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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나를 알아야 행복하다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3 조회수875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


복음: 루카 17,7-10






예루살렘 입성


조토(Giotto) 작, (1302-1305), 파도바 아레나 경당


     < 나를 알아야 행복하다 >

       2012520일 방영된 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에서는 오토바이를 쫓는 개 뭉치가 방영되었습니다. 뭉치는 하루 종일 동네 슈퍼 앞에 앉아 있다가 오토바이만 지나가면 그 앞을 가로막고 마구 짖어댑니다. 그런데 사실 뭉치가 쫓는 오토바이는 단 한 대 뿐이었습니다. 다른 오토바이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 오토바이는 슈퍼 앞 쪽에 있는 한 마트의 배달용 오토바이였습니다. 처음엔 경쟁 마트의 오토바이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슈퍼 앞에서 매일 지키고 있었지만 그의 집은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의 공격 상대는 오토바이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그 마트에서 기르고 있는 누렁이 때문이었습니다. 1년 전에 누렁이에게 서너 번 물린 적이 있기 때문에 누렁이가 무서워서 그 마트까지는 가지 못하고 그 마트의 오토바이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복수를 계획한 것이 어언 1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뭉치는 기회를 노렸다가 오토바이와 동행하는 누렁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누렁이도 화가 나 뭉치를 덮쳤고 순식간에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뭉치는 누렁이의 힘에 못 당하면서도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떼어놓아서 간신히 뭉치가 큰 상처를 받지 않았지만 여전히 뭉치는 끝까지 싸울 기세였습니다.

결국 전문가들이 왔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뭉치가 자신의 서열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뭉치와 누렁이가 자유롭게 싸울 공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제 누렁이와 뭉치는 입과 발에 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철창으로 만든 좁은 공간에서 싸움을 벌이도록 놓아두었습니다. 결국 승자는 누렁이가 됐고, 뭉치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뭉치가 다시는 집을 나가 슈퍼로 가지 않고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하게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종이 하루 종일 일을 하다가 돌아와서 주인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을 말씀하십니다. 종은 집에 돌아와서도 주인의 시중을 들어야합니다. 종은 종일 따름입니다. 만약 종이 주인에게 그렇게 고생하고 왔으니 보상을 달라고 청한다면 이는 충실한 종의 모습은 아닌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도 하느님을 위해 봉사를 하고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의 지위를 격하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처지를 바로 알아 교만해지지 말라는 뜻입니다. 교만해지면 불만만 쌓이고 절대 평화로울 수가 없습니다.

뭉치는 자신이 누렁이를 이길 수 있는데 당하기만 했다고 여기고 끝까지 복수할 기회를 노립니다. 이 뭉치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대신 복수를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누렁이가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해 주는 것뿐입니다. 그것을 인정해야만 자신의 마음 안에도 평화가 옵니다. 어쩌면 우리들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의 처지를 너무 모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대해서 감사할 줄 모르고 불평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일 것입니다.

 

제가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 하느님을 위해서 무언가 해주고 있는데 하느님은 그만큼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단식하여 굶고 나니 내 자신의 나약한 처지를 알게 되고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인 나를 구원해 주시고 당신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위해서는 내가 누군지를 깨닫는 것이 지름길임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 앞에서 누구도 무언가를 해 드리고 있다고 당당하게 보답을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종으로 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나귀가 예수님께 보답을 원해야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나귀는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처지이고 또 주님께서 자신의 등에 타셨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써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려야합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마구간이 성가정의 보금자리가 되어주었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버려진 마구간을 하느님의 탄생지가 되게 해 주신 하느님과 마리아 요셉께 오히려 감사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알면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마지막 날엔 그리스도는 우리의 노고를 보답해 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분이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요구할 사항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그저 보잘 것 없는 우리를 봉사하게 불러주신 그분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면 행복합니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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