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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 그래, 「욥기」를 쓰자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4 조회수400 추천수2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7.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무게 "그래, 「욥기」를 쓰자"

엔도 씨는 처음에는 폐만 좋지 않았으나 치료약이 간장을 해쳤 고, 간장 치료약이 다시 신장을 악화시켜 결국 인공투석을 하게 되 었습니다. 집에서는 두 시간마다 투석을 해야 했으므로, 부부가 수 면을 충분히 취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3년 반 전 에는 가정요양이 한계에 이르러 입원한 것입니다. 온갖 고통의 끝에 또 덮쳐 온 것이 전신 가려움증입니다. 약의 독성이 번져 온몸이 몹시 가려웠는데, 이것은 다른 고통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엔도 씨는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그다지 나쁜 짓을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온갖 병이 덮 쳐 오는 걸까?" 그러자 부인이 문득 "마치 욥 같군요" 하고 말했습니다. "욥이란 말이지. 그래, 욥과 같은 고통이구나" 하고 엔도 씨는 수 긍하는 듯하였습니다. "그래요, 그럼「욥기」를 쓰는 것은 어때요?" 하고 부인이 제안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자 엔도 씨는 잠시 천장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래, '욥기' 를 쓰자" 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욥이라면 구약성서 중「욥기」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욥기」 는 그리스도교, 유대교 신학에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서구 문화와 문학, 철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원전 500년 무렵에 쓰여진 이 자료에서는 가축의 수로 재산 규모를 나타냅니다. 양 7천 마리, 낙타 3천 마리, 소 5백 마리, 당 나귀 5백 마리라는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고 종들도 많고, 당시 유 대 지방에서 가장 완전한 숫자를 상징하는 7명의 아들과 3명의 딸을 낳아 명예와 힘도 누리면서 원만한 가정에 무엇이든지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욥의 모습은 좋은 일을 하면 이와 같이 행복 하게 될 수 있다는 교훈의 본보기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욥은 갑자기 재산을 다 빼앗기고 자식들은 한 꺼번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아내와는 헤어졌습니 다. 그래도 욥은 하느님의 뜻에 따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고통은 그것에 그치지 않고 더욱더 욥을 들볶았습니다. 욥도 마침내 하느님의 뜻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 하나 나쁜 짓이라고는 하지 않고 하느님의 가르침을 지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어 떤 사람은 저렇게 나쁜 짓을 하면서도 점점 영화를 누리고 있지 않는가?' 이윽고 병마까지 덮쳤고 욥은 피부병에 걸립니다. 보기 흉한 모 습을 보고 옛 친구조차 가까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욥은 혼자 남겨진 외로움과 고통을 절절이 느낍니다. 한편 부정한 짓을 저지르면서도 잘살고 아무 벌도 받지 않는 많 은 사람을 보면서 마침내 욥은 하느님께 호소합니다.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저만 이런 가혹한 벌을 받아야 합 니까? 제가 하느님께 무엇을 잘못했다는 겁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십니다. '이런 괴로운 처지에 빠지지 전에 왜 하느님은 생명을 거두지 않으셨는가?' 하고 욥은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온몸이 가려워 서 참을 수가 없는데 죽을 수도 없습니다. 죽는 것이 훨씬 편할 텐데 계속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그 같은 냉혹함과 잔인함에 대해 "그런데도 당신은 주님인가요?" 하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여전히 침묵인 채로 내버려 두어 욥은 고통과 깊은 고독 속에서 긴긴 세월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저만 고통을 당해야 하나요? 이 세상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 태어났을 텐데, 왜 이런 고통을 받지 않으면 안 되나요? 왜 전능 하신 하느님이 인간의 탄원을 받아들여 고통을 없애주시지 않나 요?" 고통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우리 입에서도 새어나올 말을 욥 은 거듭거듭 말합니다. 이제 욥에게는 "죽여주세요. 제발 죽여주 세요" 하고 호소할 기력도 없었습니다. 자기 마음속에 커다란 구 멍이 뚫려 있지만 그 구멍을 메워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낍니 다. 암으로 생명이 3개월 남았다고 선고받으면, 우리의 마음에도 구멍이 뚫려 인생의 덧없음에 떨게 됩니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에 직면하면 누구나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은 허무함에 휩싸입니 다. 그런데 더이상 떨어질 수 없는 극한 상태까지 몰리면, 많은 경 우 새로운 세계가 전개됩니다. 그것은 물에 빠진 사람과 비슷합니 다. 바다에 빠진 사람은 물 위로 떠오르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가라앉게 되지만, 한차례 바다 밑바닥에 발이 닿으면 쓱 위로 떠 오르게 됩니다. 극한의 고통을 철저하게 맛본 욥에게도 갑자기 상 승하는 것과 같은 경지가 찾아옵니다. 깊고 깊은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하늘을 쳐다보면 낮에도 별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장 밑바닥에서 위를 쳐다볼 때에만 보 이는 빛이 있습니다. 비로소 욥에게도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생명은 주어졌다' 는 것입니 다. 욥은 말합니다. "벌거벗고 세상에 태어난 몸, 알몸으로 돌아가리라. 야훼께서 주셨던 것, 야훼께서 도로 가져가시니 다만 야훼의 이름을 찬양할 지라."(욥기 1,21) '생명은 누가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을 주신 분에게로 돌아간다. 생명을 주신 분이 중심에 있고 나는 그 생명을 받았으므로 살아 있는 것이다' 하고 욥은 자기 존재에 눈을 뜬 것입니다. 욥은 그것을 깨달았을 때, 지금까지 줄곧 침묵하고 계시던 하느 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대장부답게 허리를 묶고 나서라." (욥기 38,3) 하느님이 말씀하신 것은 "욥, 고통스러웠지? 잘 견디었구나" 하 는 위로의 말씀도, 격려의 말씀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대장부답 게 허리를 묶고 나서라" 는 말씀뿐이었습니다. 이전에 하느님이 말씀을 내린 것은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그것 은 욥의 탄식을 듣고 "욥아, 생명을 내려주는 하느님이 옳으냐, 그 렇지 않으면 네가 옳고 하느님이 그르냐?"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을 탄식하고 있던 욥에게는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았 습니다. 하지만 가장 밑바닥에 떨어져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런 깨달음에 도달했을 때, 하느님의 목소리는 "욥아, 허리를 묶고 나서라"는 말씀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허리를 묶 고' 란 전장으로 나아가기 전에 갑옷을 입듯 복장을 갖춘다는 의 미입니다. 하느님은 욥에게 이런 뜻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힘있는 사람으로,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충분히 갖 고 있다. 생명에는 고통이 포함되어 있어도 동시에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힘도 갖추고 있다.' '우뚝 자신을 바로 세움으로써 자기 속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있 다. 생명 속에 원래부터 깃들어 있는 고통을 이겨내는 힘을 이끌 어 내어라.'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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