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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임종과 부활 - 임종과 부활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7 조회수418 추천수4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진실
스즈키 히데코 지음 / 심교준 옮김

7. '떠나는 사람'이 가르쳐 주는 삶의 무게 임종과 부활

엔도 씨는 위독한 상태에 빠지거나 의식불명 상태가 꽤 오래 계 속되었습니다. 병실에는 엔도 씨가 눈을 뜨면 바로 보이는 곳에 어 머니의 사진이 걸려 있어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짐작할 수 었습니다. 그리스도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엔도 씨 는 어릴 때 가톨릭 세례를 받았으나, "그리스도교는 틀림없이 그 밑바닥에 진실이 있고 내게 힘을 주어 내 인생의 기반이 되었지만, 아무래도 조금 낯선 부분이 있어요" 하고 자주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든가,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로 마 음에 구멍이 뚫려 있었을 때 그것을 채워 주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쉽게 알도록 전하고 싶어요. 그것이 내 일생의 일이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나는 몇 번이고 그리스도교 에서 벗어나려고 생각했습니다" 하고 고백했습니다. 언젠가 나는 어머니의 추모 미사 중에 울먹이면서 어깨를 떠는 엔도 씨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성당을 나설 때 엔도 씨가 나와 나란히 걸으면서, "어머니께서 일생을 걸고 지킨 것을 그렇게 간단 하게 버릴 수 없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어머 니가 가장 소중히 여겼던 것, 목숨을 걸고 대물림해 주신 것을 버 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그러한 그리스도교를 더욱 알기 쉽게 모 두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이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했습니다. 어머니는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땅에 묻혔지만, 돌아가신 지 20년이 되어 납골로 바꾸면서 잠시 엔도 씨에게 돌아온 적이 있습 니다. 그때 엔도 씨는 "엄마가 돌아오셨다"고 하며, 음악가였던 어 머니를 위해 연주회에 어머니의 유골이 들어 있는 단지를 살짝 가 지고 들어가 "이 세상에서 또 엄마를 기쁘게 해드렸다"고 좋아했 습니다. 그리고 병이 점차 깊어짐에 따라 "엄마와 형님이 정말 나를 맞 으러 와 주시겠지" 하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날 밤 8시 반경에 음식물이 갑자기 폐로 들어가 위독한 상태라는 부인의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엔도 씨는 뇌사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몸은 온갖 장치에 연결되어 있 었고 인공호홉기 소리와 기계장치 소리만 가득한 병실에 한 사람, 부인만이 곁에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틀림없이 이겨낼 거예요. 지금까지도 수없이 위독한 상태에 빠졌지만 그때마다 이겨냈어요. 이대로 돌아가신다면 3년 반의 고통이 소용없게 되고 말 테니까요" 하고 부인이 말했습니다. 나는 "소용없는 고통이란 없습니다. 그만큼 고통을 받은 데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그 고통의 의미는 반드시 보여질 거예요" 하고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엔도 씨가 마지막 시간에 이르렀다고 느낀 나는 머리맡에서 작 별을 고했습니다. "엔도 씨, 정말로 오랫동안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깊이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엔도 씨가 문학에 남긴 것은 많은 사람들의 삶에 힘이 되고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날 주치의가 부인에게 물었습니다. "엔도 씨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하지 말라고 하셨고, 마 지막 때가 왔다면 그대로 따라주기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다만 기계장치로 생명을 유지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하시겠습니 까?" "주인 양반 뜻에 따라주세요" 하고 부인은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받아들여 주치의는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했습니다. "앞으로 5분 남았습니다" 하고 주치의가 말했습니다. 그 말에 부인이 반사적으로 엔도 씨의 손을 잡는 순간, 부인의 얼굴이 환히 빛났습니다. 나는 병실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을 느꼈습니다. 인간의 몸에 광원(光源)이 있다고 한다면 엔도 씨에게 도 빛이 생겨나는 것과 같이 그때까지 흙빛이었던 얼굴이 밝게 빛 나면서 부인의 손을 더 힘차게 잡았습니다. 그때 부인은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것을 손과 손을 통해 확실 히 전해 받았습니다. 그것은 "나는 새롭고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왔 다. 이제부터 어머니와 형님과 함께 지복 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 릴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 가리라"는 메시지였다고 부인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다음날 엔도 씨의 자택에서 밤을 새웠습니다. 많은 작품이 영화 화되었기 때문에 영화 관계자들과 배우들도 많이 조문을 와서, 그 것을 취재하러 카메라맨들이 집 입구에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집안은 여기가 상가(喪家)인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밝고 상쾌한 분위기였습니다. 엔도 씨의 시신은 3년 반이나 고통을 견뎌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고 깨끗했습니다. 부인은 엔도 씨의 마지막 메 시지를 받았기 때문에 남편을 잃은 슬픔보다 남편이 지복 속에 들 어갔다는 확신으로 가득차 기뻐하고 있었습니다. 평화스러운 엔도 씨의 표정과 부인의 맑고 화사한 표정이 집안 에 밝고 상쾌한 분위기를 감돌게 했던 것입니다. 내가 조문객을 전송하러 밖에 나갔을 때, 젊은 카메라맨이 다가 왔습니다. "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나요?"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습니다. 나는 질문의 의미 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조문객이라면 슬픈 얼굴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는 얼굴로 들어 간 사람도 웃으면서 나오네요. 도대체 집 안에 무슨 일이 있습니 까?" 젊은 카메라맨은 그렇게 고쳐 말했습니다. 과연 눈물을 참으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조문하러 온 여배우들이 나갈 때는 맑고 밝은 얼굴로 나갔습니다. 이것은 슬픔을 넘어선 고 요한 기쁨을 부인과 나누어 가졌기 때문입니다. 엔도 씨는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아나 영원한 지복 속에서 영생할 것을 믿고 있었습 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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