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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감정의 행복과 마음의 행복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4 조회수805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 >


복음: 루카 17,20-25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


두초(Duccio) 작, (1308-11), 마드리드 띠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 감정의 행복과 마음의 행복 >

     알렉산더가 정복전쟁을 통해서 역사상 유래가 없을 만큼 넓은 땅을 일국의 휘하에 두고 대왕으로서 군림하던 시절, 그곳에는 알렉산더와 비견되는 명성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그가 디오게네스였습니다. 알렉산더는 대왕이었고, 디오게네스는 거지였습니다.

디오게네스는 인간의 정신이 물질에 대한 욕심에 의해서 흐트러짐의 폐해를 그 시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그는 극빈의 생활을 강조하면서 술통으로 만든 집에서 그의 유일한 재산인 물을 떠먹을 때 쓰는 표주박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헌데 그가 유일한 재산인 표주박을 버리게 되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는데, 개가 한 마리 웅덩이에서 물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도 그렇게 해 보았더니 괜찮아서 개와 같은 방법으로 물을 먹었고, 그래서 그를 시조로 하는 ()유학파가 생겼다고 합니다.

디오게네스의 명성을 일찍이 들어 알고 있던 알렉산더는 여러 차례 디오게네스를 궁으로 초대했지만 디오게네스는 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괘씸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견딜 수 없었던 왕이 한 명의 거지를 만나기 위해 행차하였습니다.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가 살고 있는 술통집에 도착했을 때 때마침 디오게네스는 그의 술통집에서 다리를 죽 뻗고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더는 말에서 내려서 낮잠을 자고 있는 그를 좀 더 잘 보기 위해서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거기에는 온 몸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이 코를 골고 자고 있었습니다. 명성에 맞지 않게 초라한 몰골을 하고 있는 디오게네스의 모습에 안쓰러움을 느낀 알렉산더는 때마침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부시시 뜨고 있는 디오게네스에게 말했습니다.

선생, 나는 알렉산더 대왕이요. 뭐 필요한 것이 없소?”

알렉산더가 선생이란 말을 쓴 것은 매우 존경하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 안에는 역시 나는 모든 것을 가진 왕이고 당신은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요.’라는 으쓱함이 들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오게네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그러하시다면 거기 자리 좀 비켜 주십시오. 햇빛이 가려집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한 방 먹은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다가 디오게네스는 또 다른 공격을 가합니다.

대왕께서는 앞으로 어디로 가실 작정이시지요?”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세계를 정복하러 인도로 갈 것이요.”

디오게네스가 묻기를 그런 다음에 뭘 하시렵니까?”

알렉산더가 말하기를 그야 편히 쉬어야지요.”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웃음을 터트리며 다음과 말했습니다.

대왕께서는 참 어리석소이다. 나를 좀 보시오 난 이미 쉬고 있습니다. 난 세계를 정복하지도 않았고 또 그럴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지금 아주 편히 쉬고 있소이다. 대왕께서 정말 편히 쉬고 싶다면 지금 당장 왜 그리 못하십니까? 편히 쉬기 전에 먼저 세계를 정복해야 한다고 누가 그럽디까? 대왕께 말해두지만 지금 당장 편히 쉬지 못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을 것이요.”

알렉산더는 디오게네스에게 그 충고를 마음 깊이 간직해 두겠다고 말하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길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디오게네스와 헤어져 돌아오며 알렉산더는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만일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면 틀림없이 디오게네스였을 것이다.’

결국 알렉산더는 인도원정에서 병이 들어 결국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하늘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하느님나라는 곧 행복입니다. 바리사이들은 돈을 중시하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눈이 보이는 물질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고 마음이 느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서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고 하십니다. 즉 마음 안에서 세상의 변화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기쁨과 평화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육체를 즐겁게 하는 것은 물질이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은 영적인 것들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이들이 행복을 눈에 보이는 것들로 얻으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번다든가, 유명해진다든가, 권력을 가진다든가, 좋은 대학과 직장에 다닌다는 것 등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만족시키는 것은 마음의 행복이 아니라 육체적 감정이나 감각의 행복입니다. 마음의 행복은 시간이 지나도 혹은 모든 것을 잃은 거지처럼 되었을지라도 빼앗길 수 없이 끊임없이 솟아나지만, 감정이나 육체적인 감각의 행복은 순간적으로 지속되고 잠시 후에는 사라지고 맙니다. 예수님은 조울증과 같이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감정의 기복을 쫓지 말고 바다의 심연 같은 변하지 않는 고요한 마음의 행복을 찾으라고 가르치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하느님나라는 성령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쁨과 평화의 상태라고 합니다. 성령님께서 머무시면서 행복을 선사하는 곳이 바로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하느님을 만나는 자리인 마음인 것입니다.

 

세상이 자신들보다 낮은 상태에 있는 인간 육체의 감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보다 높은 영적인 차원의 마음의 상태에는 영향을 줄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의 상태가 더 높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세상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만약 세상 것들에 애정이 가고 끌리게 된다면 그것은 마음이 끌리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감정이 끌리는 것입니다. 마음에 하느님나라가 이룩된 사람은 오히려 그 평화를 세상에 전해주게 됩니다. 마치 태양이 떠있는 것만으로 온 세상을 따스하게 덥히듯이 그 존재만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해 줍니다. 마음은 물질보다 높은 수준이고 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간입니다. 지구가 어떻게 태양에게 영향을 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알렉산더의 삶을 선택할 것인지 디오게네스의 삶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합니다. 알렉산더는 세상을 정복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오리게네스는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하지 못하다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도 같은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행복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쫓아다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행복은 멈추어 섰을 때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성령의 도우심으로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움직이면 그 물을 마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행복해지고 싶거든 세상을 바라보지 말고 내 자신 안으로 들어가 고요히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그리스도를 만납시다. 그 분이 곧 내 마음 안에 거하시는 하늘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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