 비행기를 타고 도착하자마자 공 항에서 병원으로 왔습니다. 이번에 놀란 것이 어머니였습니다. 내 일이라도 퇴원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어머니 앞에 파랗게 질린 동생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바쁠 텐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 회사 일로 출장 온 거냐?" 하고 짐짓 놀란 듯하면서도 여유 있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며 아연한 것은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은 어 린 시절로 돌아간 듯 시카고에서의 생활을 얘기했습니다. 어머니 는 어린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처 럼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운 듯 웃고 있었지요. 그것은 동생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누나 덕분에 큰 고생은 했지만 어머니와 이런 시간을 갖게 되다 니, 하느님의 선물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동생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정말로 하느님이 내려주신 좋은 선물이구나. 나는 일생을 통해 하느님께 많은 선물을 받았단다. 아버지도, 너희 둘도 하느님의 선 물이지. 많은 선물을 받아 행복했다. 그리고 네가 이렇게 나를 만 나러 와주어 정말 고맙다. 어렸을 때는 마을 축제만큼 가슴이 울렁 거리는 일이 없었는데, 오늘은 그 이상이야. 오늘은 내 인생의 축 제야. 정말 고마워. 모두에게 고맙다고 전해 줘. 하느님, 이렇게 많 은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들떠서 말씀하시던 어머니가 나중에는 조용하게 중얼 거리듯 말을 맺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향해 가슴속에 있 던 생각이 둑이 무너진 듯 흘러넘치는 것 같았습니다. 동생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일순, 깊은 침묵의 시간 이 흘렀습니다. 어머니는 갑자기 만세 부르듯 양손을 치켜들고 "기쁘다!" 하고 외쳤습니다. 동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미처 몰랐습니다. 어머니는 두 팔 을 그대로 뻗은 채 두 눈을 빛내며 지복의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응 시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대로 뒤로 쓰러지듯 넘어졌습니다. 뻗 었던 양손이 몸 위로 떨어지자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돌아가셨습 니다. 어렸을 때 마을 축제가 너무나 기뻤듯이 어머니는 인생의 마지 막 날을 가장 큰 기쁨에 가득차, 살아 있는 우리로서는 측량할 수 없는 어떤 아름다운 것을 두 눈으로 보면서 저 세상으로 떠난 것입 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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