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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정한 낭만주의자(romanticist)이자 현실주의자(realist) - '12.12.2. 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02 조회수331 추천수7 반대(0) 신고

2012.12.2 대림 제1주일

 

예레33,14-16 1테살3,12-4,2 루카21,25-28.34-36

 

 

 

 

 



진정한 낭만주의자(romanticist)이자 현실주의자(realist)

 

 

 

 

 



끝은 시작입니다.

오늘은 대림1주일 첫 날, 전례력으로 새해의 시작입니다.

영롱히 빛나는 하나의 대림 촛불이 대림 첫날의 기쁨을 전하고 있습니다.

 


문득 옛 봉화불이 생각났습니다.

적군이 가까이 다가 올 때 하나, 둘, 셋… 피어올랐다는 봉화불입니다.

이런 전란 시 봉화와는 달리

주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출발하셨음을 알리는, 기다림의 기쁨으로

마음 설레게 하는 대림 촛불입니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

  권능을 떨치며 오시리니, 산들과 언덕들은 환호성을 올려라.”

 


어제 대림1주 제1저녁기도 두 번째 후렴에서

우리는 주님께서 출발하셨음을 환호하며 찬미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사순 시기가 산문(散文) 같은 분위기라면

대림 시기는 시(詩) 같은 분위기입니다.

하여 사순 시기는 웬 지 무겁게 느껴지지만

대림 시기는 경쾌한 기쁨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니 사순시기에는

‘리얼리스트(realist;현실주의자)’의 산문가가 되지만

대림시기에는
‘로맨티스트(romanticist;낭만주의자)’의 시인이 되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나 둘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물론 예언자들처럼

진정한 로맨티스트만이 진짜 리얼리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는 진정한 로맨티스트이자 리얼리스트가 될 수 있는 길을

소개해 드립니다.

 

 

 

 

 



첫째,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출발하셨다는 소식입니다.


오늘 우리는 아침기도 후렴에서 아름다운 시적(詩的) 언어로

주님의 오심을 노래했습니다.

 


“보라, 위대한 예언자가 오시어, 새 예루살렘을 세우시리라.”

 


바로 이는 하느님이 예언자들을 위해 약속하신 일이요

오늘 예레미야 예언자를 통해서 새롭게 확인되는 진리입니다.

 


“보라, 그날이 온다.

  그 때에 나는 이스라엘 집안과 유대 집안에게 한 약속을 이루어 주겠다.

  그날과 그때에 내가 다윗을 위하여 정의의 싹을 돋아나게 하리니,

  그가 세상에 공정과 정의를 이룰 것이다.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주님은 우리의 정의’라 부를 것이다.”

 


참 좋으시고 진실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새 예루살렘’,‘주님은 우리의 정의’라 불리시는 분을 보내신다는

주님의 약속입니다.


그러니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십시오.

주님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몸 따라 가는 마음이라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면

마음도 새로워지고 힘이 붙습니다.


현실에 매몰되어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낭만주의자는 하나도 없고 철저히 땅에 매인 현실주의자들만의 세상입니다.


하느님을 섬긴다 하면서 온통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사람들입니다.

먹고 사는 일이 전부가 되다보니

하느님이, 시(詩)가 실종된 황량한 사막 같은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드십시오.

눈을 들어 시야를 넓혀

산과 들을, 나무와 꽃들을, 또 하늘의 별들을, 구름을 타고 오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하느님에 대한 영적감각을 회복하십시오.

 

 

 

 

 



둘째, 현재를 사십시오.

 


보았으면 이제 사는 것만 남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다 지납니다.

확실한 것은

지금 여기이며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함께 영원한 현재를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우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물러지게 하는 유혹들로 널려있는 세상입니다.


유혹들로 마음 무너지긴 쉬워도 다시 추슬러 세우기는 너무 힘듭니다.

 


억지로의 수행, 훈련이 아니라

자발적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우리의 수행입니다.

방탕, 만취, 일상의 근심 등 감히 범접하지 못합니다.


아침 성무일도 때 아름다웠던 후렴 또 소개합니다.

 


“그날에 모든 산에서 단것이 방울져 내리고,

  언덕들에서 젖과 꿀이 흐르리라.”

 


얼마나 흥겹고 신명나는 하느님 찬미인지요.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이런 그날의 하늘나라의 기쁨을, 성탄의 기쁨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그대로 미사를 통해 미리 맛보는 낙원의 현실입니다.

말씀의 젖과 성체의 꿀이 우리의 영육을 새롭게 충전시킵니다.

이런 기쁨에서 저절로 자발적인 사랑의 수행입니다.


바오로의 권고 역시 두말없이 공감하여 받아 실천합니다.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지 말고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 몸을 무장하십시오.”

 


인간 현실은 예나 이제나 비슷합니다.

예나 이제나

육적 욕망에 빠져 영육이 망가지고 무너진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주 예수 그리스도로 무장하고 심신을 추스르십시오.

이래야 마음 물러지지 않습니다.

방심하면 곧 마음은 물러져 무너져 내립니다.

 

 

 

 

 




셋째, 늘 깨어 기도하십시오.

 


영성생활의 요체는 깨어있음입니다.

깨어있음의 영적훈련이 참 긴요한 시대입니다.


깨어있음은 빛입니다.

깨어있을 때 유혹과 죄의 어둠이 스며들지 못합니다.

빛이 사라지면 저절로 어둠이 들어오듯이

대부분의 죄나 유혹은 영혼이 잠들어 어둠 속에 있을 때 슬며시 들어옵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 말씀대로 늘 깨어 기도하는 것입니다.

영어 번역이 좋습니다.

 


“늘 깨어있어라.

  그리고 기도하여라(Be vigilant at all times and pray).”

 


먼저 늘 깨어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깨어 있음만으로는 불완전하고 불안합니다.

 

진공상태의 내용 없는 깨어있음은, 침묵은 무의미하고 오래가지 못합니다.

삿된 것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곧장 기도가, 하느님 현존이 그 내적공간을 채워야 온전합니다.

깨어있음과 기도가 하나 될 때 온전한 깨어있음이요 기도입니다.

 

이래야 앞으로 일어날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내적 힘을 지니게 됩니다.

 


깨어 기도하지 않고는 그 어디서도 내적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오늘 아침기도 두 번째 후렴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들이여 주님 앞에서 흥겹게 우쭐거리고 숲을 이룬 나무들도 손뼉을 쳐라,

  주께서 오시어 영원히 다스리시리라. 알렐루야.”

 


온 세상 만물이 주님을 기다리며 기쁨에 넘쳐 기도합니다.


억지로가 아닌 자발적 기쁨으로 이렇게 신명나게 흥겹게 기도하십시오.


사실 깨어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기도보다

영육의 건강에 좋은 약은 없습니다.


늘 깨어 기도할 때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한 사람, 사랑의 사람으로 나설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며 격려하십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사랑을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하시며,

  여러분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시어

  우리 주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재림하실 때,

  여러분이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은 이 은총의 대림 시기에

우리 모두 로맨티스트이자 리얼리스트가 되라 하십니다.

 


진정한 혁명가인 예수님은 물론 예언자들 모두가

로맨티스트이자 리얼리스트였습니다.

 


주님을 보십시오.


지금 여기를 사십시오,


늘 깨어 기도하십시오.

 


‘보라-살라-기도하라’가 하나로 연결되어있습니다.


바로 이게 은총의 대림시기 로맨티스트이자 리얼리스트로 사는 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드십시오.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늘 깨어 기도하십시오.

 


오늘 대림 제1주일,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가르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대림 1주일 미사를 통해

우리 영혼의 대림 촛불에 사랑의 불을 붙여주시어

기쁨과 희망 가득한 마음으로 당신을 맞이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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