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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인식(self-knowledge)의 겸손 - 늦가을(晩秋) 나무의 고백- 11.13. 화,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3 조회수517 추천수9 반대(0) 신고


2012.11.13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티도2,1-8.11-14 루카17,7-10

 

 

 

 

 

 

 

 

 

 

자기인식(self-knowledge)의 겸손

- 늦가을(晩秋) 나무의 고백-

 

 

 

 

 


오늘은 ‘자기인식’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가장 쉬운 것이 남 판단하는 것이요

가장 어려운 것이 자기를 아는 자기인식입니다.


자기를 몰라 남 판단이지 자기를 알아갈수록 남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아는 자기인식이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며칠 전 한 수도형제와의 대담이 저에겐 신선한 깨달음이었습니다.

 


“농장 일 어렵지 않습니까?”

 

“몰라서 힘들어요.”

 


바로 수도형제의 이 짧은 한마디가 진리입니다.


일이 힘든 게 아니라,

일 눈이 열리지 않아 일머리를 몰라 답답하고 힘들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영적 삶은 물론 모든 삶 전반에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하느님의 진리, 나의 진리, 너의 진리, 사물의 진리를 알 때

삶은 단순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이래서 공부입니다.

알고 싶은 공부의 욕망은 누구나의 천부적인 본능입니다.


하느님을, 나를, 너를, 자연을 모두를 알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우선적인 진정한 공부는 자기를 알고 하느님을 아는 공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자기인식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이게 진정 자기인식의 겸손의 절정에서 나온 고백입니다.

누구와 비교하여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뿐입니다.

 

이래야 언제 어디 누구 앞에서나

쫄지 않고 자존감 높은 당당하고 의연한 삶입니다.


주님 앞에서 분부를 받은 대로 크든 작든 자기 책임을 다하면 충분합니다.

도대체 불평이나 불만의 여지도 없습니다.

만족(滿足), 자족(自足), 흡족(洽足), 지족(知足)에서,

‘족(足)’함의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자기인식의 삶에서 가능합니다.


이 말씀에 대한 다음 성경주석 내용이 신선합니다.

 


‘이를 단순히 겸손한 표현만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이 표현이 제자들에게 말 그대로 들어맞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섬김을 받으시는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반드시 의지하셔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겸손을 거론하지 않아도 이런 자세 자체가

제자들에겐 너무 당연하고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진정 겸손입니다.

오늘 새벽 말씀을 묵상하며 배 밭 사이 길을 걷든 중

나뭇잎들, 열매들 다 떠나보내고

하늘 향해 본질로 서 있는 가난한 만추(晩秋)의 배나무들을 보면서

이 말씀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침묵 중에 들려오는 만추 배나무들의 고백이었습니다.

허영이나 교만의 환상이 걷힌 ‘있는 그대로’의 겸손의 고백입니다.


참 거룩한 아름다움입니다.

그대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를 말해 줍니다.

 

매일 미사 때 마다, 하루를 마치며, 임종 전에

주님 앞에 이런 고백을 바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좌우명이나 묘비명으로 삼아도 참 좋은 말씀입니다.


자기를 깨달아 알 때 겸손과 자유요 이보다 큰 은총도 없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참 나를 깨달아 ‘참 나’의 겸손에 이르게 하고

이런 고백을 하게 합니다.


바오로의 말씀이 참 적절합니다.

 


“과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이 은총이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

 


바로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를 깨달음으로 이끌어

‘참 나’의 자기인식에, 참된 겸손에 이르게 합니다.

 


바로 매일 미사를 통한 주님의 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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