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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픔을 끌어안은 그 많은 사람들/신앙의 해[25]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12-05 조회수404 추천수2 반대(0) 신고


아마도 예수님은 공생활 내내 무척 바쁘셨을 것이다.
여러 군중을 모아 놓고 산에서 물가에서 설교하시고,
심지어는 물가의 군중을 향해 배 위에서도 설교하셨다.
갈릴래아 호수를 중심에 두고 사람이 모인 곳이면 이곳저곳 마다치 않으시고
두루두루 다니셨다.

그리고 백인대장의 병든 종과
나병 환자를 포함한 여러 병자를 고쳐 주시기에 잠시의 겨를도 없었다.
홀로 외딴 곳에 가시어 피땀 흘리실 정도로 깊은 기도도 하셨다.
그러기에 그분께서는 편안히 계셨을 리가 만무하다. 
 

복음에서 예수님의 이 바쁜 스케줄을 적나라하게 나열한
‘많은 병자를 고치시다와 사천 명을 먹이시다(마태 15,29-29)’를 보면
약 사흘간의 그 일정을 가히 짐작이 된다.
‘많은 군중이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 못하는 이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에서
얼마나 많은 병자인지를 알 수 있다.
다리를 절고, 눈이 멀고, 여러 불구자와 말 못하는 이와 또 다른 병자들이다.
 

예수님께서는 누구누구 가릴 것 없이 그들을 다 고쳐 주셨다.
말 못하는 이들이 말을 하고
불구자들이 온전해지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눈먼 이들이 보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많은 병자를 한꺼번에 치유해주시고 고쳐주신 경우는 없으신 것 같다.
아마도 그 날 이 기적 같은 치유와 드라마틱한 치료에 곳곳에서 박수와 탄성이 퍼졌으리라.
많은 이들이 이를 보고 놀라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단다.
예수님은 언제나 이렇게 그 아픔들을 끌어안으셨다.
 

영원한 청년, 서른아홉의 순수한 영혼, 짧은 삶을 혁명에 바쳤던
아르헨티나 출신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에게는 이렇게 늘 열정적인 별명이 따른다.
의과 대학생인 게바라에게는
든든한 집안이라는 좋은 배경과 의사라는 탄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1952년, 그는 인생 선배와 중형 모터사이클을 끌고 아르헨티나를 출발해
칠레,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났다.
도중 곳곳에서 가난과 수탈로 신음하는 이들을 보면서
그는 장밋빛 미래를 버리고 혁명가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

아마존 강 유역의 한 인디오 마을에
일반 나환자촌과는 달리 정상인이 환자들과 어울려 함께 살고 있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나병 앞에 결코 버려 둘 수 없다며 아픔을 함께하고 있었다. 
살이 썩어 뼈밖에 남지 않은 환자에게 끝까지 매달려 살리기도 했다.
게바라는 선배와 열심히 그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았다.
이런 정성어린 사랑을 준 게바라에게 그들은 그가 마을을 떠나기 전날
소박한 음악회를 열었다.


"아코디언을 타는 사람은
오른손에 손가락이 하나도 남지 않아 손목에 대나무를 이어 놓았더군요.
그 대나무 손으로 연주를 하는 거예요.
노래를 부르는 이는 장님이고요.
다른 연주자 대부분도 나병의 특징인 신경계 증세에 따라 모두 비정상적인 모습들이었어요.
그런 이들이 호롱불에 의지해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가족과 이웃, 친구의 아픔을 가슴으로 끌어안은 사람들을 보면서
게바라는 자신의 열정적 신념을 안겨 준 따뜻한 사랑을 배웠다고 했다.
체 게바라, 그는 남미 아니 세상의 수많은 젊은이에게 한 때는 우상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는 아픔이 있는 곳엔 언제나 열정으로 달려갔다. 
 

예수님께서 사천 명이나 되는 이들을 배불리 먹인 경우도
이렇게 아픔을 함께하는 마음은 가히 우리들의 상상을 넘는다.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길에서 쓰러질지도 모르니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 광야에서 이 많은 군중을 배불리 먹일 만한 빵을 어디서 구하겠습니까?”라고 말하였지만
그분께서는 기어코 빵 일곱 개와 몇 마리 물고기로 모두를 배불리 먹이셨다. 
 

아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한 해의 끝자락인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주위에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을 둘러보자.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시간과 맡겨 주신 일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그들과 함께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 아픔의 자락에서 함께하는 봉사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가 귀한 선물이 될 것이다.
그들의 상처에 새살이 돋고 부끄러운 지난 삶 위에 새로운 용기로 되살아나면
그게 하느님의 영광이 될 것이다. 
 

신앙의 해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힘들고 지친 아픔의 고통을 겪는 이를 살펴보는 여유를 갖자.
이 점을 깨우치도록 하느님은 오늘을 우리에게 허락하셨다.
체 게바라가 아픔이 있는 곳엔 언제나 열정으로 달려갔듯이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을 향해 봉사의 발길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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