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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 성당에서 죽음을 생각한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05 조회수391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6. '죽음으로 끝나지 않아', 더욱 강해지는 새로운 관계 성당에서 죽음을 생각한다

유럽 여행 중에 귀국할 날짜가 아직 일주일 남았지만 나는 급히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강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암 진단을 받고 도 밝고 꿋꿋하게 지내고 있는 N씨의 일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 입니다. 유럽으로 출발하기 전 문병을 갔을 때는 의사로부터 앞으 로 일주일이 고비라는 선고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내가 한 달 간 유럽 여행을 떠날 거라고 말하자, 그녀는 잠깐 눈 길을 돌리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방 웃는 얼굴로 이렇게 말 했습니다.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겠어요. 반드시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자신에게 들려주듯 고개를 크게 끄덕거 렸습니다. 그때 나도 함께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묘하게도 다시 만 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빈의 오페라 극장 앞을 걷고 있는데, 옛날에 다카라즈카 (寶봉, 일본 다카라즈카 시에 본거지를 둔 젊은 여성들로 이루어진 가극단) 무대에 선 적이 있는 N씨가 나를 부르는 듯한 느낌을 강하 게 들었습니다. 나는 서둘러 귀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만큼 내가 그녀의 일 에 강하게 이끌린 것은 그녀와 내가 나눈 대화 때문이었습니다. 반년 전, 나는 그녀가 암 말기로 절망적인 단계에 이른 것을 알 았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인 그녀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가장 안쪽에 있는 방에 꾸며놓은 성당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분명하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제 생명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예, 죽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우리는 잠시 침묵했습니다. 잠시후 나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만일 당신에게 최악의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것은 어떤 일일까 요?" 그녀는 바로 대답했습니다. "제가 죽는 것이죠." "그래요, 그럼 그 죽음이 가져오는 최악의 사태는 무엇인가요?" "저는 천국에 갈 거니까 괜찮지만, 가족들이 슬퍼할 것을 생각하 니 괴로워요." "당신은 지복의 세계에 들어가 새로운 생명을 살아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군요." "예, 그래요. 저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새로운 생명을 받아 영원 한 세계를 살게 될 거예요. 하지만 가족들이 나의 죽음 때문에 얼 마나 슬퍼할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그녀의 기분이 내 마음까지 아플 정도로 절실하게 느껴져 안타 까운 마음으로 말없이 손을 잡았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 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기도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듯 물었습니다. "당신 없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남편과 여섯 자녀들에 게 당신의 죽음이 가져올 최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아이들 모두 훌륭하게 성장했습니다. 남편도 건강하고 남을 잘 배려해 주고, 회사 사장으로서 사원들에게 존경받고 있습니다. 모 두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성실하게 살고 있습니다. "모두 성실하게---." "예, 그래요. 제가 없으면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아이들도 남편 도 슬픔을 이겨내고 자기 인생을 착실하게 살아가겠지요." 그녀는 이미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있었음에 틀림없습 니다. 조용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엄마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한층 더 훌륭한 사람으 로 성장하겠지요. 남편도 아이들도 보기 좋게 살아가는 모습이 지 금 내 눈에 보입니다." "아내요 어머니인 당신을 잃는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 겠지만, 바깥어른도 자녀들도 보기 좋게 성장해 갈 거라는 말씀이 시군요." 그녀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확신에 가득찬 목소리였습니다. "당신에게 만일의 경우가 일어난다고 해도 가족들은 슬픔을 이 겨낼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럼 당신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가족 들은 슬픔에 짓눌리지도 않고, 그 슬픔으로 인생을 망치지도 않고, 오히려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시켜 자신의 인생을 보기 좋게 헤쳐 나가는 힘을 길러준다는 말씀이군요." 나는 그녀가 말한 것을 천천히 반복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갑 자기 내 손을 꼭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습니다. "그래요. 저는 죽음으로 최악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요. 저는 천국에 가서 지상의 아이들과 남편 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내려줍니다. 고통에서 해방된 기쁨 가운데 아직 지상을 여행하는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천상에서 힘이 되어주 고 지켜줍니다.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가족과 함께 있으면 서 그들을 도와줄 거예요. 그것이 나의 사명이에요." 그녀는 죽음의 의미, 죽음의 가치를 명확히 이해한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네요. 아무 걱정할 것 없어요." 나는 나도 모르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예,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깁니다."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그녀가 깊은 곳에서 넘쳐나오는 안식에 감싸여 있음을 실 감했습니다. 내 자신이 그녀로 인해 크게 치유된 듯한 마음의 안정 을 느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큰 힘에 둘 러싸여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두 사람 모두 죽음은 두렵지 않다. 죽음으로 생명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끈으로 더욱 강하게 연결되고 보다 깊은 우정 을 키우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느낀 것입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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