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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0 조회수867 추천수11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2년 11월 20일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Zacchaeus,
come down quickly,
for today I must stay at your house.”
(Lk.19,5)


제1독서 묵시 3,1-6.14-22
복음 루카 19,1-10

은행, 병원, 백화점, 음식점, 카페 등등 어디든 친절을 제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어디를 가든 친절한 서비스를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님의 잘못된 행동과 말임에도 불구하고 ‘죄송합니다.’라는 사과의 말부터 먼저 합니다. 하긴 워낙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가 발달되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불친절하면 난리가 나지요. 그래서일까요? 우리들은 친절을 받는 것에 아주 익숙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친절을 받고 있으면서도 본인은 그렇게 친절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크게 문제를 만들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서비스가 형편없다. 음식에 정성이 들어가지 않았다.’ 등등의 말들을 서슴지 않게 말하고 각종 불친절의 말과 행동을 합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문득 제가 갑곶 성지에 있었을 때가 떠올려 집니다.

이 성지의 첫 번째 전담 신부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지요. 그래서 초창기에는 직원 한 명과 제가 모든 것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별히 9월 순교자 성월의 경우 하루에 몇 천 명이 성지를 방문하는데, 단 두 명이 성지 안의 일을 다 하면서 그 많은 사람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못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바빠서 듣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저희에게 돌아오는 소리는 “불친절하다.”는 것이었지요.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을 해도 내 몸이 하나밖에 없으니 어떻게 합니까? 그러한 상황은 전혀 이해하려하지 않고 무조건 불친절하다는 말을 하는 그분들이 참 미웠습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을 표현하시는 분들에게는 저 역시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외면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저 역시 사람인지라, 불편함을 이해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정이 가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드리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캐오가 예수님을 만나려고 하자 어떻게든 방해하려 합니다. 자캐오는 세관장으로, 당시에는 매국노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자리였습니다. 따라서 그런 사람이 감히 누구를 만나려고 하느냐고 예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을 철저히 방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의 고정관념이 주님을 만나려는 순간을 막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키가 작다는 신체적인 약점 역시 주님을 만나는데 방해의 요소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인간적인 기준을 뛰어넘는 분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이러한 인간적인 조건을 뛰어넘어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오늘 복음을 통해 보여주시지요. 그리고 구원이라는 큰 선물까지 베풀어 주십니다.

스스로는 불친절하면서도 남은 친절해야 한다는 생각,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는 내가 먼저 친절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주님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역할이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늘 서로 돕는다면, 아무에게도 행운은 필요 없다(소포클레스).



어느 절에 붙어 있는 글귀. 가슴에 새길 말입니다.



일로 생각하지 맙시다.
 

저는 책 읽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서점에 가는 것이 저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지요. 책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읽을 책이 있다는 자체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 즐거움이 괴로움이 될 수도 있음을 신학생 때 체험했던 적이 있지요. 즉, 단순히 취미로서는 즐겁지만, 이것이 일이 될 때에는 괴롭더라는 것입니다.

신학생 때 일주일에 2~3권의 책을 읽으며 한창 책에 재미를 붙이고 있을 때였지요. 그런데 도서관에서 일손이 필요하다며 신학생 도움을 청하는 것입니다. 책이 좋았기에 도서관에서 일하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서 얼른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반납된 많은 책들을 원래의 자리에 꽂아 놓는 일을 하는데 너무나 지겨웠습니다.

그때 깨달았지요.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 책이 어떤 일의 수단이 되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우리들은 어떤 행동이든 일로서 받아들일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성당 가는 것도 일로 생각하고, 봉사하는 것도 일로 생각하고,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것 역시 일로 생각하다보니 온갖 부정적인 생각을 간직하는 것이고 그 시간 자체가 괴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일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간직해보면 어떨까요? 세상의 눈으로는 가장 지루하고 괴로운 일이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내게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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