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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02 조회수761 추천수13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11월 2일 위령의 날



Blessed are the poor in spirit,
for theirs is the Kingdom of heaven.
(Mt.5,3)


제1독서 욥 19,1.23-27ㄴ
제2독서 로마 5,5-11
복음 마태오 5,1-12ㄴ

언젠가 동창신부들과 함께 여행 일정을 잡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부담이 되었지요. 왜냐하면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좀 빠졌으면 하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동창신부들이 ‘같이 안 가면 죽음!’이라는 식으로 협박을 합니다. 동창신부들은 잠깐 만나고 말 사람들이 아니지요. 평생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이고, 또한 제가 죽었을 때 저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입니다. 따라서 바쁘다고 함께 하는 것을 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출발하는 그 순간까지 마음의 부담이 가득했습니다.

아무튼 어떻게든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그래도 떠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준비도 없었고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이 자리를 보면서 ‘그래도 떠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후회가 가득하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처음의 마음에 그대로 내 마음을 고정시키곤 합니다. 후회의 마음, 부정적인 마음에 고정시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지요. 그 결과 ‘그래도 하길 잘했다. 그래도 떠나길 잘했다’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내 마음을 고정시켜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으시는 분이시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작은 생각으로는 도저히 주님의 생각을 알아챌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내 마음을 고정시켜서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까요?

오늘 우리들은 위령의 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죽은 모든 사람들, 특별히 연옥에 계신 영혼들이 하루빨리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날입니다. 이는 곧 공은 서로 통한다는 통공 교리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기도하는 그 공을 연옥에 계신 영혼이 받아서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 역시 하늘나라에 계신 영혼들의 전구를 통해 나중에 구원을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 통공 교리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세상의 삶, 특히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삶을 추구하면서 죽음 뒤의 삶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돈 벌어야 된다는 이유로 뒤로 미루었다가 나중에 과연 주님 앞에 섰을 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한숨을 쉬면서 큰 후회만을 남기겠습니까?

먼 훗날, ‘그래, 그때 그렇게 기도하길 잘 했어. 그때 주님의 뜻대로 살기를 잘 했어.’라고 말하면서 옛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칭찬할 수 있도록,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잘 정리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제는 후회할 일을 만들 때가 아니라, 기뻐할 일들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어떤 꽃씨라도 제대로 심고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가꾸면 반드시 꽃을 피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미즈타니 오사무).


위령의 날이면 생각나는 주님 곁에 먼저 간 저의 동창신부입니다.



내 마음을 정리합시다

예전에 인도의 ‘바바 하리 다스’가 쓴 ‘성자가 된 청소부’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가 신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였었는데 저의 삶에 있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었던 책이었지요. 그런데 인도말로 ‘청소부’와 ‘성자’의 어원은 같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성자란 거창한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대신 자신의 주변을 잘 쓸고 닦아서 깨끗하게 만드는 사람이 곧 성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청소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지저분한 것을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내 마음을 잘 쓸고 닦아서 깨끗이 만들고 이를 통해 이 세상 전체가 더불어 깨끗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셨던 이유였고, 우리 모두 성자가 될 수 있는 길을 갈 수 있는 방법인 것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정리정돈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정리는 항상 미룰 뿐입니다.

11월의 초엽에 서 있는 우리입니다. 그리고 2012년도 이제 두 장의 달력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시점에서 내 마음을 한 번 정리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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