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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국의 계단 - 11.10. 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0 조회수403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2.11.10 토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390-461) 기념일

 

필리4,10-19 루카16,9-15

 

 

 

 

 




천국의 계단

 

-내적 풍요의 삶-

 

 

 

 

 



아침 단풍잎들 황홀한 제 집무실 돌계단을 오르며

문득 ‘천국의 계단’이 연상되었습니다.

눈 만 열리면 어디나 하느님께 이르는 천국의 계단입니다.

이젠 본질적인 삶에 관심이 갑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이르러 하느님을 닮아가 성인(聖人)이 되는 것,

바로 이게 본질적 삶의 목표임을 요즘 들어 깊이 깨닫습니다.


늦가을 나뭇잎들 다 떠나 보내고 조촐히 서 있는 나무들이

본질적 삶의 원형을 보여줍니다.

 

 

 

 

 


-나무는/평생/하늘만을 향해/살아왔기에

 

하늘 사랑만으로/행복했기에

 

낮에는 햇빛 사랑/밤에는 달빛 은총

 

하늘 위로 중에/살고 있기에

 

꽃, 열매, 잎들의/떠남에도/초연할 수 있는 거다.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는 거다(1997.10.29).-

 

 

 

 

 


15년 전 써놓은 시가 새삼 공감이 갑니다.

본질적 삶을 살 때 내적풍요의 삶입니다.

요즘 복지가 화두인데 의식주만 해결되면 행복이 보장되는 것 같은

환상에서의 탈피도 중요합니다.


어제 오후 3시에 있었던 의정부 교구청 축복식에 가면서 수사님과 차중에

나눴던 대화 중 제 말에 제가 깊이 공감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축복식 마치고 인사하고 하다 보면 저녁 기도를 못할지도 모릅니다.”

 

라는 수사님의 말에 즉각적인 저의 대답입니다.

 


“우리의 힘은, 유일한 자산은 기도입니다.

  기도가 무너지면 공동체도, 각자의 삶도 무너집니다.

  저녁기도 전까지 오도록 합시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 말에 제가 공감했습니다.

수사님도 공감하는 듯 말문을 닫았고 축복식 끝마치고 오니

저녁기도 전 30분이었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힘은 잘나고 똑똑한 수사님들이 아니라

기도가 우리의 힘입니다.


기도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기도의 힘으로, 하느님의 힘으로

25년 역사를 맞이한 성 요셉수도공동체입니다.

 


“그 무엇도 하느님의 일에 앞세우지 마라.”

 


하느님의 일인 기도를 가장 앞자리에 두라는

분도 규칙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마라.”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가장 앞자리에 두라는

역시 분도 규칙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두 말씀 모두 본질적 삶의 핵심을 집어 줍니다.

이렇게 살 때 단순하고 풍요로운 내적 삶입니다.

 


“어떤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

 


오늘 복음 중 마음에 강렬히 와 닿았던 말씀입니다.

하느님과 재물 두 주인을 섬길 때 내적 분열로

결코 행복은 기대할 수 없는 지리멸렬한 복잡하고 혼란한 삶입니다.


하느님이냐 재물이냐 선택해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확실히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섬길 때 단순하고 행복한 본질적 삶이요,

재물을 섬길 때 재물은 우상이 되어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참 자기를 잃게 합니다.


무엇을 섬기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내 삶의 꼴’입니다.

재물뿐 아니라 ‘거짓 나’ 역시 우상이 될 수 있습니다.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자들이다.

  …사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다.”

 


‘하느님의 종’이 되어 살 때

비로소 ‘재물의 종’ ‘자기(ego)의 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

하느님을 믿는다 하면서 재물에, '자기(ego)의 종'이 된

허영과 교만의 사람들임이 드러납니다.

하느님을 섬길 때 참으로 자유로운 내적 풍요의 삶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지족(知足)의 행복, 만족(滿足)의 행복, 풍족(豊足)의 행복입니다.


바오로가 그 모범입니다.

 

 

 

 

 


“나는 어떠한 처지에서도 만족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는 비천하게 살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다 받아 넉넉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사회복지가 잘 되어도 하느님을 떠나면

이런 행복과 자유는 누리지 못합니다.

 


우리에게 힘을 주시는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언제 어디서나 천국의 계단의 여정이요

무엇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의 행복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 중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고, 그분 계명을 큰 즐거움으로 삼는 이!”(시편112,1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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