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망치는 질투
어떤 본당에 아주 잘생기고 젊은데다 매너까지 좋은 보좌신부가
부임해왔습니다. 그동안 성질 더러운 본당신부에게 시달려온 신
자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본당신부가 개밥을 먹는지 소밥을 먹는
지 통 관심도 없던 신자들이 훈남 보좌신부에게는 관심 세례를 퍼
부었습니다. 보좌신부의 얼굴이 조금만 핼쑥해져도 삼삼오오 모
여서 걱정들을 했지요.
"보좌신부님 얼굴이 왜 그렇지? 요즘 잘 못 드시나?"
"고약한 본당신부가 시집살이 시키는 게 분명해."
보좌신부를 사모하는 무리들은 보좌신부에게 관심을 쏟아 붓다
못해 자신들과만 놀아달라고 칭얼대며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보좌신부가 끝까지 거절하며 놀아주지 않자 그를 미워하
는 신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응하지
않자 이 그룹은 보좌신부를 미워한 나머지 그를 헐뜯고 다녔습니
다.
그러던 어느 날 본당신부가 보좌신부를 긴급하게 호출했습니다.
보좌신부가 사제관에 들어가니 노기충천한 본당신부와 안티(anti)
그룹 여인들이 모여 앉아 있다가 동시에 자신을 보려보는 게 아닙
니까.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본당신부는 보좌신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노기에 찬 목소리
로 다그쳤습니다.
"너 호텔에서 처녀애랑 잤다며?"
그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보좌신부는 반문
했습니다.
"누가 그러던가요?"
본당신부가 옆에 앉은 자매를 가리켰지요.
"이 자매가 그러던데."
보좌신부는 문제의 자매를 보며 물었습니다.
"제가 호텔에서 처녀와 자는 걸 언제 보셨나요?"
"어, 그러니까-----. 제가 직접 본 건 아니고요. 사실은 저 자매
가 봤다고 해서-----."
보좌신부가 소문의 근원이라고 지목된 자매를 보고 물었습니다.
"보셨다고요?"
"아니, 저는 신부님이 호텔 커피숍에서 어떤 처녀와 차를 드시기
에 혹시 둘이 잤는지도 모른다고 말했을 뿐인데-----. 저 자매가
분명히 잤을 거라고 설레발을 쳐서-----."
보좌신부가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호텔 커피숍에서 처녀와 차를 마신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처녀는 호텔 직원이자, 제 사촌 여동생입니다. 저는 그 애한테 상
담을 해주고 있었을 뿐입니다. 저한테 사실 여부를 물어보지도 않
고 그런 소문을 내고, 그것도 모자라 본당신부님은 저를 추궁하시
다니 정말 너무들 하십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목격
하게 됩니다. 선생님을 중심으로 함께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있는
가 하면, 멀리서 주위를 맴돌며 "왜 저런 놀이를 하는 거야? 정말
유치해~" 하고 흉을 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사실 그 자리에 끼어 함께 놀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입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같
이 놀고 싶은데 놀 수 없으니 험담을 하고, 없는 흉도 만들어서 봅
니다.
이는 모두 질투 때문이기도 하지요. 질투란 히브리어로 '카나'로
'곁눈질하다', '증오심을 갖다', '나쁜 마음을 품다' 등의 뜻을 가지
고 있습니다. 질투는 부러움과는 다릅니다. 부러움이 생산적이라
면 질투는 파괴적입니다. 부러움이 상대방의 장점을 본받아보려
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데 비해 질투는 어떻게 해서든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꺾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없는
말을 지어니고 근거 없는 비방으로 은밀히 타격을 가하기도 합니다.
질투는 이렇게 질투를 피하는 사람도, 그 대상인 사람도 망가지게
하는 파괴적인 감정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감정이라도 항상 촉각
을 세우고 관찰해야 합니다. 개인의 정신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공
동체를 파괴하기 때문에 질투심은 조심해야 합니다.
질투 하면 흔히 여자의 전유물로 알고 있지만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남녀노소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질투에 대해서
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요. 자신들이 질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자존심이 너무 상해 스스로 숨겨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자
의 질투는 여자의 질투보다 무섭습니다. 남자의 질투는 살인까지
부르지요. '구약성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들은 거의 남자의 질투
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노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으
니 질투 같은 감정에서는 벗어났겠지 하고 여기기 쉽지만 과연 그
럴까요?
질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감정이지만 질투심에 휘둘리
는 이들이 있습니다. 대개는 부모로부터 남과 비교 당하며 자란
이들인데 "너는 왜 언니 반도 못 쫓아가니?", "너는 형 따라가려면
멀었어" 같은 소리를 듣고 자란 경우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셨는데 난 왜 질투심이 강하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그런 경우는 우회적인 비교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도 열심히 하면 저 사람처럼 될 수 있어"라고요. 하
지만 이 말은 사실 격려가 아니라 아이의 기를 죽이고 열등감을 키
워 마음속에 무의식적인 질투심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렇게 비교를 당하면서 자란 이들은 항상 가자미눈을 뜨고 자
신의 것과 남의 것을 비교하고, 속을 끓이며 살아갑니다. 질투는
이렇게 하는 사람도, 그 대상인 사람도 망가지게 하는 파괴적인
감정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마음을 항상 촉각을 세워 관찰해야 합
니다.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질투라는 감정에 휩싸여 자신도,
주변의 소중한 사람도 잃을 수 있으니까요.
"타인에 대한 지나친 비난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결과입니다.
물욕(物慾)이 많은 사람이 물욕 많은 사람을,
색(色) 좋아하는 사람이 색 밝히는 사람을
비난하게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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