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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믿음의 열매인 의지와 인내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6 조회수699 추천수13 반대(0) 신고



2012년 나해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으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


복음: 루카 18,1-8






 구세주


안드레이 루블료프(Andrei Rublev) 작, (1410-1420)


     < 믿음의 열매인 의지와 인내 >

       며칠 전에 연세가 좀 있으신 한 자매님이 오셔서 당신 친구 분의 병자성사 신청을 하셨습니다. 저는 성체를 모시고 수녀님과 몇몇 분들과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환자는 상태가 좋지 않아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저희는 중환자실에서 병자성사를 여러 번 해보았기 때문에 중환자실은 하루에 30분씩 오전 오후만 문을 열어 인원수 제한을 두며 들여보내고 다른 시간에는 닫아놓고 가족도 면회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면회시간도 끝난 지가 30분 이상이 된 후였습니다. 저와 수녀님은 오늘은 안 되겠으니 내일 면회시간 맞춰서 오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자매님은 걱정 말라는 눈짓을 하고는 막무가내로 중환자실 문을 열었습니다. 문은 두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밖의 것은 잠겨있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문이 잠겨 있자 그 분은 문을 흔들어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안에 있던 간호사들이 놀라서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자매님은 신부님을 모시고 왔으니 잠깐이면 되니까 기도 좀 해 달라고 청했고 그래서 그 분들은 마지못해 허락해 주었습니다. 10분이 지나서도 병자성사 예식이 끝날 생각을 하지 않자 간호사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빨리 좀 나가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러나 그 자매님은 이번엔 들은 척도 안 하셨습니다. 저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병자성사를 마치고 바로 나와 버렸지만, 그 자매님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 5분 정도 더 환자와 함께 있다가 간호사들에게 환자에게 시간마다 물을 좀 더 주라고 부탁까지 하고 나오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거침없는 자세 앞에서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자매님은 당신 친구가 돌아가시기 전에 신부님의 기도를 받게 하기 위해 당신 창피한 것도 무릅쓰고 노력했는데, 저는 사회의 규칙만 생각하여 안 좋은 소리 안 들으려고 물러나려고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전부터 생각해 온 것이지만, 그 자매님과 같은 막무가내식의 끈기는 반드시 당신이 노력하면 다 받아주게 되어 있다는 확신에서 나오는 것일 것입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렸을 때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조금 찾다가 못 찾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분명이 여기 근처에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끝까지 찾을 수 있는 끈기가 생깁니다. 믿음과 확신은 이렇게 의지의 인내, 끈기를 선물해 주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일을 한 사람들은 바로 이런 믿음과 소명의식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대단한 일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하시며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던 재판관을 끈기와 인내로 움직이게 만든 여인의 비유를 들어주십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괴롭히면 못된 재판관이라도 귀찮아서 자신의 청을 들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끈기와 인내가 나오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낙심하지 말라는 뜻은, 우리가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지라는 말과 같습니다.

 

자살률이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높습니다. 이 말은 가장 빨리 절망하고 포기하는 나라라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도 기도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기 시작해서 얼마나 빨리 포기하고 맙니까? 결혼을 일 년에 세 쌍이 하면 이혼을 한 쌍이 한다고 합니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요? 바로 이 믿음이 부족하기에 끝까지 버티어나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믿음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제가 대학교에 들어가던 해에 읽기 시작한 책이 있습니다. 예수님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것인데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10권짜리 책입니다. 글씨도 작고 분량도 많아서 신자들이라고 하더라도 선뜻 시작을 하지 못합니다. 제가 이 책을 한 번 읽는 데 5년 걸렸고 그 때 사제가 되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거의 매일 22년째 읽고 있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읽으라고 주신 책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 들어가는 해에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아는 형이 기도문을 하나 주었습니다. 자기는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신학교에 들어가는 저에게 준 것인데, ‘비르짓다의 7기도입니다. 12년 동안 매일 예수님의 핏방울을 하루에 일곱 방울씩 묵상하며 바치면 순교자의 지위에 오르고 연옥도 가지 않는다고 예수님께서 성녀에게 일러주신 기도입니다. 굳이 순교자의 지위에 오르려 노력하지 않아도 이 기도만 바치면 된다는 생각에 이것도 역시 지금까지 16년째 매일 바치고 있습니다. 12년이 지났지만, 죽을 때까지 매일 바치고 싶은 기도가 되어버렸고 이것 역시 주님께서 주신 기도문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바쳐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하다가 보니 느끼는 것은 이 기도문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지위에 오르고 싶다는 의지와 끈기 때문에 결국 그런 지위에 오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의지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개인적으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계기가 된 것들입니다.

 

어느 추운 날, 달팽이가 사과나무를 기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가 느린 속도로 조금씩 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을 때 나무껍질 틈새에서 벌레 한 마리가 튀어나오더니 달팽이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는구나. 저 위에는 사과가 하나도 없단 말이야.”

그러자 달팽이가 계속 기어오르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저 꼭대기에 도달할 때쯤이면 사과가 열릴 거야.”

이런 믿음이 없다면 달팽이는 중도에 멈추어 말라죽게 됩니다. 믿음이 나를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의지를 주는 것입니다.

사랑도 의지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란 서로 간에 이 의지와 끈기가 절대적인데 이 의지는 바로 하느님께서 맺어주셨다는 믿음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믿음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인지 먼저 묻고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확신을 가졌다면 그 의지를 꺾을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일은 평신도 주일이라 강론이 없습니다. 좋은 주말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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