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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보답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12-10-29 조회수498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보답
                                   이순의




매년 격는 일이지만
여름을 서로 복작거리며 살다가 보면
미운정 고운정이 아닌
힘든정 고생스런정이 든다.
한 해의 마지막 작업이 끝나기가무섭게
여름내내 함께 수고했던 수 많은 장비들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느라고
바쁜 손들이 더 바빠진다.
책임자.
농장주의 입장에서는
수 없이 많은 여름 날의 사연들 속에서
안전사고 한 건 없이 무사히 마쳐 주심에 감사하게 되고
묵묵히 따라 최선을 다 해 주심에 감사하게 되고
정 들었는데 헤어져야 하는 날이 가까우니 섭섭하고.......
만감이 교차를 한다.
그러니 뭐라도 선물을 주고 싶은데......




봄날 아직 바쁘기 전에
직원들과 함께 심은 들깨를
여름 내내 쌈 싸먹다가
내 정신없이 바빴어도 누군가는 틈틈히
들깨를 베다가 나르고 말리고 털고!
그러니 자루째 들고 방아간으로 갔다.







직원들이 저녁식사 자리에서 마신 소주병이 기름병이 되었다.
술만 줄 것이 아니라 들기름도 한 병씩 주고 싶으다.
그런데 미처 캐지 못한 감자는 가져가실만큼 캐 가시라 했더니
맷돼지가 다 먹고 없는 걸 뭐 먹을 게 있냐고 한마디씩 대꾸를 한다.
그래도
각자 알아서 제법 제 먹을 보물찾기는 다 잘한 것 같다.
후후
총각무 농장이니 초롱무 김치도 한 통씩 담아서 들려드리고
산에 올라가 글쿠버섯을 따 오신 양반은 글쿠 버섯 말린 것을 한 봉지 챙겨 드리고
산신령 지팡이 같은 나무를 주은 사람은 그걸 어디에 쓰려는지 
잘도 챙겨 묶었다.
먼저 가는 분, 나중 가는 분!
한 사람, 두 사람씩 떠나고
단촐한 식구만 남았다.








<언니, 우리 차 한 잔 하러가요.>
내가 밖깥 일을 할 수 있게 안살림을 지켜주신
나의 아내 같은 주방언니
여직원!
남자직원들이랑 콧바람을 쐬러 갈 때도 혼자만 집을 지켜야 했다.
남자직원들이 귀향하려 서두를 때도
그 초롱무 김치 담아서 한 통씩 다 손에 들려 주었다.
그 많은 먹성들께서
배 불러서 못 먹었지 맛 없어서 못 먹지는 않았질 않는가?!
오늘도
남은 직원들이 겨울동안 먹을 찬거리준비를  하시느라고
젖은 손이 마를 시간이 없다.
내가 언니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정해진 보수 뿐인가 보다.
그 애잔한 마음에
찾집을 나와 살며시 손을 잡아보니
가수 하수영이 부른 노래가사가 목구멍에 걸린다.
젖은 손이 애처러워 살며시 잡아 본 순간 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그런데 노랫소리대신 엉뚱한 소리만 나불대고 말았다.
<언니가 내 마누라였소.>
에구 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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