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7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요한 묵14,14-19 루카21,5-11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합니다.

제대로 잘 봐야 합니다.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합니다.

바로 이게 성숙의 표지입니다.

똑같은 육안을 지닌 사람이 보는 눈은 다 다르다는 것 또한 신비입니다.

오늘은 ‘보는 눈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제로 그 묵상을 나눕니다.

‘세월 지나며 깊고 그윽해진 눈빛’은 보는 눈이 바뀌었음을 뜻합니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라 합니다.

세월 지나면서 깊고 그윽해진 마음의 반영이 이런 눈빛입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겨울 나목(裸木)만 보였는데

  언제부터인가 배경의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겨울나무가 아니라

  푸른 하늘 충만한 부요한 겨울나무가 한없는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어느 분의 고백입니다.

“나이 50이 넘으니 겨울 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오래 전 어느 수녀님의 고백도 생각이 납니다.

“내 경험으로 사십이 넘어서부터 세상이 계속 더 아름다워졌다.

  강산이 더 화려하게 눈에 들어오고 음악이 더 곱게 들린다.”

존경하는 우리 80세 진토마스 신부님의 진솔한 고백입니다.

모두 보는 눈이 바뀌어졌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입니다.

여기서 생각난 게,

예전에 인용했던 발효인생과 부패인생에 대한 비유입니다.

음식과 마음은 어찌도 이리 흡사한지요.

음식도 발효하면 향기이고 부패하면 역한 냄새이듯 인생도 똑 같습니다.

잘 발효되어 숙성된 인생에서 맑고 그윽한 인품의 향기이지만

부패되었을 때는 역한 냄새일 것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발효인생입니까 혹은 부패인생입니까?

효소가 있어야 향기롭게 발효하듯이

인생도 성령, 믿음, 희망, 사랑의 효소가 들어가야

발효, 숙성되어 향기로운 인생입니다.

이런 효소가 빠지면 미움, 탐욕, 교만, 무지, 절망, 어둠, 비관 등으로

점차 역한 냄새나는 부패인생이 되어버립니다.

보는 눈도 낙관적이고 긍정적이 아닌 비관적 부정적으로 바뀝니다.

성령의 효소, 믿음의 효소, 희망의 효소, 사랑의 효소가 끊임없이 공급되어 하나

될 때 잘 발효, 성숙되는 영혼이요 마음입니다.

점차 관대한 마음, 겸손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이 되고

더불어 보는 눈 또한 바뀝니다.

매사 놀랍고 신비롭고 아름답고 새로울 것입니다.

바뀌어야 할 것은 바로 우리 마음이요 눈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나 묵시록의 요한을 통해

믿음의 효소에 의해 참 잘 발효된 두 분의 모습을 봅니다.

화려한 성전의 외관에 감탄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믿음의 눈은 성전 파괴의 날을 내다보며

제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제대로 현실을 직시하여 유혹에 빠져 부화뇌동하거나 무서워하지 말고

제 삶의 자리, 하느님 안에 항구히 정주하라는 말씀입니다.

요한 사도 역시 믿음의 눈이 열려 심판의 미래를 내다보며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두 분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All time is in God's hand(모든 시간이 하느님 손 안에 있다.)”

우리 역시 믿음의 눈이 열릴 때 저절로 이런 확신입니다.

이 보다 더 큰 위안과 희망이 말씀이 어디 있겠는지요.

그러니 걱정할 것도, 불안해 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으니

모두가 자비하신 하느님 손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선후보 토론 때(11.20일) 안철수 씨가 인용했던

조동화 씨의 ‘나 하나 꽃피어’ 란 시도 생각납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말하지 마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꿈과 희망이 이뤄질 미래를 내다보며 열정적으로 외운 시임이 분명합니다.

마음 따라 보는 눈입니다.

마음이, 영혼이 성령, 믿음, 희망, 사랑의 효소들로 잘 발효될 때

보는 눈도 계속 깊어지고 그윽해질 것입니다.

점차 그 마음의 눈은

하느님의 새로움, 놀라움, 아름다움, 감사함, 겸손함, 관대함을

발견해 갈 것이며 또 이런 하느님을 닮아 신비가가 되어 갈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말씀과 성체의 효소로 우리 인생을 잘 발효, 숙성시켜

향기로운 인생이 되게 해 주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