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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 엔도 슈사쿠 씨의 임종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3 조회수609 추천수0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7.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무게 엔도 슈사쿠 씨의 임종

1996년 9월, 엔도 슈사쿠(일본의 대표적인 작가로, 특히 가톨릭 신 자로서 「침묵」 등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영화화되기도 했다 : 역주) 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엔도 씨와 40년 가까이 친하게 지냈고, 특히 그가 병상에 누워 고통스러운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 깊이 마음 의 교류를 나눴습니다. 엔도 씨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는데, 특히 프랑스 유학을 하던 청년기에 결핵을 앓아 귀국해서는 폐수술을 몇 번 받았습니다. 그의 일생은 그야말로 병과 함께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병원을 드나드는 괴로움, 병원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괴로움, 온갖 검사를 받아야 하는 괴로움 등 환자의 갖가지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하여 그 고통을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엔도 씨는 10년 전부터 소설을 쓰는 것과 같은 의욕을 가지 고 '친절한 의료' 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그는 의료를 환자 중심으로 하는 등 안심하고 병원을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환자의 입장이 되어 작은 것부터 조금씩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처럼 실질적 인 측면에서 착실하게 추진해 간다면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 었지요. 대학병원의 '입원 안내서' 를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바꿔 병원에 개선 신청을 했습니다. 그후 그 병원에서는 에도 씨가 다시 쓴 문장으로 입원 안내서를 만들었습니다. 또 고통을 참고 견디는 환자에게 간호사의 친절은 무엇보다도 고마 운 것입니다. 그러나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은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쉽습니다. 환자의 고통을 간호사들이 완화시켜 주려면 그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엔도 씨는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병원 종사자의 언어 사용법과 환 자에 대한 의사의 마음가짐 등 구체적인 제안도 계속하였습니다. 엔도 씨의 개혁운동은 많은 환자들에게 은혜를 베푼 셈이 되었지만, 자신을 위한 노력이기도 했습니다. 장래 자신이 병상에 눕게 된다면 쾌적하게, 고통이 적은 상태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었던 것입니 다. 그러나 엔도 씨의 마지막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할 만큼 참담했습니 다. '모두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의료를, 그리고 편안한 죽음을 맞을 준 비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운동을 펼쳤던 본인의 마지막은 '처절' 하다 고 할 만큼 고뇌에 가득찼던 것은 역설적이지만, 나는 거꾸로 깊은 감 명을 받았습니다. 엔도 씨는 원래 농담이나 짓궂은 장난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병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으므로 가족들은 물론 주위 사람들이 늘 걱정했는데, 집에서나 밖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갑자기 소 파에 누워 심장마비가 일어난 흉내를 내어 모두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실눈을 뜨고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데, 정말 너구리 선생답게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는 것을 재미있어했습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 나 앉으면서 "죽을 때의 얼굴 표정은 이렇게 하면 될까?" 하고 말합니 다.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어이없어하면 "죽을 때는 온화하고 편안한 얼굴로 죽고 싶기 때문이야" 하고 말했습니다. 또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극단 '기자' 를 창단하고 연극에 몰 두하여 야단법석 떠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3년 반은 몇 번이나 위독한 상태에 빠져 면회도 안 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며 부인 과 조용하게 보냈습니다. 그래도 나는 주 1,2회 병실을 방문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눌 수도 없게 되었지만, 마지막까지 문병할 수 있어 그의 처절한 투병생활을 직접 보았습니다. 1993년 6월, 엔도 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소설「깊은 강」이 출판되 었습니다. 그 책이 나오는 날도 엔도 씨는 생사의 갈림길을 오가고 있 었습니다. 나는 그날 문병을 갈 예정이었지만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부 인의 전화를 받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무렵,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허둥지둥 병실로 달려갔 습니다. 엔도 씨는 언제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는데, 부인 은 그 책을 돌아가시기 전에 남편에게 보여 드리고 싶다고 안타깝게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인의 기도가 통했는지, 엔도 씨는 기적적으로 위독한 상태 에서 벗어나 우리를 기쁘게 했습니다. 엔도 씨의 상태가 안정되었을 때, "임사체험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엔도 씨는, "검은 양복을 입은 이상한 남자 둘이 눈앞에 나타 나 '저쪽으로 가자, 저쪽으로 가자' 하고 잡아당겨서 '그럼 따라갈까?' 하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이 미녀라면 따라가겠지만 험상궂고 무시무 시한 남자들이기 때문에 따라가도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되어 따라가 지 않았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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