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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1 조회수857 추천수15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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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 마태12,46-50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더 큰 사랑>

 

 

    올 초 돈보스코 성지순례를 떠났다가 돈보스코가 롤 모델로 삼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고향 프랑스 안시에 들렀을 때의 일입니다. 안시는 이탈리아에 인접한 도시로 알프스 산맥 바로 아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안시 호수 건너편으로는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도시 전체가 그야말로 한 폭의 수채화였습니다.

 

    소도시 곳곳에 남아있는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자취를 돌아보면서, 시내 곳곳을 흐르는 운하를 따라 걸으면서, 바닥까지 환히 내려다보일 정도의 깨끗한 안시 호숫가를 따라 걸으면서 제 입에서는 저절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사랑의 박사, 온유의 성인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께서는 이토록 아름다운 대자연을 배경으로 배출된 것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영성적이고 내면에 깊은 평화를 간직했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성인의 성덕은 이토록 평화롭고 향기로운 도시를 거닐며 묵상하며 쌓아나갔던 것입니다. 대성인, 혹은 위대한 인물의 탄생과 ‘교육 환경’의 상관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꽤나 오랜 시간 수도자 양성담당자로 살아온 것을 되돌아볼 때 마다 가장 후회되는 바가 한 가지 있습니다. 예비 수사님들에게 보다 쾌적한 양성 여건을 조성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자주 반성합니다.

 

    그들을 좁은 공간, 작은 틀에 가두지 말고 보다 넓은 창공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풍요로운 성장의 장을 제공했었어야 했는데, 그들이 한없이 성장하고 또 성장해서 나를 넘어설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참 사랑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귀엽고 사랑스런 그를 내 품안에 꼭 안고 어루만져 주는 것도 사랑이겠지만 때로 그가 더 성장하도록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더 큰 사랑입니다.

 

    때로 흙부스러기같이 연약한 그, 어린 새처럼 걱정스런 그를 꼭 붙들어주는 것도 사랑이지만 때로 위험하겠지만 더 큰 창공으로 날아가도록 놓아주는 것은 더 큰 사랑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은 큰 사랑의 소유자인 동시에 부단히 보다 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입니다. 때가 되자 예수님은 30년 세월 동안 정들었던 고향 나자렛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아쉽지만 따뜻하고 포근했던 어머니 성모님의 품을 떠나십니다. 뿐만 아니라 성모님 역시 큰마음으로 아들 예수를 더 큰 바다로 나아가도록 놓아 주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는 예수님의 말씀, 꽤나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더 성장시키기 위한 말씀입니다. 더 큰 바다, 더 큰 세상,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자는 초대입니다.

 

    예수님의 육화강생으로 인해 더 이상 혈연이나 인종, 종족이나 민족적 단일성 같은 요소들은 구원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가족이나 친족, 상하, 주종과도 같은 관계들의 결속력이 아무리 근본적이고 강력하다 할지라도 말씀으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절박한 요구는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제 예수님으로 인해 도래하게 된 새 하늘과 새 땅에서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영적 가족이 육적 가족보다 훨씬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영적 혈연이 육적 혈연을 능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이제 육적인 혈연도 중요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매개로 엮어지는 영적 혈연도 중요합니다. 성체성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영적 가족도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례로 다시 태어난 그리스도인들은 보다 큰 사랑, 보다 성숙한 사랑,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랑에로 초대되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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