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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불가능한 것을 따른 베드로/신앙의 해[21]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9 조회수423 추천수2 반대(0) 신고


순명은 거의 불가능한 부름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따르는 것은 순명이 아니다.
사실 복음에서의 주인공 예수님 말고 세 분의 조연을 든다면,
성모 마리아, 세례자 요한, 사도 베드로라고 할 수 있다.
성모님과 세례자 요한은 직간접으로 성령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위해 철저하게 순명하였다.
 

사도 베드로는 성령의 은총을 받지 않고 예수님께 직접 부름을 받았다.
그는 예수님의 첫 만남에서 연속된 세 번의 순명을 하였다.
이 완벽한 순명을 통해 그는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가 되었고,
오늘 우리의 초대 교황님이 되신 것이다.
그러면 베드로는 예수님께 어떤 순명을 하였을까? 
 

베드로의 완벽한 세 번의 순명은 고기잡이 기적(루카 5,1-11)에서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순명은
예수님께서 선상(船上) 설교를 위해 배를 저어 나가 달라는 부탁에 대한 순명이었다.
밤새도록 그물을 내려서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허전한 마음으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그였지만,
군중을 설교하시고자 뭍에서 조금 떨어지게 배를 저어 달라는 예수님의 부탁을
조건 없이 따랐다.

순명하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밤새도록 고기를 잡지 못하고
그물을 씻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고 불평을 하면서 거절할 사항인데도,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따랐다.
그리고는 배 위에서 그분의 선상 설교를 들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두 번째 순명은 설교를 끝내신 후 고기를 잡으라는 것에 대한 순명이다.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베드로에게,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라고 하셨다.
지금 갈릴래아 호수에서 이 대낮에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기적과 같다는 것을
베드로는 오랜 경험을 통하여 익히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베드로는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나가서 고기를 잡으라 하시니,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자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다.
베드로에게 그 많은 고기가 잡히는 기적이 일어났다.
성경도 이 내용을 ‘고기잡이 기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마도 베드로에게 보여 준 이 고기잡이 기적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한 이래 여러 사람에게 보여 준 첫 번째 기적일 수도 있다. 
 

세 번째 순명은 예수님을 따르라는 것에 대한 순명이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사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따라오라고는 직설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다만, 고기 잡는 어부 대신 사람을 모을 것이라고만 말씀하셨다.
이 말씀에 베드로는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밤새도록 그물을 던진 갈릴래아 호수의 고기를 버리고,
생활 수단의 최대 도구인 배를 버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자 베드로는 그분의 부름에 순명을 하였다.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 부름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순명의 자세로 따랐다.
 

‘배를 저어 물가에 조금 떨어지게 하여라.’라는 말에 배를 저었고,
‘깊은 곳으로 가서 고기를 잡아라.’라는 분부에 그물을 던졌고,
‘이제부터 사람을 모을 것이다.’에 서슴없이 따랐다.
베드로는 이 세 번의 연속된 부름에 기꺼이 응했다.
한마디 대꾸도 없이 완벽하게 순명했다. 
 

오늘도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베드로를 부른 것처럼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게 하고자 우리를 부르신다.
이웃을 더 많이 용서해 줄 수 있도록 우리를 부르신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이 부름은,
모든 것을 버리라고 요구하는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것은 아니다.
믿음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신앙인이 기본을 저버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는 것들이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분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보여준
불가능한 것을 순명한 그 믿음의 마음에는 차마 미치지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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