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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9 조회수722 추천수16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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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월요일-루카 13장 10-17절

 

“아브라함의 딸인 이 여자를 사탄이 무려 열여덟 해 동안이나 묶어 놓았는데, 안식일일지라도 그 속박에서 풀어주어야 하지 않느냐?”

 

<결론은 사랑>

 

 

    저희 수도회 규칙을 제정해나가는 과정을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수도회가 시작될 초창기에는 그야말로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창립자를 중심으로 모든 멤버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있는 가정과도 같았기에 따로 규칙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저 창립자의 눈빛 하나 말씀 한 마디면 다들 알아서 척척 잘 처신을 했습니다.

 

    그러나 수도회가 점점 커지면서 회원들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다양한 성향과 부류의 사람들이 입회하면서, 동시에 생각이나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들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들 알아서 잘 살았지만 그래도 꼭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이 필요했고, 동시에 이들을 하나로 묶는 끈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회칙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규칙이나 법은 왜 생겨났을까요? 그 과정은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 없어도 살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이 꼭 있게 마련이지요. 밥 먹듯이 일탈행동을 하고 기본적인 예의범절도 지키지 않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 엄청 속이 상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겠지요. ‘야, 저렇게 막 살아도 아무 문제없구나. 나만 손해 볼 필요 없지.’

 

    이런 이유로 최소한의 공동선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제정된 것이 법이요 제도요 규칙입니다. 그것들은 원래 최소한의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인 것이고 상식적인 것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목숨 걸고 제정하여 지켜온 율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율법을 만든 사람들은 선의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호하려는 아주 좋은 의도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로 인도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율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율법 만드는데 재미를 붙인 율법학자들은 점점 그 가짓수를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율법은 짐이요 속박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성들의 일상적인 삶 하나하나를 통제하고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고통이 근원이 되고만 것입니다. 원래 인간을 보호하고 살리고 힘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율법이 이제 인간을 망치고 힘들게 하고 죽이는 도구로 전락한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악법이 안식일 규정이었습니다. 과중한 일과 세파에 시달리는 인간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었습니다. 이 안식일 규정은 주로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겠습니까? 일중독 증세에 빠진 사람들입니다. 아니면 인간을 하나의 도구나 부품으로 여기는 기업의 CEO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외치는 규정입니다. 기계처럼 주일도 없이 혹사당하는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안식일에 쉬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쉬는 것이 무엇입니까? 하루 온 종일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않고 마냥 거실에 드러누워 있는 것이 쉬는 걸까요? 식사 준비하는 것도 힘드니 단식하면서 하루 종일 흔들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쉬는 걸까요?

 

    절대 아니겠지요. 때로 몸을 움직일 필요가 있다면 움직이는 것도 휴식입니다. 아름다운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몇 시간 걷는 것,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다 좋은 휴식입니다.

 

    예수님 입장에서 열여덟 해 동안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여자를 고쳐주는 것, 안식일에 가장 좋은 휴식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계명이나 율법에 짓눌려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신앙인보다는 능동적 사랑의 실천을 통해 힘차게 살아가는 적극적인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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