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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17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17 조회수498 추천수17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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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7일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루카18,1-8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부르짖으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한 그루 느티나무가 되기를>

 

 

    때로 기도하기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악이 선을 능가하는 듯 여겨질 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갈 길이 없다고 느껴질 때,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차갑게 식어버릴 때...

 

    그래서 과연 하느님이 계시긴 하는 걸까? 계신다 하더라도 과연 내 간절한 부르짖음, 내 이 끝도 없는 기도를 들어주시기나 하는 걸까? 내 이 혼신을 다한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허공을 떠돌아다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도 많습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적당하게가 아니라, 들어주시면 좋고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더 큰 열정을 지니고, 혼신의 힘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열심히 기도할 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예수님 말씀의 요지는 이것입니다.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재판관, 공정한 재판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든 날라리 재판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 과부가 재판관을 찾아와 자신의 억울함을 털어놓습니다.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일 같아 짜증도 나고 해서 그냥 돌려보내곤 했겠지요. 그러나 세상에 찰거머리도 그런 찰거머리가 없었습니다. 귀찮다고, 짜증난다고, 그러니 딴 데 가서 알아보라고 그렇게 화를 내도 절대로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매일같이 찾아와 계속 졸라댔습니다. 재판관 입장에서 다른 것보다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스트레스가 하늘을 찌르고 귀찮고 짜증나 죽을 지경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과부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가는데 마다 따라다니며 졸라대니 사생활도 없고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짜증나고 귀찮은 나머지 재판관은 어쩔 수 없이 그 과부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지 않겠냐는 예수님의 논리입니다.

 

    참된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모든 것, 자신의 미래와 현재를 영원하신 재판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맡기는 사람입니다.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 절망과 괴로움 속에서도 항구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큰 희망을 안고 하느님 집의 대문을 두드리는 사람입니다.

 

    오늘 나는 과연 무엇을 집요하리만치 하느님께 청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작고 이기적인 바람, 터무니없고 허황된 소원, 지상에서 결코 이뤄질 수 없는 황당한 희망을 청해서는 결코 안 될 일입니다.

 

    상처 입은 이웃들을 넉넉히 감싸 안을 큰마음을 청할 일입니다.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 삶마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큰 영혼을 청할 일입니다. 이 세상이 결코 다가 아니기에, 이 세상 너머에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믿기에 이 세상에 몸숨 걸지 않게 되기를 청할 일입니다. 더 원대한 꿈, 하느님 안에 더 큰 일취월장을 청할 일입니다.

 

    내안의 가능성을 120% 발휘할 수 있기를 청할 일입니다. 하느님 안에 끝도 없이 성장하기를, 그래서 하느님 계신 곳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되기를, 다시 말해서 성인(聖人)이 되기를 청할 일입니다.

 

    자라고 자라서, 성장시키고 성장시켜서 한 그루 큰 느티나무가 되기를 청할 일입니다. 그래서 힘겨운 사람, 상처 입은 사람, 죄인들이 내 그늘에서 쉴 수 있게 되기를 청할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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