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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3 조회수881 추천수17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11월 13일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When you have done all you have been commanded, say,
‘We are unprofitable servants;
we have done what we were obliged to do.
(Lk.17,10)


제1독서 티토 2,1-8.11-14
복음 루카 17,7-10

제가 고등학교 겨울방학 때였습니다.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선배님께서 겨울 낚시를 하러 간다고 제게 같이 가겠냐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낚시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낚시가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한 호기심에 그 선배님을 무작정 따라갔습니다. 어떤 호숫가로 들어가 꽁꽁 얼은 얼음을 깨고 뚫은 구멍에 낚싯대를 드리웠습니다. 겨울이라 무척 추웠지요. 그런데 물고기가 많이 잡히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추운데 낚싯대를 통해서 어쩌다 올라오는 물고기도 아주 조그마한 것뿐이어서 맥이 풀립니다. 그런데도 이 선배님의 표정은 너무나도 즐거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솔직히 어린 저로써는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이 추위에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도 어떻게 즐거워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큰 물고기를 잡는 것, 또 물고기를 많이 잡는 것. 그러면 좋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더라는 것입니다. 그냥 낚시를 하러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해 합니다. 저 역시 저만의 취미를 가지면서 이 취미를 할 때에는 그렇게 놀라운 성과가 없어도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얻습니다.

저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지요. 이 자전거를 타고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갈 때면 사람들이 왜 그 고생을 하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분명히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제 우리의 신앙생활을 생각해보세요. 반드시 커다란 보상이 있어야지만 기쁠까요? 예를 들어 많은 돈이 생기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데 있어,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말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취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처럼, 신앙생활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이 안에서 주님을 느끼고 주님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종과 주인의 관계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종은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는 겸손한 마음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 지를 말씀해주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보다 윗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대신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보상만을 원하면서 살아간다면 분명히 행복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과 함께 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가지고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늘 커다란 만족과 행복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십시오. 나와 주님의 관계는 어떤 관계입니까?

 

그대에게 일어나는 각각의 일 속에는 그대의 영혼을 깊어지게 하는 가능성이 숨어 있다. 경험은 그대 가슴 안에 새로운 영역을 탄생시킨다(존 오도나휴).



간밤의 비바람으로 모든 낙엽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낙엽사진 구경하세요.



부모님께 감사~~~
 

저는 지금 혼자 삽니다. 신부라는 위치에서 독신으로 살다보니 당연히 혼자살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신부라는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저는 혼자 살고 싶었습니다. 워낙 식구들이 많다보니 내 방 하나 얻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외아들인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드디어 부모님을 떠나서 신학교라는 곳에서 나만의 공간을 간직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책상 정리를 하지 않아도 어머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기 플러그를 빼놓지 않아도 어느 누구하나 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께서 이토록 많은 일을 하고 계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방이 지저분하면 청소도 직접 해주셨고, 빨래 역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당연히 부모님께서 사줘야 한다면서 떼를 쓰곤 했는데, 신학교에 들어와서는 한 푼 한 푼 신경을 쓰면서 한 학기 동안 용돈을 절약하며 살아야만 했지요. 특히 여기에 그 많은 식구들의 식사까지 준비하셔야만 했으니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이렇게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을 저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음을 신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자식이라는 이유 때문에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제 마음을 보면서 부모님께 죄송했고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러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하느님 아버지께도 이러한 불효를 계속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가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그 많은 것들을 주고 계신데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저희들의 모습들. 잘한 것은 나 때문이고, 내 마음에 잘 들지 않는 것은 하느님 때문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들에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서운해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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